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출장이 아닙니다. 꼭 그날 그곳에 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세요. 피 같은 내 돈 내고 가는데, 굳이 비싸게 주고 가지 마세요. 여행자는 탐색해야 합니다. 탐색하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의 항공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탐색하며 여행을 계획하세요.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충동적인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지요.’
제 인터넷 블로그의 소개 글입니다. 제가 계속 탐색을 주장하니, 그럼 대체 탐색은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탐색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제 글을 읽는 것도, 제가 블로그에 소개하는 항공권을 따라 검색해보는 것도 탐색입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탐색이 아닙니다. 그건 검색이죠. 뭐 괜찮은 게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다 이거다 싶으면 내 걸로 만드는 것이 탐색입니다.
최근에는 가격비교 서비스들도 초보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탐색 도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사진’은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스카이스캐너의 탐색 도구입니다. 탐색 도구는 모두 열린 검색입니다. 스카이스캐너도 마찬가지죠. 출발일을 열어놓고 검색하는 겁니다. ‘가장 싼 날짜를 알려줘!’ 하는 거죠. 꽤 유용한 탐색 도구입니다. 사용자가 많아 충분히 다양한 검색이 이뤄진다면 말입니다.
1 하지만 부산 출발-마이애미 왕복 항공권은 아닌가 봅니다. 가장 저렴한 달이라고 소개하는데, 오직 한 날짜에만 가격이 있습니다. 이 달력은 2019년 10월 출발로 부산-마이애미 왕복 항공권이 최근 8일 내 딱 한 번만 검색된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별 의미는 없겠죠.
2 그래도 한번 검색해봤습니다. 109만 원짜리 최저가는 편도 평균 42시간이나 걸리고, 그나마 탈 만한 항공권이라고 추천하는 항공권은 2회 경유의 139만 원짜리입니다. 물론 부산에서 마이애미를 다녀오는 최저가 또는 최선의 항공권과는 거리가 멀 겁니다. 하지만 더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날짜에 검색해보는 수밖에요.
3 기본적으로 스카이스캐너가 제공하는 탐색 도구는 많은 검색 사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는 다른 가격비교 서비스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부산-마이애미 왕복 항공권을 탐색하지 못하는 이유는 검색된 사례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산은 세계 56위의 인구를 가진 도시입니다. 항공 수요도 꽤 많습니다. 미국 마이애미는 인구는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사진3’처럼 항공 교통의 요지입니다. 그런데 1위 사업자가 제공하는 탐색 도구가 사례 부족으로 무용지물입니다.
왜 그럴까요. 부산은 인구에 비해 장거리 항공 시장에서는 철저히 소외된 도시입니다. 직항 노선이 아직 하나도 없어 항공사 간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검색해도 비싼 항공권만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결과 부산 사람들도 장거리는 부산 출발로 검색하지 않고 인천 출발로 검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검색 사례가 충분할 수 없는 거죠.
그럼 스카이스캐너를 비롯한 가격비교 서비스들의 비슷한 탐색 도구는 검색 사례만 충분하다면 꽤 유용한 도구일까요. 단거리 직항 위주의 노선은 충분히 유용합니다. 반면 직항 항공권과 경유 항공권이 경쟁하는 장거리 항공 시장에서는 대략 최저가에 대한 감을 줄 뿐입니다. 아무리 싸도 갈 때나 올 때 각각 42시간씩 걸리는 항공편을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장거리 항공권은 가격 외에도 경유 횟수, 경유지 체류 시간 등도 중요한데, 오로지 가격만으로 주는 정보는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4 가격비교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탐색 도구는 날짜뿐 아니라 목적지를 열어놓고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단거리 직항 위주의 시장에 매우 유용합니다. 그런데 일본이 5만 원이네요!
5 티웨이의 오이타 왕복 항공권이 5만 원입니다. 놀랍습니다. 이런 가격의 항공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는 ‘항공권을 싸게 구입하는 방법 ①’에서 설명한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들의 직항 노선 위주의 운항 방식 때문입니다. LCC들은 해당 구간의 수요로만 좌석을 채워야 하는데, 수요가 일정치 않으니 출발이 임박한 시점에도 빈자리가 많은 경우가 자주 발생하거든요.
남미를 빙자한 미국 일주 항공권 79만 원
6 7 부산 출발로도 79만 원이면 마이애미를 포함해 미국을 일주할 수 있습니다. 이 항공권은 남미 브라질 상파울루를 왕복하는 항공권인데, 갈 때는 로스앤젤레스를, 올 때는 마이애미와 뉴욕을 스톱오버로 여행합니다. 상파울루는 1박만 하는 이 항공권처럼 거의 찍고만 올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마이애미 최저가 왕복 항공권이 42시간 경유로 109만 원, 그나마 탈 만한 선택지가 139만 원으로 검색된 것과 비교해보세요. 매 구간 스케줄이 좋고 여러 도시를 여행할 수도 있는 항공권이 거의 반값입니다. 이게 바로 탐색의 힘입니다.
지난 글에서 서울 출발 아메리칸항공의 남미 운임은 무제한 스톱오버가 무료라고 했는데요, 이는 부산도 동일합니다. 모든 목적지 도시의 운임도 같은 가격입니다. 서울 출발로 다녀올 수 있는 도시들은 가격이 모두 비슷합니다. 단지 시작하는 경로만 다를 뿐입니다. 서울 출발은 댈러스로, 즉 미국으로 바로 갈 수 있지만 부산 출발로는 불가능합니다. 태평양을 횡단하기 전 아시아의 한 도시를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데, 일본 도쿄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좋고 일반적입니다.
참고로 같은 항공권인데 구글플라이트에서 검색한 가격보다 링크를 타고 간 아메리칸항공의 가격이 더 싼 이유는 매우 복잡합니다. 굳이 그 이유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아메리칸항공의 4구간 이상 다구간 항공권은 구글플라이트에서 검색하고, 더 싼 가격을 기대한다면 구글플라이트에서 제공하는 아메리칸항공 홈페이지 링크를 클릭하면 됩니다.
저가에 구할 수 있는 아메리칸항공 부산-남미 왕복 항공권
8 이처럼 상파울루와 미국을 일주하는 항공권이 79만 원이라는 싼 가격에 가능한 이유는 아메리칸항공의 남미 항공권이 워낙 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10/24~11/6 부산-리마 왕복 항공권이 72만 원입니다. 장거리 비행을 두 번 왕복, 4번을 해야 하는 항공권치고는 정말 싼 거죠.
9 구글플라이트에서 날짜 표로 보니 대부분의 날짜 조합이 70만 원대입니다. 참고로, 구글플라이트가 네이버보다 비싼 이유는 신용카드 할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여행사에만 있는 특가를 반영하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가격의 아메리칸항공 부산 출발 다구간 항공권
10 11 남미 여행의 국민 루트에 가까운 80만 원짜리 항공권입니다. 남미 배낭여행을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인-아웃 조합은 페루(거의 리마) 인-브라질(또는 아르헨티나) 아웃입니다. 마침 아메리칸항공의 남미 운임이 가장 싼 도시는 리마(외 페루의 몇몇 도시)와 상파울루(외 브라질의 몇몇 도시)입니다. 따라서 최저가 항공권을 원한다면 리마 인-상파울루 아웃, 또는 반대로 상파울루 인-리마 아웃 여정이 최선입니다.
장거리 비행을 두 번 연속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니 경유지인 미국에서 쉬었다 가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대표 도시들을, 즉 동부 뉴욕과 서부 로스앤젤레스를 이 기회에 덤으로 여행하고 오는 거죠.
12 13 역시 리마 인-상파울루 아웃에 미국에서는 뉴욕과 마이애미를 덤으로 여행하고, 추가로 멕시코 칸쿤까지 여행하는 항공권이 98만 원입니다. 중미도 여행하고 싶다면 좋은 항공권이죠.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칸쿤에서는 휴양 외에도 할 것이 많습니다. 멕시코의 고대 문명을 볼 수도 있고, 기간을 늘려 별도의 항공권으로 쿠바를 다녀오는 것도 좋습니다.
14 15 16 페루 마추픽추의 거점 도시인 쿠스코도 리마와 같은 가격의 운임으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도 상당수 도시가 상파울루와 같은 가격입니다. 따라서 이 항공권처럼 포르투알레그리 인-쿠스코 아웃도 거의 같은 가격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의 거점 도시로 바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오픈 구간을 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부에서는 보스턴 인-뉴욕 아웃으로, 서부에서는 라스베이거스 인-로스앤젤레스 아웃처럼요. 결과적으로 이 항공권은 세 번의 오픈 구간을 가진 항공권으로 111만 원입니다. 오픈 구간이 많으면 더 많은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니 장기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