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구 동구 숙천초에서 겨울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달려나오고 있다. [뉴시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교육부는 ‘2015학년도 학사 운영 다양화·내실화 추진계획’을 발표해 방학 일정을 학교 자율에 맡겼다. 당시 교육부는 이 계획의 취지에 대해 “‘긴 수업, 긴 방학’의 관행적인 학사 운영에서 벗어나 단위 학교별로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는 수업-평가-휴식의 조화로운 학습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율을 높이며, 취약 시기의 형식적인 수업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각 학교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원,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학사 일정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가 제시한 여러 학사 운영 모형 가운데 가장 많이 현실화된 것은 ‘2월 등교 기간 최소화형’이다. 여름·겨울방학 일정을 조정해 2월에 학사 운영을 하지 않거나, 2월 등교 기간을 종업식 또는 졸업식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이에 많은 학교가 12월에 하던 겨울방학을 1월로 늦추는 대신 2월 봄방학을 없애고 3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개학하는 것으로 학사 일정의 가닥을 잡았다. 1월과 2월에 ‘통방학’을 누리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추세다.
봄방학이 사라지면서 생겨난 변화가 있다. 바로 빠른 졸업식과 종업식. 2월 한 달을 겨울방학에 편입시키면서 덩달아 2월에 진행하던 졸업식과 종업식이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당겨진 것이다. 이 때문에 2월 졸업식은 사라지고, 1월 초 심지어 12월 말에 졸업식을 하는 학교들도 있다.
졸업식은 12·1월로
각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봄방학 없는 겨울방학과 이른 졸업식은 지역별로 도입 비율에 큰 차이가 있었다(그림 참조).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봄방학 없는 겨울방학을 시행하는 지역은 세종시다. 세종시내 유치원을 포함해 모든 학교 116곳이 세종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괄적으로 1월에 졸업식·종업식으로 학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주는 초중고교 97.4%(196개교 가운데 191개교)가 1월 졸업식을 치르고 봄방학을 건너뛴다. 종전처럼 2월에 졸업하는 학교는 남녕고 한 곳뿐이며, 나머지는 12월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도 적극적이다. 80%의 학교(초중고 2372개교 중 1900개교)가 1월 중 방학식과 동시에 졸업식·종업식을 하고 봄방학을 없앴다. 초교는 전체의 88.17%(1268개교 중 1118개교), 중학교는 76.5%(631개교 중 483개교), 고교는 63.2%(473개교 중 299개교)에 달한다. 전년에 경기도내 초교의 24%가량만 이 같은 학사 일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보다 낮은 수치이긴 해도 인천시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간다. 인천시내 37%(초중고 510개교 중 189개교)의 학교가 1월에 졸업식과 동시에 학사 일정을 마무리한다. 초교는 35%(251개교 중 90개교), 중학교는 26.8%(134개교 중 36개교), 고교는 50.4%(125개교 중 63개교)다.
대구시와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내 학교의 20% 이상이 졸업식을 1월로 앞당겨 진행한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졸업식을 1월에 하는 초중고·특수학교는 27%(440여 개교 중 119개교, 졸업생이 없는 신설 학교 등은 제외)에 달한다. 전년에는 9개교에 불과했다. 대구시의 경우 석면 천장 제거사업이 방학 때 진행돼 학사 일정이 앞당겨진 측면도 있다. 광주시 역시 초중고 313개교 중 1월에 졸업식을 하는 학교는 전체의 83.7%인 262개교다. 전년에는 1.29%에 불과했다.
다른 지역보다 그 수가 한참 적지만, 서울 역시 봄방학 없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2월 또는 1월에 졸업식을 하는 학교는 17.7%(초중고 1304개교 중 232개교)로 나타났다. 초교는 596개 중 11개에 불과하지만, 중학교는 388개 중 147개, 고교는 320개 중 74개다. 지난해 각각 1~7개교이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부산을 포함한 경북·경남지역 학교는 대부분 2월 졸업식을 고집하고 있다.
학교는 환영, 맞벌이 부부는 ‘곤란’
이처럼 졸업식과 종업식이 당겨지고, 봄방학이 없어지는 학사 일정은 학교나 교사 처지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그동안 교사들은 2월에 졸업식과 학사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학교생활기록부 마감, 연간 학사 일정 및 새 학기 교육계획안 작성 등을 한꺼번에 해야 했다. 겨울방학과 동시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진행하면 두 가지 일이 나뉘어 교사들은 1월 초 학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2월에는 새 학기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그러나 학부모나 학생 사이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학부모 서민정 씨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한두 주 학교에 가는데, 그 짧은 기간에 과연 뭘 배우겠느냐”며 “들뜨고 어수선한 마음으로 등교하느니, 모든 학기를 마친 뒤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인천에 사는 김지은 씨는 “1, 2월이 쭉 방학이면 방학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의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어 좋지만, 아이가 1월 넘어서까지 계속 학교에 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점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방식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 주민 임누리 씨는 “절반은 학교에 가고 절반은 방학인 2월은 3월 새 학기를 준비하는 완충 역할을 해왔다”며 “봄방학이 없어지고 졸업이 빨라지면서 일찍 졸업하고 새 학기에 들어가기까지 긴 시간을 갖게 된 아이를 관리하는 데 애를 먹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박은경 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데, 방학 일정이 서로 다르면 학원이나 가족여행 같은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복잡해진다”며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봄방학 없는 겨울방학 도입이 크게 증가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법정 의무 수업일수만 채우면 교장 재량에 따라 학사 일정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효율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이른 졸업식·종업식과 긴 겨울방학은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