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시즌에 매출이 30% 정도 올랐는데 올해는 오히려 반 토막 났어요.”
8월 23일 서울대 인근에서 3년째 덮밥집을 운영 중인 나모(29) 씨가 텅 빈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샤로수길’(서울대+가로수길)로 불리며 대학생들로 붐비던 서울대 인근 상점들은 이날따라 한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노래방 등에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음식점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나씨는 “개강 특수도 옛말”이라면서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덜 민감하다지만 대학가 상권은 이미 죽은 상태”라며 씁쓸해했다.
“장마 견뎠더니 코로나 또 덮쳐”
7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한 매장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이미 주요 대학들은 하나 둘 비대면 수업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대는 9월 한 달 동안 일부 실험·실습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연세대 역시 10월 말까지 전면 비대면 수업 계획을 발표했고 한양대, 서강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 역시 비대면 수업 계획을 알렸다. 이화여대는 1학기 동안 일부 실험·실습·실기 강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시행한 데 이어, 2학기 역시 수강 인원 50명 이상의 이론 및 실습 교과목은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가 상인들은 “장마를 견뎠더니 코로나가 왔다”며 한탄했다. 덮밥집 사장 나씨는 “평년 월매출이 2500만 원 수준인데 올해 상반기는 25% 줄어 1000만 원대 후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달은 특히 장마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월매출이 50%로 줄어들어 가계 유지비와 매출이 동일해지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근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문모(33) 씨 역시 “장마에 이어 급작스럽게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이달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지난달까지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이대 주변 상가 50곳 이상 폐업
8월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 간판을 내린 점포가 있다. [최진렬 기자]
1995년부터 이화여대 인근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분식집을 운영해왔다는 이모(59) 씨는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옷집이 밀집한 골목 안쪽의 경우 저녁 9시만 돼도 장사를 마친 가게가 많아 어두컴컴하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8월 24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이씨의 분식집을 찾은 손님은 1명뿐이었다. 이씨는 가게 벽면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성당에 다니지만, 코로나19 전파자로 지목된 일부 교회 관련 뉴스를 보고 살의를 느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이화여대 상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가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교통공사가 매달 발표하는 수송실적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하철 1~9호선 하차 기록이 가장 적었던 달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이다. 당시 발생한 하차는 9291만 번으로 지난해 같은 달(1억5274만 번) 대비 60.8%에 불과했다. 특히 대학가와 가까운 지하철역의 이용객 감소폭이 컸다. 이화여대역은 지난해 대비 하차 기록이 33.3%에 불과했다. 고려대역은 50.4%, 신촌역은 49.0%, 건대입구역은 51.1%를 기록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6월 19일 ‘코로나19로 인한 통행변화 그리고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한 서울 교통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4월까지 이용객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하철역으로 한양대역(약 70%)을 꼽기도 했다. 온라인 개강 등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획일적인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야”
8월 20일 오후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 대응반이 역학조사를 위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25일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를 915명으로 집계했다. 확진자 5214명을 발생시킨 신천지 사태에 이어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집단감염 사례다. 277명의 집단감염을 일으킨 이태원 클럽을 훌쩍 뛰어넘는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확진자 증가 추세가 언제쯤 꺾일지조차 확실치 않다.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4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잠시 영업을 정지한 이후 가게 실적이 나빠졌다”며 “단골손님들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매출이 줄어 세금조차 돈을 빌려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대면 강의가 지속되면서 대학가 상권의 불황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획일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아닌 코로나19 여파로 거주 인구가 줄어드는 대학 인근의 특색을 고려한 특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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