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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헝가리 정부보다 덜 민주적인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본 문재인 정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입력2019-03-2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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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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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 측면에서 헝가리오르반 정부 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퇴보한 대표적 나라로 비판받고 있다. 과연 이 지적이 맞을까.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객관적 평가는 어떻게 될까. 

    한 국가의 민주화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보통 4가지 지수가 자주 인용된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자유지수(Freedom Index), 프랑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Democracy Index),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TI)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CPI)다.

    세계자유지수 80점대, 언론자유지수 급등

    먼저 미국 위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자유지수를 보자. 프리덤하우스는 1972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자유도를 비교, 평가하는 세계자유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이때 척도로 삼는 것이 세계자유지수다.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s·PR)와 시민자유(Civil Liberties·CL) 2가지 범주를 놓고 1~7(낮을수록 좋고 높을수록 나쁘다)로 계수화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이를 100점 만점에 몇 점인지 환산한 값을 같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세계자유보고서’(기준 연도 2018년)에 따르면 자유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전체 195개국 가운데 87개국이다. 한국은 83점으로 61위에 올라 여기에 포함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이던 2016년에는 82점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84점이었다(표1 참조).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한국 PR지수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처음으로 1점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2점이 된 이후 계속 2점대에 머물고 있다. 또 프리덤하우스는 1980년 이후 매년 언론자유지수도 발표해왔다. 한국은 2002~2010년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됐으나 2011년부터 ‘부분적 자유(partly free)국’으로 강등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7년(기준 연도 2016년) 이후 2년째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럼 헝가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프리덤하우스의 2018년 조사에서 70점으로 89위를 기록하며 ‘부분적 자유국’으로 평가받았다. 헝가리는 2017년 조사까지만 해도 72점을 받으며 84위를 기록해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됐으나 1년 만에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됐다. 문재인 정부와 점수는 13점, 순위는 28위 차이가 난다. 세계자유보고서는 헝가리를 첫 번째 요주의 나라로 지목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RSF의 언론자유지수는 2002년부터 발표됐다. 0점이 만점이고 점수가 높을수록 언론자유도가 나쁘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4월 발표된 한국의 RSF 언론자유지수는 23.51점으로 43위를 기록했다. 5개 등급 가운데 2단계에 해당하는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엔 28.58점으로 70위, 정권교체기인 2017년엔 27.61점으로 63위였다. 둘 다 3단계에 해당하는 ‘유의해야 할 상황’으로 분류됐다. 2년 사이 순위는 27위, 5개 등급 중 1단계가 뛰어올랐으니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나빠졌다고 보기는 힘들다(표2 참조). 

    반면 헝가리는 2018년 조사에서 29.11점으로 73위를 기록했다. 등급 역시 3단계인 ‘유의해야 할 상황’으로 분류됐다. 문재인 정부에 비해 순위가 30위 밑이다. 오르반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한국보다 3위 위인 67위였고, 2018년에는 73위로 6위 하락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에 비해 27위 올라섰다.

    민주주의지수 20위 안팎, 부패인식지수 40위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에 입각한 세계지도 [EIU]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에 입각한 세계지도 [EIU]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조사기관인 EIU가 2006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를 살펴볼 차례다. ‘선거절차 및 다원주의’ ‘시민의 권리’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등 5가지 범주에 대한 10점 만점 지수를 토대로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 있는 민주주의’ ‘혼종 체제’ ‘권위주의 체제’ 4단계로 분류한다.

    1월 8일 발표된 2018년 민주주의지수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167개국 가운데 ‘완전한 민주주의’는 모두 20개국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8.0점으로 21위를 기록했지만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중에선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일본(22위)과 미국(25위)보다 순위가 위다(표3 참조).


    한국은 2008년 이후 8.0점을 넘게 받으며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되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7.92점으로 24위에 그치며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떨어졌다. 그러다 2017년 촛불집회로 권력교체를 앞당기면서 8.0점으로 20위 안에 들며 다시 ‘완전한 민주주의’로 복귀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21위(7.98점)였다.

    그럼 헝가리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2018년 조사에선 6.63점으로 아프리카 가나와 함께 공동 57위로 평가됐다. 한국보다 점수로는 1.37점, 순위로는 36위 아래다.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도 하위권으로 처졌다. 헝가리는 2010년 집권한 오르반 정부 초반까지만 해도 7점대를 받다 2012년 처음으로 6점대를 받은 이후 계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의 2019년 세계자유보고서 표지. ‘자유(FREEDOM)’를 불태우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 맨 아래)도 보인다. [프리덤하우스]

    프리덤하우스의 2019년 세계자유보고서 표지. ‘자유(FREEDOM)’를 불태우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 맨 아래)도 보인다. [프리덤하우스]

    마지막으로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 TI의 부패인식지수가 있다. 1995년부터 각 나라별로 정치인과 공무원이 얼마나 부패했다고 느끼는지를 세계경제포럼, 세계은행, 프리덤하우스, EIU 등 10개 이상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 대상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매년 발표되는 국가별 청렴도 인식 조사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도가 낮다. 

    1월 발표된 2018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7점을 받아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공동 45위에 올랐다. 2017년 54점을 받아 51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6위 상승한 것이다. 2016년 조사에선 53점이었다(표4 참조). 

    2018년 조사에서 트럼프 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71점을 받아 21위를 차지했는데, 미국이 2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은 부패 상황이 계속 악화돼 ‘관찰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오르반 정부가 이끄는 헝가리도 ‘관찰국가’에 포함됐다. 헝가리는 46점을 받아 64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19위 아래였다. 2016년 한국과 헝가리의 격차는 점수로는 5점, 순위로는 5위였지만 2018년에는 각각 11점, 19위로 벌어졌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면 전임 정부에 비해 향상된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헝가리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외신기사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여당 대표가 오래전 폐기된 국가원수모독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나, 여당 대변인이 해당 외신기자를 ‘검은머리 외신기자’라고 한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평가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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