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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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불확실을 이기는 투자법 -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가치주 각광받는 시대 다시 올 것”

“순현금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104개 기업 눈여겨봐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9-01-1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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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가치투자가 최상의 투자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요즘 같은 시대에 돈을 잃지 않고 꾸준히 금리 이상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싶은 투자자에게는 분명 효과적인 투자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투자업계에서 ‘가치투자의 대가’로 통하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내재가치가 우량한 가치주가 다시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기업 본질과 상관없는 이유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재가치에 수렴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평가의 3대 요소

    2019년 한 해 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성장가치와 자산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특이한 장세가 올 것 같아요.” 

    어떤 장세를 예상하기에 특이하다고 하는 겁니까. 



    “가치평가의 3대 요소가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입니다. 과거에 이미 확보된 가치가 안정성을, 현재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수익성을 보여준다면 미래에 발생할 가치는 성장성을 의미합니다. 지난 4년은 아마존과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 플랫폼기업들이 시장 랠리를 주도한 성장성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피 전체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면서 순현금 기업이 속출하고 있거든요.” 

    이 대표는 코스피 기업의 평균 PBR 0.8이 갖는 의미에 대해 “기업이 보유한 총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다는 것은 현 영업가치가 제로(0)에 거래된다는 의미”라며 “굉장히 저평가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산가치가 주목받으면 내재가치 수준만큼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올해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에 따라 배당을 확대할 개연성이 큰 만큼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치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가입자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도입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 등도 올 한 해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운용사들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제안할 테니까요.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에이전트 코스트가 낮아져 지금까지 기업가치가 높은데도 저평가됐던 기업이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전트 코스트는 무슨 뜻인가요. 

    “우리말로 대리인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이 일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현금을 활용하지 않고 쌓아둔다든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벌여 자금을 탕진한다든지, 경영진의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한다든지 등이 에이전트 코스트라고 볼 수 있겠죠. 주주들은 에이전트 코스트를 낮추려고 충분한 배당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경영진이 주주들의 요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앞으로는 현금 보유가 많은 기업은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큽니다. 배당을 늘리면 배당률이 올라가는 만큼 수익률이 높아질 테고, 배당하면 그에 따라 주가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성장주도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플랫폼기업들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대신 바이오와 콘텐츠, 인공지능(AI) 등 새 분야에서 성장가치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시장에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장이냐 가치냐로 구분하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성장투자는 가치투자의 3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안정과 수익, 성장성 등 3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가 가치투자입니다. 특별히 미래 성장성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모멘텀투자로 볼 수 있죠. 비교하자면 가치투자는 성장투자와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모멘텀투자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 vs 모멘텀투자

    모멘텀투자라면? 

    “시장에서 흔히 ‘호재’로 일컫는 ‘모멘텀’을 보고 하는 투자를 뜻합니다. 상승 추세를 보이는 종목을 재빠르게 매입해 시장의 유행을 좇는 전략이죠. 그런데 어떤 아이템이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주’인지를 알아맞히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제 전공 분야도 아니고요. 저도 성장성이 있는 분야인지를 고려하긴 하지만, 현재 수익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 과거 기업 활동을 통해 얼마만큼 자산가치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치투자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가치투자는 대박을 노리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돈을 잃지 않는 가장 확실한 투자법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의 가치투자는 운영 실적이 잘 말해주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수익률 1064%로 코스피 상승률(137%)보다 약 7.7배 초과수익을 거뒀다. 10년 투자 주식형 누적수익률도 120%로 코스피 대비 76% 초과수익을 냈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란 시장의 비합리성으로 발생하는 가치와 가격의 차이를 취하는 전략”이라며 “현재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보유한 순현금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기업이 104개에 이른다. 내재가치가 있는 기업을 잘 찾아내 투자한다면 불확실성을 이기는 확실한 투자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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