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문재인 케어 2년

서울 대형병원만 ‘케어’하고 지방은 응급의료 고사 직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10-26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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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목표로 한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 2년이 됐다. 특진비와 상급병실 사용료, 간병비 등 환자 부담이 컸던 3대 비급여 항목의 단계적 급여화로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췄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 시행 후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환자는 1120만 명, 지난해에는 1349만 명으로 4년 만에 20% 증가했다. 특히 이들의 진료비는 62%나 상승했다. 환자 증가율에 비해 진료비가 더 많이 늘어난 것은 자기공명영상법(MRI), 초음파 등 고가 진단 장비를 활용한 검사 비용을 급여화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에서 몰려든 대기 환자가 크게 늘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면, 지방 소규모 병원은 환자가 줄어 폐원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방에서 새롭게 문을 연 병원(121개)보다 폐원한 병원(122개)이 더 많은 폐업률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가 자칫 서울 상급종합병원 케어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이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의료질평가지원금도 서울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급 대상의 14%에 불과한 상급종합병원에 전체 지원금의 73%가 몰렸고, 서울 소재 의료기관 수는 전국 대비 18%이지만 지원금 규모는 전체 지원금의 41%를 차지했다. 

    정책자금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사이 지방 소도시 응급의료기관은 2014년 281개에서 지난해 248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장성 강화에 치중한 문재인 케어가 서울과 지방의 의료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방 병원들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스프링클러 설치와 수술실 공조시스템 개선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환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막대한 재원 마련이 어려운 만큼 정책자금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증과 중증을 가리지 않고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환자의 서울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의료전달체계를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MRI, 초음파 등 무분별한 고가 검사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케어 2년 만에 지방 병원에 드리운 의료 양극화의 그림자를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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