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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배우 예술이다. 연출자가 아무리 예술적 경지에 오른 작품을 무대에 구현한다 해도 배우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관객은 감흥이 없다. 배우는 순간순간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돼야 하지만, 배우 이전에 무대에 선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만감(萬感)을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배우의 만감을 셰익스피어 ‘햄릿’을 통해 펼쳐 보이는 연극 ‘임영준햄릿’이 공연 중이다.
보통 연극은 연출 1명에 배우 여러 명이 출연해 공연을 펼치는데, ‘임영준햄릿’은 연출(하수민·김정)이 2명이고 배우(임영준)가 1명이다. 오롯이 배우에게 집중된 공연이다. 무대 뒤에서 공연을 조율하는 조연출(박정호)이 무대에 등장해 조역처럼 배우를 돕는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관객은 대한민국에서 연극배우 11년 차에 접어든 임영준의 방식으로 고전 ‘햄릿’을 만난다.
여기, 부왕을 죽여 왕위를 찬탈하고 어머니와 재혼한 작은아버지를 아버지의 이름으로 복수해야 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고민이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리고 418년 후, 배우 임영준은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하면서 배우로 살아남고자 끊임없이 증명해 보여야 하는 예술적 숙명을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라는 문장으로 고민한다. 임영준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며 이 시대의 당당한 비정규직 예술가다. 무대에서 그는 뮤지컬, 신체극, 희극, 비극, 마임, 현대무용, 한국무용, 무속신앙, 힙합, 구걸, 먹방(먹는 방송), 팬미팅 등 다양한 공연양식을 선보이며 고민에 대한 답을 서서히 증명해간다.
연출자 하수민과 김정은 ‘임영준햄릿’을 통해 결국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햄릿이다’라는 명제를 던진다. 우리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절박하게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자신이 매번 충돌하며 물음을 던진다.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을 추스르며 물음에 대한 답을 명쾌하고 긍정적으로 증명해갈 것이다. 임영준의 햄릿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