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거대한 야심이다. 도발적이고 원숙하며 대담하다. 스케일과 디테일이 촘촘하게 조화됐다. 질주하며 이륙하고 활강한다. 칵스(The Koxx) 2집 ‘the new normal’(사진) 얘기다. 데뷔 5년 차인 이 밴드는 두 번째 앨범을 통해 재능을 확장하고 약점을 극복한다. 약속한다. 이 앨범은 볼륨을 높이고 들을수록 좋다. 볼륨과 아드레날린이 정비례한다.
칵스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헬로 루키’가 배출한 또 하나의 스타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등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2008년에 이어 2009년 아폴로 18, 데이브레이크 등과 함께 등장했다.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에너지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주력은 수많은 팀 가운데 주머니 속 송곳 같다 할 만했다.
독특한 이력도 눈에 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동창으로 구성돼 있으되 실용음악의 정형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이론의 틀에 갇혀 정작 음악이 주는 재미를 놓치기 일쑤인 수많은 ‘메이드 인 실용음악’과 달리, 이들은 먼저 놀 줄 알았다. 그것도 정말 잘 놀았다. 그 나이 때 밴드에게 있어야 할 ‘똘끼’와 막연한 욕망을 구체화하는 노련함을 모두 갖췄다. 멤버들이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악기를 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어쨌든 이들은 1980년대 후반 출생자가 주가 된 밴드 가운데 단연 주목할 만한 팀이었다.
심플하고 거칠었고 폭발적이던 데뷔 EP(이피반), 록과 일렉트로니카가 양수겸장을 이뤘으나 넘쳐나는 욕심이 다소 아쉬웠던 1집, 그리고 실험적이던 1.5집까지 칵스의 성장곡선엔 정체기가 없었다. 비슷한 연배 소녀들을 무대 앞에서 점프하게 만들 수 있고, 열광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팀이기도 했다. 2010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그들은 밤의 지배자가 됐고 다른 수많은 무대를 통해 아이돌 부럽지 않을 만큼 충성적인 팬들을 만들어냈다. 일본과 동남아를 누비며 해외에서도 팬층을 확보했다. 가사 대부분을 영어로 썼다는 건 해외 활동에서 분명한 장점이 됐다.
‘the new normal’은 2012년 발매된 1.5집 ‘bon voyage’ 이후 공개된 컴백 작품이다.
3년의 공백 동안 군대에 다녀온 멤버들도 있고, 그사이 다른 멤버들은 프로듀서 및 작곡가로 활동하거나 다른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해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는 숀, 베이스 연주자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라이프 앤 타임의 앨범을 낸 박선빈이 그렇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the new normal’을 듣고 나니 그 기다림은 칼을 가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을 들으며 ‘이 음악들을 들려주고 싶어 얼마나 목이 탔을까!’라는 탄성이 나는 것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도처에 있다. 이질적일 수도 있는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스펙터클하면서도 매끄러운 곡들로 완성된다. 인상적인 멜로디가 도처에 들어차 있고 기타 리프와 신서사이저 루프가 화려한 검무(劍舞)처럼 합을 이룬다. 정규 1집에서 아쉬운 점이던 과도한 욕심도 몇 년간 쌓인 세월 동안 정제됐다. 변화무쌍하며 빈틈없는 조각들이 불꽃처럼 터지되 기승전결의 드라마에 불필요한 방점을 찍지 않는다. 인산인해의 페스티벌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그리고 더 큰 무대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 젊은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섬세한 음과 리듬이 모여 모자이크가 되는 노래들이 있다. 빠른 제로백과 부드러운 브레이크를 갖춘 자동차 같다. 유달리 좋은 음반이 쏟아졌던 올해 한국 록신에서 ‘the new normal’은 손꼽히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 앨범을 들으며 몇몇 밴드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뛰어난 1집으로 한껏 치솟았던 기대감을 실망스러운 2집으로 허물어뜨린 이름들이. 그들에게 이 앨범은 흡사 장기하와 얼굴들 2집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이루고 싶었던 방향이자 결과 그대로일 것이다. 한국 록의 현재진행형 문장이 여기 있다. 언제 마침표가 찍힐지 예측할 수 없는 힘 있는 구절들의 행렬로 채워진.
칵스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헬로 루키’가 배출한 또 하나의 스타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등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2008년에 이어 2009년 아폴로 18, 데이브레이크 등과 함께 등장했다.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에너지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주력은 수많은 팀 가운데 주머니 속 송곳 같다 할 만했다.
독특한 이력도 눈에 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동창으로 구성돼 있으되 실용음악의 정형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이론의 틀에 갇혀 정작 음악이 주는 재미를 놓치기 일쑤인 수많은 ‘메이드 인 실용음악’과 달리, 이들은 먼저 놀 줄 알았다. 그것도 정말 잘 놀았다. 그 나이 때 밴드에게 있어야 할 ‘똘끼’와 막연한 욕망을 구체화하는 노련함을 모두 갖췄다. 멤버들이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악기를 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어쨌든 이들은 1980년대 후반 출생자가 주가 된 밴드 가운데 단연 주목할 만한 팀이었다.
심플하고 거칠었고 폭발적이던 데뷔 EP(이피반), 록과 일렉트로니카가 양수겸장을 이뤘으나 넘쳐나는 욕심이 다소 아쉬웠던 1집, 그리고 실험적이던 1.5집까지 칵스의 성장곡선엔 정체기가 없었다. 비슷한 연배 소녀들을 무대 앞에서 점프하게 만들 수 있고, 열광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팀이기도 했다. 2010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그들은 밤의 지배자가 됐고 다른 수많은 무대를 통해 아이돌 부럽지 않을 만큼 충성적인 팬들을 만들어냈다. 일본과 동남아를 누비며 해외에서도 팬층을 확보했다. 가사 대부분을 영어로 썼다는 건 해외 활동에서 분명한 장점이 됐다.
‘the new normal’은 2012년 발매된 1.5집 ‘bon voyage’ 이후 공개된 컴백 작품이다.
3년의 공백 동안 군대에 다녀온 멤버들도 있고, 그사이 다른 멤버들은 프로듀서 및 작곡가로 활동하거나 다른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해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는 숀, 베이스 연주자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라이프 앤 타임의 앨범을 낸 박선빈이 그렇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the new normal’을 듣고 나니 그 기다림은 칼을 가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을 들으며 ‘이 음악들을 들려주고 싶어 얼마나 목이 탔을까!’라는 탄성이 나는 것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도처에 있다. 이질적일 수도 있는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스펙터클하면서도 매끄러운 곡들로 완성된다. 인상적인 멜로디가 도처에 들어차 있고 기타 리프와 신서사이저 루프가 화려한 검무(劍舞)처럼 합을 이룬다. 정규 1집에서 아쉬운 점이던 과도한 욕심도 몇 년간 쌓인 세월 동안 정제됐다. 변화무쌍하며 빈틈없는 조각들이 불꽃처럼 터지되 기승전결의 드라마에 불필요한 방점을 찍지 않는다. 인산인해의 페스티벌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그리고 더 큰 무대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 젊은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섬세한 음과 리듬이 모여 모자이크가 되는 노래들이 있다. 빠른 제로백과 부드러운 브레이크를 갖춘 자동차 같다. 유달리 좋은 음반이 쏟아졌던 올해 한국 록신에서 ‘the new normal’은 손꼽히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 앨범을 들으며 몇몇 밴드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뛰어난 1집으로 한껏 치솟았던 기대감을 실망스러운 2집으로 허물어뜨린 이름들이. 그들에게 이 앨범은 흡사 장기하와 얼굴들 2집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이루고 싶었던 방향이자 결과 그대로일 것이다. 한국 록의 현재진행형 문장이 여기 있다. 언제 마침표가 찍힐지 예측할 수 없는 힘 있는 구절들의 행렬로 채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