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국어시간에 프랑스어가 아니라 독일어를 배워야 하는 알자스로렌 지방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보불전쟁(1870~1871) 당시 이 지방의 혼란스럽고 우울한 사회상을 잘 묘사하고 있다. 프랑스어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기간에도 문학의 꽃은 피었다. 이 기간 로렌의 ‘샤를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16세 젊은 시인이 파리 문학계에 등장한다. 프랑스 문단에 큰 획을 그은 상징주의 작가 아르튀르 랭보(1854~1891)다.
천재 시인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랭보’는 2018년 초연 당시 누적관객 3만 명을 동원하고 43일 만에 해외 진출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랭보의 음악적 시어가 화음으로 이어져 150년 전 지구 반대편에 살았던 시인의 심경이 감미로운 선율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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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는 만삭의 17세 아내를 버리고 17세인 랭보와 함께 유럽 전역을 방랑한 동성 연인 폴 베를렌(1844~ 1896)이 등장한다. 베를렌은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시인의 왕’이라는 호칭을 물려받았을 정도로 당대 유명한 작가였다. 하지만 사생활에서는 집착과 질투의 화신이었다. 연인 랭보가 브뤼셀 한 호텔에서 파리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이를 막으려 연인에게 권총을 겨누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결별하고 베를렌은 감옥에 가게 된다. 인간과 예술에 염증을 느낀 19세 랭보는 이내 절필을 선언한다. 그리고 유럽 전역은 물론, 중동과 자바섬, 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을 모험하며 노동자, 용병, 건축 감독, 무기상 등으로 전전한다.
랭보(정동화·백형훈·윤소호 분)가 세상을 떠난 뒤, 랭보의 소꿉친구 들라에(이용구·백기범·정의제 분)가 베를렌(김재범·에녹·김종구·정상윤 분)을 찾아가며 뮤지컬은 시작한다. 들라에는 랭보가 남긴 마지막 시를 찾아 아프리카에 함께 가줄 것을 베를렌에게 제안한다. 극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한국어로 많이 소개되지 않은 베를렌의 시도 랭보의 시와 함께 관객의 가슴속에서 아름다운 선율로 살아 움직인다.
‘영원, 그것은 하나로 뒤섞인 태양과 바다.’(랭보)
‘거울처럼 깊은 연못 속 버드나무 그림자 사이로 우는 바람.’(베를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