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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민주화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보통 4가지 지수가 자주 인용된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자유지수(Freedom Index), 프랑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Democracy Index),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TI)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CPI)다.
세계자유지수 80점대, 언론자유지수 급등
올해 초 발표된 ‘세계자유보고서’(기준 연도 2018년)에 따르면 자유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전체 195개국 가운데 87개국이다. 한국은 83점으로 61위에 올라 여기에 포함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이던 2016년에는 82점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84점이었다(표1 참조).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한국 PR지수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처음으로 1점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2점이 된 이후 계속 2점대에 머물고 있다. 또 프리덤하우스는 1980년 이후 매년 언론자유지수도 발표해왔다. 한국은 2002~2010년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됐으나 2011년부터 ‘부분적 자유(partly free)국’으로 강등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7년(기준 연도 2016년) 이후 2년째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럼 헝가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프리덤하우스의 2018년 조사에서 70점으로 89위를 기록하며 ‘부분적 자유국’으로 평가받았다. 헝가리는 2017년 조사까지만 해도 72점을 받으며 84위를 기록해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됐으나 1년 만에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됐다. 문재인 정부와 점수는 13점, 순위는 28위 차이가 난다. 세계자유보고서는 헝가리를 첫 번째 요주의 나라로 지목했다.
반면 헝가리는 2018년 조사에서 29.11점으로 73위를 기록했다. 등급 역시 3단계인 ‘유의해야 할 상황’으로 분류됐다. 문재인 정부에 비해 순위가 30위 밑이다. 오르반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한국보다 3위 위인 67위였고, 2018년에는 73위로 6위 하락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에 비해 27위 올라섰다.
민주주의지수 20위 안팎, 부패인식지수 40위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에 입각한 세계지도 [EIU]
1월 8일 발표된 2018년 민주주의지수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167개국 가운데 ‘완전한 민주주의’는 모두 20개국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8.0점으로 21위를 기록했지만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중에선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일본(22위)과 미국(25위)보다 순위가 위다(표3 참조).
그럼 헝가리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2018년 조사에선 6.63점으로 아프리카 가나와 함께 공동 57위로 평가됐다. 한국보다 점수로는 1.37점, 순위로는 36위 아래다.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도 하위권으로 처졌다. 헝가리는 2010년 집권한 오르반 정부 초반까지만 해도 7점대를 받다 2012년 처음으로 6점대를 받은 이후 계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의 2019년 세계자유보고서 표지. ‘자유(FREEDOM)’를 불태우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 맨 아래)도 보인다. [프리덤하우스]
2018년 조사에서 트럼프 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71점을 받아 21위를 차지했는데, 미국이 2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은 부패 상황이 계속 악화돼 ‘관찰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오르반 정부가 이끄는 헝가리도 ‘관찰국가’에 포함됐다. 헝가리는 46점을 받아 64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19위 아래였다. 2016년 한국과 헝가리의 격차는 점수로는 5점, 순위로는 5위였지만 2018년에는 각각 11점, 19위로 벌어졌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면 전임 정부에 비해 향상된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헝가리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외신기사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여당 대표가 오래전 폐기된 국가원수모독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나, 여당 대변인이 해당 외신기자를 ‘검은머리 외신기자’라고 한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평가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