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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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첫날은 빼고 계산하라!

법적 시간의 계산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6-01-05 16: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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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마디가 없어 원래부터 측정하기 어려운 존재다.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표현도 그래서 생겼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영위하려면 어쩔 수 없이 구분을 지어야 한다. 시간을 구분 짓지 않으면 인간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남은 더욱 그렇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라는 전제가 붙기 때문이다. 시간을 구분 짓는 것도 규정이나 법에 따라 이뤄진다.
    조선시대 법적 시간 구분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하루를 12시로 나눴고, 음력을 기준으로 날을 세었으며, 24절기를 정해 활용했다. 해(年)마다 60갑자를 이용해 따로 이름을 부여했다. 하루 12시와 1년 24절기 등은 태양을 기준으로 정해진 시간 개념인데, 날짜를 셀 때는 음력을 사용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당시에는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날짜를 부여하는 게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1년의 시작인 설이 동지나 입춘 등 24절기가 아니라 음력 정월 초하루로 정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계절의 변화, 즉 태양의 위치와 무관한 날짜가 부여된 것.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우스 달력은 더욱 문제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진 것인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초 단위 미만의 시간도 활용하는 세상이 왔지만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는 시간 단위는 하루다.
    그래서일까. ‘하루=24시간’의 상식이 법과 충돌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1월 4일 월요일 오전 10시에 만나 사흘 내 돈을 갚으라고 한다면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은 언제일까. 상식적 시간 개념으로만 따진다면 72시간 후인 1월 7일 오전 10시가 돼야 한다. 하지만 민법상 정해진 시간은 1월 7일 밤 24시까지가 된다. 민법에 법적 기간의 초일(첫째 날)은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157조).
    더욱 조심해야 할 대목은 시간을 역산하는 경우다. 어떤 회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려면 일시와 장소, 안건을 보통 사흘 전 통지해야 한다. 이사회를 1월 15일 오전 10시 정각에 개최하려 한다면, 최소한 11일 밤 24시까지는 통지해야 한다. 언뜻 생각하기엔 72시간 이전인 12일 오전 10시까지 통지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역시 초일은 산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적용돼 15일 당일은 계산에서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14일 밤 24시를 기준으로 사흘 전, 즉 11일 밤 24시가 제한선이 되는 것이다. 개최 통지 기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의 결의 자체가 무효이므로 이 부분은 아주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이 밖에 기간의 말일이 공휴일일 때는 그다음 날까지가 제한선이 된다. 기존에는 토요일이 계산상 문제가 돼왔지만 현재는 민법을 개정해 공휴일과 같이 연기하게 됐다. 결국 돌아오는 월요일까지로 기한이 연장되는 셈. 따라서 채무 변제일 등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60갑자로 매년마다 해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60년을 넘게 사는 현대인에겐 이 개념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혼란은 법이 가장 싫어하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병신(丙申)년이란 새해 이름은 새겨볼 만하다. 큰 빛(丙)과 결실(申)이 마주했으니 호주머니가 작아져도 나눠 써야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6년 병신년 가장 큰 복은 나눠 쓸 사람을 얻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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