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위험 감수하고 몰카 찍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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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의 몰래카메라(몰카) 촬영 및 유포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던졌다.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이 마약 유통 논란, 가수 승리의 성 접대 알선 의혹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정씨가 자신이 몰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더욱이 그는 3년 전에도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성과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한 것만으로도 부족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는 사실에 수많은 여성이 분노하고 있다. 남자들도 당연히 정씨를 비난하지만, 일부는 그가 촬영했다는 동영상을 찾아보려 한다고 하니 매우 씁쓸하다. 앞으로 경찰 수사가 더 진행돼야 자세한 상황이 알려지겠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관점에서 연예인 몰카 촬영 및 공유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부분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째, 연예인이 왜 위험한 몰카 촬영을 하는가. 

연예인은 공인으로 대우받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존재다. 유명 연예인은 상당한 부를 거머쥐며 화려한 삶을 영위한다. 대중이 외면하는 순간 인기는 추락하고 더는 많은 돈을 벌 수 없다. 따라서 소위 ‘스타’ 경지에 이른 연예인은 대중의 반응과 평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인기 유지를 위해 이미지 관리는 물론, 언행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몰카는 불법이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올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카 촬영을 감행한 것은 그 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성관계 자체가 주는 쾌감도 있겠지만, 상대를 몰래 촬영하면서 느끼는 쾌감이 더 컸을 수 있다. 상대를 잠시 소유했다고 믿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동영상으로 남기는데, 사람은 결코 타인을 소유할 수 없기에 이는 잘못된 소유 욕구다. 상대가 동의했다면 몰카가 아닐 테고, 동의하지 않으면 몰래 찍으면 된다. 여하튼 동영상은 ‘나’의 소장품 목록의 하나로 등재된다. 



성관계 동영상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이 엄청난 성적 능력을 가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여자를 잘 유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이 일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들키지 않았다면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도 사그라진다. 급기야 불안보다 스릴을 느끼게 된다. 또한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라면 더 특별한 경험과 자극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을 수도 있다.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뉴시스]

둘째, 연예인이 왜 몰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가. 

이제는 혼자 수시로 꺼내 보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소장품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고 싶다. 슬쩍 보여줬더니 다들 대단하다 하고, 심지어 자신의 소장품도 보여준다. ‘나는 역시 대단한 남자다, 저들은 감히 실행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해냈으니 저들은 대리만족이라도 할 것이다, 나를 우러러보며 칭송하겠지, 도덕성을 들먹이며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사실 속으로는 부러워할 거야….’ 도덕적 마비와 함께 인지적 왜곡마저 일어난다. 

어느 틈에 불법행위에 대한 인식이 줄면서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소수의 폐쇄적 집단과 몰카 영상을 마음껏 공유한다. 외부로 알려질 확률도 거의 없으므로 안심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출연자, 장소, 상황, 연출이 다양할수록 ‘창작 욕구’는 더 커진다. 공유가 지속되는 이유는 그 구성원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라도 멈추라고 따끔하게 충고하거나 역겨워하는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면 공유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데리고 노는 상대로만 여겼고, 마치 물건처럼 생각해 성적인 감각의 차이를 느끼고자 했다. 맛있는 음식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거나 외국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친구들과 돌려 보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 몰카 촬영자의 대담무쌍한 무용담에 감탄했을 개연성도 다분하고, 피해 여성들에 대한 품평회가 열렸을 수도 있다. 

몰카가 매우 위험하고 악질적인 이유는 촬영자에게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남자다. 모든 사람 혹은 남자가 몰카를 찍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런 측면에서 몰카를 찍는 일반 남성과 연예인 남성의 심리적 차이는 거의 없다. 정씨는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한, 주로 연예인들로 구성된 폐쇄적 공간에서 몰카 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셋째, 몰카 촬영은 중독성이 있는가. 

몰카를 찍는 촬영자의 심리적 흐름을 추정해보자. 먼저 상대방이 전혀 모를 때 그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긴장한 채 조심하며 성관계를 진행하고 그것이 끝난 뒤 몰래 촬영된 동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큰 성취감을 얻는다. 들키지 않고 성공했으니 안도감과 함께 성공의 기쁨이 몰려온다. 바로 이러한 감정이 중독성의 시초다. 

중독성의 요체는 쾌감이다. 행위 중독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일어난다. 인터넷, 게임, SNS, 유튜브, 쇼핑, 도박, 섹스 등등. 그리고 여러 가지가 복합, 중첩돼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과 게임에 동시에 중독될 수 있다. 섹스 중독자는 몰카에 중독되기 쉽다. 섹스 한 가지만 하는 것보다 몰카를 함께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처음 몰카 촬영을 했을 때 흥분 정도가 매우 컸다면 점차 몰카 촬영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몰카를 찍다 상대에게 걸리면? 동의를 요구한다. 거절당하면? 촬영한 것을 삭제하고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상대가 크게 화를 내면 싹싹 빌거나 역으로 이미 찍은 동영상으로 협박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대처 요령을 여러모로 생각했을 테다. 

만약 첫 번째 몰카 촬영 때 쾌감에 의한 흥분보다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컸다면 두 번 다시 몰카 촬영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술을 마실 때 기분이 무척 좋았던 사람과 오히려 괴롭기만 했던 사람 중 누가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을지 생각해보라.

스타에 대한 배신감, 그다음에 오는 것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실소유주 의혹과 해외 투자자 성접대 알선 의혹으로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가수 승리. [동아DB]

넷째, 대중은 왜 이번 몰카 사건에 엄청난 반응을 보이는가. 

정씨가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좋아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했던 연예인이 범법 행위의 피의자가 되다니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몰카뿐 아니라 도박, 마약, 사기, 폭력, 이성관계, 음주운전 같은 사건에서도 대중은 마찬가지 반응을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에 여성 연예인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있기에 일부 남성이 해당 여성의 동영상을 찾아서 보고자 하는 관음증적 욕구를 억누르지 않는다. 성욕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지만, 비뚤어지고 추악한 성 욕구를 끄집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과거 여성 연예인이 몰카 동영상의 피해자로 고통받을 때도 많은 남성이 문제의 동영상을 시청하고자 했다. 사회 전반에 관음증적 성도착증이 휩쓸고 갔다. 지금은 비록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처벌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자제하고 있겠지만, 사람들의 무의식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인간의 악마적 본성이 자극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해당 동영상을 찾아보는 순간 피해 여성을 마음속으로 간음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연예인의 몰카는 대중을 실망시키고 분노하게 만드는 동시에,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양면성이 있다. 그러므로 유명 연예인은 이 시점부터 다시 조심해야 한다. 젊고 건강하며 혈기왕성하다 해도 이미 사회적 공인의 위치에 있음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