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내벽이 늘어나 주머니처럼 변한 모양. 이 증상이 심해지면 대동맥이 갑자기 파열될 수 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내보내진 혈액이 모세혈관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통과하는 관문이다. 대동맥을 통과한 혈액은 모세혈관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른다. 인체 모든 모세혈관으로 혈액을 갈라주다 보니 대동맥은 혈관 중에서도 가장 크고 혈류량도 많다. 따라서 이 거대 혈관이 파열되거나 훼손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이런 대동맥질환이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복통, 호흡 곤란 외에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 하지만 질환이 발전해 혈관이 파열되면 환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대동맥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기검진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동맥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대동맥류다. 일반적으로 흡연 이력이 있고 혈압이 높은 65세 이상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대동맥 내벽은 노화와 흡연, 동맥경화 등 여러 이유로 점차 탄력을 잃고 얇아져 늘어지면서 주머니 모양이 되는데, 대동맥 파열은 어느 순간 혈압과 엄청난 혈류량으로 이 주머니가 터지면서 발생한다. 이후 상황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동맥이 파열된 환자는 응급처치를 받더라도 1시간 내 최소 80% 이상이 사망한다.
대동맥질환은 대동맥류 외에도 다양하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내벽 안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 내벽 사이로 혈액이 새는 증상을 가리킨다. 방치하면 대동맥 혈액의 압력에 의해 혈관 벽이 세로로 찢어지면서 파열할 수 있다. 여성 환자 비중이 대동맥류 보다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박리는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이 경우 겉으로 드러난 환자의 부상 부위에 신경이 쏠려 정작 미세하게 찢어진 대동맥을 발견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입원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 환자가 대동맥박리로 급히 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잖다.
대동맥질환은 미리 발견만 하면 스텐트 그래프트(stent graft) 이식술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대동맥류는 복부초음파 등 검사로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자각증상 등을 통해 미리 신호를 보내지 않는 대동맥류의 특성 때문에 환자 본인이 질병 유무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꾸준한 건강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무엇보다 혈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집안에 고령자가 있다면 고혈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젊은 사람보다 대동맥이 약해 혈압이 조금만 올라가도 내벽이 늘어지거나 작은 균열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한 건강검진 등을 통해 대동맥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흉통이나 복통이 왔을 때 대동맥 등 혈관 이상을 염두에 두고 즉시 병원을 찾는 자세도 필요하다. 교통사고 또는 산업재해 등으로 흉부나 복부에 충격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