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디라이프스타일키친’ 내부.
최근 이러한 직장인의 숨은 니즈를 파악해 화제가 된 레스토랑이 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디라이프스타일키친’. 저탄고지 메뉴와 지중해 요리를 중심으로 ‘맛있는 건강식’을 표방한 식당이다. 7월 1일 오픈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화문 직장인들 사이에서 “오전 11시 반부터 줄 서야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실제 4명 이하로는 점심 예약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줄 선 손님들이 항의하기 때문”이라는 게 식당 측 설명. 이 식당의 저탄고지 메뉴에 든 탄수화물은 접시당 27g 이하다.
8월 29일 디라이프스타일키친은 식품 및 언론 관계자들을 초청해 전통주와 저탄고지 메뉴, 지중해 음식의 페어링(pairing) 행사를 열어 건강식을 즐기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승훈 디라이프스타일키친 대표는 “샐러드, 파스타 같은 음식은 맥주, 와인하고만 어울린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전통주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맛과 멋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식당은 조만간 몇몇 전통주를 주류 리스트에 올릴 예정. 외국인이 포함된 비즈니스 식사 모임이 잦은 지역인 만큼, 한국 전통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간장게장 국물로 한국식 ‘파에야’에 도전
(왼쪽부터)식전주로 소개된 복순도가 손막걸리, 간장을 사용한 한국식 ‘해산물 빠에야’, 먼저 스튜로 맛본 뒤 남은 국물에 파스타 면을 볶아 먹는 ‘토마토 파스튜’.
버터 바른 콜리플라워를 수비드한 뒤 오븐에 구워낸 ‘컬리플라워 로스트’.
오삼 볶음에는 밥 대신 순두부
43가지 지중해식 식재료가 담긴 ‘지중해 플레이트 페스타’
이들 요리와 어울리는 전통주로는 ‘천비향’이 꼽혔다. 과실향이 풍부하고 쌀에서 발효된 단맛이 뒷맛으로 길게 이어져 식중주로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황금빛 천비향을 와인 잔에 따라 마시니, 웬만한 와인보다 맛도 분위기도 더 낫다는 느낌이 든다.
건강식과 어울리는 전통주로 꼽힌 문배술, 복순도가 손막걸리, 천비향, 고운달(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밥 대신 순두부가 곁들여진 ‘지중해식 오삼 볶음’(오른쪽).
증류식 소주인 문배술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술안주라고 할 오삼 볶음과 특히 잘 어울렸다. 문배술은 국산 쌀과 메조, 찰수수를 이용해 첨가물 없이 단식 감압증류 방식으로 빚는 술로, 원료의 풍미가 진하면서 달콤한 향과 깔끔한 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전통주는 ‘고운달’. 경북 문경의 오미자를 3년간 숙성시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데, 그 와인을 또 3년 동안 증류해 만든 술이다. 알코올 도수 52도의 독주로, 술이 센 사람이라면 안주 없이 오미자의 그윽한 향을 즐겨도 좋다. 안주가 필요하다면 오삼 볶음이 좋겠다. 지방이 알코올 흡수를 방해해 다소 천천히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식이요법이나 다이어트 방식과 마찬가지로 저탄고지도 여러 논란이 있다. 특히 ‘탄수화물만 적게 먹으면 아무 지방이든 많이 먹어도 된다’는 데 대해 찬반양론이 있다. 이승훈 대표는 “케토제닉(ketogenic·일명 케톤 다이어트로 몸 안에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점을 이용한 체중 감량 방법)에는 클린(clean)키토와 더티(dirty)키토 두 가지가 있다. 몸에 좋은 지방만 먹는 것이 클린키토라면, 살을 빼려고 무조건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더티키토”라며 “저탄고지를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는 클린키토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티키토 말고 클린키토!
(왼쪽부터) 밀가루 없이 아몬드와 차전자피로 만든 토르티야를 사용한 타코. 이승훈 디라이프스타일키친 대표. 김민성 디라이프스타일키친 셰프.
디라이프스타일키친에는 4명의 도예가가 만든 전통 사발이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