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9

..

이슈 | 꽉 막힌 승차공유

승차 공유 한국에선 절대 안 돼!

규제 피하면 다시 새 규제 … 정부, 택시업계 눈치 보며 몸 사려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07-31 11:31:4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현재 국내 승차공유업계는 과장을 조금 보태 개점휴업 상태다. 법으로 승차공유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 택시가 아니면 승용차로 사람을 실어 나르며 대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해외 승차공유업체는 대부분 국내 진출을 포기했다. 택시가 승차공유업의 척화비가 된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규제 빈자리를 찾아 영업을 시작했다. 예외조항으로 빠져 있는 출퇴근시간대를 이용한 것. 하지만 출퇴근시간을 확대하려 나서자 택시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영업하던 업체는 사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고, 진출을 준비하던 곳도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 몰라, 승차공유 안 돼

    한국에 승차공유 서비스가 자리 잡기 힘든 이유는 법 때문이다. 현행법상 승차공유로 돈을 버는 것은 위법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을 유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 이를 알선하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당초 승차공유가 자가용을 통해 대중교통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니 관련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도 한국 진출에 실패했다. 2013년 국내에 자리를 튼 우버는 1년 만에 불법 유상운송행위로 적발돼 퇴출됐다. 당시 서울시는 경찰 고발과 ‘카파라치’ 제도를 운용해 적극적으로 우버 서비스를 차단했다. 법원은 우버에 2000만 원 벌금형을 내리기도 했다. 

    하루 종일이 어렵다면 택시가 가장 부족한 시간대에 대안이 되자는 업체도 있었다. 2015년 12월 콜버스랩은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심야시간에만 운행하는 ‘심야 콜버스’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시범운행했다. 심야에 택시의 승차 거부가 심각하다 보니 승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운행 범위가 좁았지만 출시 30일 만에 회원 4000명을 확보했다. 이름은 버스지만 사실상 거대한 동승택시에 가까웠다. 승객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버스 탑승을 신청하면 이들의 경로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노선을 만드는 방식이다. 사업용 자동차인 전세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운수사업법 제81조도 비켜갈 수 있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위기를 맞았다. 운행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울시가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심야 콜버스가 운수사업법에 저촉되는지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심야 콜버스 운영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학교나 회사 등 특정 단체와 버스업체가 일대일로 계약을 맺어야 전세버스 운행이 가능하다. 물론 심야 콜버스는 콜버스랩과 계약했지만 실제 이용자는 불특정다수의 승객이므로 업체와 고객의 다중계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심야 콜버스의 운행을 허가했다. 2016년 2월 국토부는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심야시간대 콜버스 운행을 허가하는 내용이었다. 당해 7월 29일 콜버스랩은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콜버스랩은 심야 콜버스 사업을 접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의 압박도 심해져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 이름은 버스였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콜버스는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택시조합)이 보유한 대형 승합차를 빌려 쓰게 됐다. 택시업계와 콜버스의 상생을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택시조합이 대형 승합차 보급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도 강남구와 인접 3구에서만 운행할 것을 강제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였던 운행시간도 자정부터로 바뀌었다. 결국 올해 초 콜버스랩은 이 사업을 접고 전세버스 중개 앱으로 탈바꿈했다. 

    아예 승차공유의 기본인 카풀(출퇴근시간 동료나 인근 직장인이 자가용을 함께 타고 출퇴근하는 것)로 돌아가자는 업체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승차공유업계 1위를 자랑하던 풀러스다. 풀러스는 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했다. 자가용으로 인원을 운송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출퇴근시간대 카풀은 허용됐기 때문. 카풀을 하면서 유류비 정도를 받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덕분에 출퇴근시간에 한해서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가격도 택시보다 30%가량 저렴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해진 시간 아니면 카풀도 안 돼

    콜버스랩의 심야 콜버스. 지금은 운행되지 않는다. [동아DB]

    콜버스랩의 심야 콜버스. 지금은 운행되지 않는다. [동아DB]

    이에 풀러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출퇴근시간 선택제 도입에 나섰다. 유연근무제 등으로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 시간에 상관없이 풀러스 카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침을 바꾸겠다는 것.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만 19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1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5%가 통상적인 출퇴근시간(아침 출근, 저녁 퇴근)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출퇴근시간 선택제인 만큼 운전자의 운행 가능 시간은 그대로 출근시간 2시간, 퇴근시간 2시간으로 제한된다. 그 대신 이 4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택시업계와 서울시의 반발로 도입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운수사업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임의로 과대 해석했다며 경찰에 업체 수사를 요청했다. 갈등이 길어지자 풀러스는 사업 확장에 차질이 생겼으며, 경영난과 투자사의 압박으로 최근 직원 70%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업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 관계자는 “일단 구조조정이 마무리돼야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월 승차공유업체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승차공유업계 진출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서비스를 내놓았다 언제 정부와 업체의 반발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택시업계와 제휴해 카카오택시, 카카오블랙 등의 콜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다른 업체에 비해 택시업계 설득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승차공유업에 관해서는) 정해진 것이 아직 없다”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도 현 상황에서는 승차공유업에 쉽게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다. 새 서비스를 출시해도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정부 규제가 생겨 사업성이 사라지는 일련의 사례만 봐도,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는 확실한 의사표명을 하지 않으면 굳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