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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8월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10억 원어치를 샀다 주가가 올라 12억 원에 판다 해도 양도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양도세를 납부하는 대주주 요건이 15억 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뒤인 2020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익(2억 원)의 20%인 4000만 원을 양도세로 납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2020년 이전에 3억 원어치 주식을 샀다 주가가 5억 원으로 크게 뛰어 이를 매도, 수익을 실현할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2020년 4월 이후에는 매도 차액 2억 원의 20%인 4000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렇듯 똑같은 매도 차익이 발생해도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시점에 따라 양도세를 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정책 방향은 대주주 요건을 크게 완화해 과거에는 소수에게 해당하던 사례를 앞으로는 더 많은 주식투자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투자회사 옵투스자산운용 대표인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대주주의 지나친 자본 이득을 제한하려는 시작은 좋았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나갔다. 25억 원에서 계속 낮춰 3억 원까지 가는 바람에 대주주를 견제하는 과세가 아니라 주식투자를 견제하는 과세의 성격을 갖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주식양도세 부과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것에 대해 일부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거래세 등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내지 않아도 됐던 세금을 내게 됐다는 점에서다.
일부 투자자는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고액투자자가 양도세를 피하려고 연말 즈음 일시에 보유 주식을 내다 팔면 주식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걱정한다. 연말 보유액을 기준으로 양도세 과세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다.
지분율의 경우 하루라도 양도세 부과 기준에 해당하면 대주주로 간주돼 매도 때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반면, 보유액은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기준으로 해당 종목 보유액이 기준 금액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간주된다.
실제로 양도세 납부 대주주 요건이 대폭 완화된 2016년 4월을 전후해 코스닥 지수가 크게 출렁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양도세 부과 기준이 되는 2015년 12월과 대주주 요건이 크게 완화된 2016년 4월 이전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상황이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 완화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도세가 무서워 일부 큰손이 연말에 일시적으로 주식을 팔고 시장을 빠져나가 주가가 떨어지면 소액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논리다.
세금 피하려 연말에 주식 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7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18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예를 들어보자. 2021년 4월 A사 주식 3억 원, B사 주식 2억 원, C사 주식 1억 원을 매수했다고 치자. 그해 말이 되기 전 A사 주식을 3억5000만 원에 매도했고, B사는 1억 원, C사는 1억5000만 원에 각각 매도했다. 즉 전체적으로 주식 매매에 따른 총액은 6억 원으로 이익도, 손해도 보지 않은 상태다.
만약 전체 보유 주식의 손익 합계로 양도세를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A사 주식에서 5000만 원 수익을 올렸고(+), B사 주식에서 1억 원 손실(-)을, C사 주식에서 5000만 원 수익(+)을 기록했다. 세 종목 손익의 합은 0이 돼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경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고, 소득 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조세 정의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같은 경우를 2021년 4월 이후 현행법대로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3억 원에 매수해 3억5000만 원에 매도한 A사 주식이 대주주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봐서 양도세를 부과하게 된다. 즉 양도차액 5000만 원의 20%인 1000만 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전체 주식 보유액에는 변동이 없지만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종목의 손익에 따라 양도세를 부과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익에 과세하려면 손실액도 보전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즉 A사 주식 3억 원이 2억 원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1억 원 손실을 입고 매도했을 때는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는 점에서다.
더 큰 문제는 한 개인의 보유 종목 주식 비중과 주식가액만으로 대주주 요건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모두 합한 특정 주식의 보유 금액이 3억 원을 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대주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A사 주식 1억 원, 어머니가 A사 주식 1억 원을 보유한 상황에서 아들이 A사 주식 1억 원을 매수해 보유하면 대주주로 간주돼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생계가 분리된 직계존비속 보유 주식까지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주주 과세 요건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현행처럼 대주주 요건을 얼마로 정해 과세할 거냐, 말 거냐를 결정하기보다 특정 종목에서는 손해를 보고 다른 종목에서는 이익을 냈다면 연말에 손해와 이익을 모두 합산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액과 기간에 따라 차등 부과
8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양도세 부과 못지않게 배당소득세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의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인 만큼 여기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배당성향은 2016년 기준 24.2%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같은 해 프랑스의 평균 배당성향은 65.7%였고, 미국과 독일 역시 50%가 넘었다. 일본과 중국도 35% 수준으로 우리나라 배당성향보다 높았다. 배당성향이 합리적 수준으로 올라가고 장기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되는 양도세를 줄여준다면 시세차익만 노리는 투자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주식에 양도세를 부과하려면 거래세를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식 거래에 세금을 징수하고 수익이 난 종목에 또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경우 거래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