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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테리어는 발주자가 어떻게 작업을 지시하느냐에 따라 업자의 대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필자는 문제되는 사항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어떤 식으로 공사해달라고 확실하게 요청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요구 없이 그냥 “예쁘게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 업자들이 알아서 한다. 특히 이런 경우 하자가 발생해도 업자가 “그거 원래 그런 거예요”라며 은근슬쩍 뭉개고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업체를 소개해준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거래한 중개업소에 먼저 물어보라
견적을 잘 받는 데도 노하우가 있다. 먼저 집을 사거나 빌릴 때 거래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하면 좋다. 많은 사람이 인테리어 문제로 부동산중개업소에 연락하다 보니 일 잘하는 공인중개사는 인테리어업체부터 공정별 업자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동네 인테리어업체를 방문하는 것이다. 동네 업체가 좋은 것은 동네 여론을 의식해 사장이 친절하고, 가격 또한 저렴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또 견적을 도급으로 받더라도 전체 공사가 아닌 필요한 공정만 따로 진행할 수 있고, 이래저래 잡다한 일과 애매한 공사들을 시키기에도 좋다.
세 번째는 인터넷으로 손품을 파는 것이다. 손품을 많이 팔수록 발품이 줄어든다. 거주지 주변의 업체 위주로 찾아보고, 괜찮은 업체를 찾았다면 먼저 통화해본 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대화를 통해 업자와 궁합이 잘 맞을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공정별 업자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가 많다. 급할 때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작업자의 실력을 검증할 수 없다. 일을 잘하는 업자를 만나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어떻게 이 실력으로 일할 수가 있지? 인건비 자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업자가 너무 많다. 책임감도 없어 공사를 거칠게 하는 건 기본이고, 하자 보수는 꿈도 꿀 수 없다. 심지어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고 하고서는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그럴 땐 차라리 동네 철물점이나 인력사무소 사장으로부터 소개받는 게 더 낫다. 적어도 그분들 눈치를 봐서라도 대부분 잘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견적을 잘 받으려면 이런 사항들을 기본으로 삼고 공정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사별로 업자를 어떻게 잘 고를지 ‘막퍼줘 2호집’의 실전 사례를 통해 6개 공정별로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자.
①PL창호(새시) 공사
“세금계산서 발행과 업체별 가격 비교 필수”
막퍼줘 2호집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자리한 아파트다. 새시업체는 상계동에 있거나 적어도 노원구에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 지금 경기 수원에 산다고 수원 근처의 새시업체를 찾는 게 아니라, 상계동에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해당 아파트 단지의 새시 공사를 가장 많이 한 업체를 찾는 게 중요하다. 새시는 발코니 형태에 따라 설치 방법과 모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를 많이 해본 업자가 아무래도 노하우가 많고 가격도 저렴한 법이다.
또 ‘세금계산서’ 발행이 가능한 업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을 매매하면 양도소득세를 내는데, 이때 새시는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새시 외에 발코니 확장, 보일러 등 난방시설 교체 비용도 필요경비에 포함될 수 있다.
새시업체에 견적을 의뢰하면 금액만 달랑 적어서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떤 제품을 설치하는지 확인해야 된다. 새시는 제품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같은 제품이라도 업체들 간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새시는 원자재로 새시의 구성요소를 만드는 제조사, 이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공업사, 최종 시공하는 대리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제조사는 발주량이 많은 대리점에 저렴한 금액으로 납품하고, 이 대리점은 소비자에게 공급 가격을 낮게 낼 수 있어 경쟁력이 생긴다. 대리점은 대부분 한 제조사의 브랜드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를 같이 취급한다. 즉 ‘영림’을 주로 취급하지만 ‘LG제품’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견적을 받을 때는 업체가 취급하는 브랜드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같이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A등급의 브랜드가 C등급의 브랜드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②욕실 공사
“종합건자재상에서 견적부터 뽑자”
욕실 공사는 바닥·벽 타일 시공, 도기 및 수전류 설치, 천장 공사 등을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이 좋다. 이런 업체들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많이 알려진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을 비롯해 경기 안양유통단지, 서울 도봉구 디에스대성하우징, 경기 일산 JC자재 백화점, 광주 리오 건축자재공구백화점 등 곳곳에 있다. 이런 대형 종합건자재상의 좋은 점은 한자리에서 모든 욕실 자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견적을 받는 요령은 욕실 크기를 알려주고 “덧방 시공할 예정인데, 기본 마감으로 금액을 뽑아주세요”라고 얘기한다. 매장이 그렇게 바쁘지 않다면 그 자리에서 견적을 뽑아준다. 견적서에 명시된 제품이 어떤 것들인지 직접 확인한 뒤 기본 사양에 포함되지 않는 마감재들, 예를 들어 샤워부스, 젠다이(세면대 위에 설치하는 선반) 등에 대한 견적도 추가로 요청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막퍼줘 2호집처럼 욕조만 추가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처음부터 철거를 언급하지 말고 일단 견적을 받은 뒤 철거 얘기를 꺼내는 것이 좋다. 욕실 타일을 전체 철거한 뒤 재시공하지 않고 덧방 시공만 하더라도 천장재, 양변기, 세면기, 욕실장, 수전류 및 액세서리 등 기본 마감재들은 철거해야 되는데, 이때 마음씨 좋은 사장님은 욕조 철거비를 별도로 받지 않고 기본 마감재 철거 시 같이 해주기도 한다. 그럼 욕조 철거비 15만 원을 자연스럽게 아낄 수 있다.
욕실 공사 전체를 진행할 수 있는 업체는 동네에도 있고, 의외로 가격이 괜찮은 곳도 많다. 막퍼줘 5, 6호집도 동네 타일 가게를 통해 진행했다. 대형 종합건자재상을 왔다 갔다 하려면 하루가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동네 가게는 바쁜 직장인에게는 시간적 부담을 줄여준다. 동네 업체가 무조건 싸지는 않으니까 비교한 뒤 결정할 것을 권한다.
인터넷에 ‘욕실 리모델링’으로 검색하면 많은 업체가 나온다. 이들 중에는 덧방 시공 기준 전체 수리 가격이 160만 원(중국산 기준)에서 시작하는 업체도 있으니 가격 위주로 공사하려면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벽타일 크기가 요즘 많이 쓰는 300×600mm가 아닌 250×400mm인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다른 제품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크기를 바꾸거나 국산으로 변경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해 어느새 200만 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한샘바스, 이누스바스(IS동서), 대림바스는 욕실만 공사하는 리모델링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200만 원을 넘긴 하지만, 공사 후 애프터서비스 문제로 골치 썩는 것이 싫다면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홈쇼핑에서 많이 판매하는 ‘패널’ 제품은 타일이 아니니 해당 업체와 상담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