주간동아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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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2%이하, 입점비 무료...서울시 배달시장이 착해진다

서울시 배달 애플리케이션 지원 사업 ‘제로배달 유니온’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0-08-28 1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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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수수료를 대폭 낮춘 서울시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지원 사업 ‘제로배달 유니온’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GettyImages]

    배달 수수료를 대폭 낮춘 서울시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지원 사업 ‘제로배달 유니온’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GettyImages]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쿠팡이츠, 위메프오…. 그동안 배달 음식을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서 주문했다면 앞으로는 ‘착한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9월부터 배달 수수료를 대폭 낮춘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 경기도와 전라북도 군산에 이어 서울시까지 지자체가 잇따라 수수료를 낮춘 ‘착한 배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배달 플랫폼 사의 높은 광고료와 배달 중개 수수료는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대두해왔다. 국내에서는 상위 플랫폼 3개사가 전체 배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가맹점에 광고료와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2% 이상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비용이 점주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결국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50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배달 업체의 ‘갑질’로 인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이런 글에 달리는 댓글은 “무서운 세상이다.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 “목숨 내놓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까지 등골 빼 먹는다” 같은 내용이다. 

    배달 대행업체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한 사장님의 게시글에는 “저희는 고객에게 배달비 명목으로 1000원씩 부담하게 했다” “고객에게 500원이라도 얹으세요” “여러모로 업체들의 갑질이 짜증나서 직접 배달한 지 몇 달 됐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수수료 적은 착한 배달 서비스

    서울시 제로배달 로고. [사진 제공 · 서울시, GettyImages]

    서울시 제로배달 로고. [사진 제공 · 서울시, GettyImages]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서울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수수료 인하를 위한 착한 배달 애플리케이션 지원사업 ‘제로배달 유니온’을 추진해왔다. 



    ‘제로배달 유니온’이란 모바일 배달 플랫폼 중개서비스를 이용해 가맹점에는 수수료를 낮춰 주고, 소비자에게는 지역사랑 상품권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민간배달 애플리케이션 참여기관의 협의회를 말한다. 서울시는 6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10개 국내 배달 플랫폼 사와 소상공인 단체와 함께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로배달 유니온’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제로페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로배달 유니온’은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2% 이하로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에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결제 수수료가 0.5%만 부과돼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수단을 사용하는 것보다 가맹점이 부담할 부분도 줄어든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서울시의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가입자는 120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이런 소비자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을까. 일단 지역구 별로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하면 7~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초기에는 제로배달 결제수단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결제금액의 10%를 즉시 할인 받을 수 있다. (하루 한도 2000원, 이벤트 기간 한도 5만원) 


    배달 음식을 즐겨 먹는 소비자와 
판매하는 가맹점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제로배달 유니온’.  [GettyImages]

    배달 음식을 즐겨 먹는 소비자와 판매하는 가맹점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제로배달 유니온’. [GettyImages]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과 가맹점 모집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기사 댓글에서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배달 공룡들이 선점한 시장에서 서울시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한편,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갑질하는 배달 업체들이 사라져야 자영업자들이 산다” “소상공인 등골 빼먹는 일부 업체의 독주만 막을 수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과 같이 기대감을 보이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제로배달 유니온이 수수료율을 크게 인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서울 시내 26만 개 이상의 제로페이 가맹점 인프라 활용과 공공 마케팅 지원을 통해 기존 높은 수수료율의 가장 큰 원인이던 가맹점 확보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애플리케이션에 지역사랑상품권 온라인 결제 방식 등을 탑재해 결제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더맘마, 만나플래닛, 먹깨비, 미식의시대, 리치빔, 스폰지, NHN페이코, 엔케이페이먼츠, 위주, 질경이, 특별한우리동네, 한국결제인증, 허니비즈, KIS정보통신, 씨큐프라임, 벤코 등이 이번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에 참여했다. 

    관건은 서울시가 얼마나 많은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서울 지역에 사업장을 뒀고, 배달이 가능한 사업자라면 제로배달 유니온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을 통해 가맹점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에 e-팜플렛 가입 안내문을 발송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가맹점주는 배달 플랫폼사 중 가입을 희망하는 업체를 선택 후 온라인으로 신청을 완료하면 해당업체로부터 가맹점 가입과 배달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설치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는 한편, 매주 회의를 열어 사업자들의 준비 상황 또한 점검하고 있다.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은 새로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공공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동안 다른 지자체에서 추진해온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업과는 차별화된다. 공공이 민간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업체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비용구조를 낮추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전반적인 수수료를 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담당관은 “제로배달 유니온은 독점에 가까운 배달 플랫폼 시장경제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라며 “그 동안 고액의 배달 중개 수수료로 힘들었던 소상공인에게 배달 중개 수수료를 대폭 감소한 배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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