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홀인원을 경험한 적 있는가. 그래서 하나밖에 없는 턱이 빠지진 않았는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홀인원을 하면 그날 그린피에 더블 캐디피를 쏘는 게 관례이던 때가 있었다. 홀인원을 하면 골프장에 나무를 심기도 했다. 종종 어느 골프장 파3 홀 나무 밑에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홀인원으로 갑자기 나가는 비용이 워낙 커 홀인원 보험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홀인원으로 거하게 쏘는 시절은 지나간 듯. 골프장도 동반자 이름과 함께 홀인원 증서를 발급하는 정도로만 기념한다. 그런데 프로 투어 대회에선 홀인원이 즐거움도 주지만 부상품이 걸려 있을 때는 진정한 일석이조다. 2015년 투어에서는 유독 특이한 홀인원이 많았다.
스페인의 꽁지머리 골퍼 미겔 앙헬 히메네스는 2015 유러피언투어에서 홀인원 2개를 추가하면서 투어 10개로 최다 기록을 작성했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1월 15일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 1라운드 15번 홀에서 홀인원을 작성했다. 그린을 향해 걸어가다 방송 카메라를 보고는 기분이 좋았던지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스텝을 보이기도 했다. 5월 23일 BMW PGA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10번째 홀인원을 달성하자 흥에 겨운 히메네스는 다시 한 번 섹시 댄스를 췄다. 파4 홀에서도 홀인원이 나왔다. 5월 9일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모리셔스오픈 2라운드에서 스페인 하비에르 콜로모가 305m 거리 9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한 티샷이 그대로 홀인원으로 연결됐다.
하루에 두 번 홀인원을 한 골퍼도 있다. 호주 프로골퍼 재러드 라일은 2012년 백혈병으로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요양하다 지난해 12월 8일 하루 36홀을 도는 프로암 이벤트 대회에 초대됐다. 20개월 만에 호주 멜버른 야라야라골프클럽(GC) 필드에 나온 라일은 149m 15번 홀에서 두 번의 홀인원을 했다. 오전에 9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한 라일은 5시간 뒤 같은 홀에서 또 홀인원을 했다.
미국 브라이언 하먼은 8월 31일 PGA투어 더 바클레이스 클래식 4라운드 파3 3번 홀(167m)에서 7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한 뒤 꽤 긴 14번 홀(199m)에서도 4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했다. 공식대회에서 하먼이 기록한 첫 홀인원이자 두 번째 홀인원이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도 주목할 홀인원이 있었다. 김경태는 11월 8일 중국 상하이 스산인터내셔널G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 마지막 날 193m 17번 홀에서 달성한 홀인원으로 캐딜락 CT6를 부상으로 받았다. 공동 27위로 받은 상금 7만2000달러(약 8222만 원)와 비슷한 가격의 자동차였다.
전인지의 홀인원도 빼놓을 수 없다.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에서 메이저 2승에 총 5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5월 25일 춘천 라데나GC에서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지한솔을 1홀 차로 물리쳤다. 그중 압권이 3번 홀에서 한 홀인원이다.
6월 27일 강원 정선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1라운드에서도 137m 6번 홀에서 2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오전조로 출발한 박서영이 6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공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프로 데뷔 첫 홀인원을 한 박소영은 부상으로 1000만 원 상당의 아이언세트를 받았다. 오후조에서는 이은주가 역시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했지만 부상은 받지 못했다. 2015년 홀인원을 하고도 가장 억울했을 선수일 것 같다.
지난 한 해 다양한 투어에서 홀인원이 나왔다. 새해는 더 많은 이가 홀인원의 행운을 누리길 바란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운이 좋다는 말도 있다. 기분이 좋더라도 요즘 풍조에 맞춰 너무 과한 뒤풀이는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