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콩카페’를 검색하면 수백만 개의 연관 검색 결과가 뜬다. ‘커피와 역사가 만나다’ ‘코코넛 카페라테 좋아요’ ‘베트남색 가득한 프랜차이즈 카페’ 등 다양한 제목의 카페 체험기가 올라와 있다. 글뿐 아니라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 호이안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 자리한 콩카페 방문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볼 수 있다.
7월 중순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콩카페’를 검색하면 ‘연유 커피 맘껏 마시자!…베트남 콩카페, 31일 서울 연남동에 1호점 오픈’ ‘베트남 여행 필수 코스 콩카페 한국 상륙’ 등 콩카페의 한국 진출을 알리는 보도가 눈에 띈다. 7월 17일 기준으로 네이버 포스트에 1만2297개의 콩카페 관련 글이 게재돼 있는데, 한국 1호점 오픈을 알리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콩카페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네이버 포스팅 내용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콩카페는 국내에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해외 유명 F&B 브랜드와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로 관련 글이 게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29건에 불과하던 관련 포스팅이 2016년 3711건으로 7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 해에는 1만 건을 넘어 2년 만에 관련 포스팅 수가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카페 가운데, 그것도 지금까지 한국에 없던 베트남 콩카페가 한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유는 뭘까. 백문이 불여일견! 베트남 주요 도시에 위치한 콩카페를 찾아 그 이유를 찾아봤다.
베트남 전통문화 체험장
콩카페는 베트남 전통생활 체험장 그 자체다. [동아DB]
빈콤센터 지하 2층에 현대적 건물과는 대조적인 복고풍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베트남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콩카페’다. 빨간색과 녹색, 흰색이 어우러져 꽃무늬를 만들어낸 울긋불긋한 커튼이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일깨운다. 국방색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모자를 맞춰 입은 종업원들은 베트남 전쟁영화에서 봤음직한 베트콩 복장 그대로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참 독특하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카페 한켠에는 1960~70년대에 사용했을 법한 낡은 가구가 서 있고, 그 위로 빛바랜 책들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다. 발을 굴려 돌리는 미싱을 개조해 만든 테이블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전등갓도 베트콩이 사용한 냄비로 만들었고, 당시 입던 옷들과 소품들도 벽 한쪽에 장식돼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 베트콩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콩카페는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베트남 전통생활 체험장 그 자체였다.
이국적인 소품과 카페 장식에 눈이 팔려 카페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 주문했던 ‘코코넛커피’가 나왔다. 콩카페가 베트남을 찾은 관광객이 반드시 가야 할 ‘Must Visit’ 명소라면, ‘코코넛커피’는 베트남 콩카페를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먹어봐야 할 ‘Must Drink’ 음료다.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코코넛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 맛이구나!’ 싶었다.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커피 향에 달콤한 천연 코코넛 맛이 어우러져 더위와 피로가 싹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코코넛커피가 콩카페 대표 음료가 된 이유는 직접 먹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젊음이 함께하는 역동적인 곳
호찌민 빈콤센터 지하 2층에 자리한 ‘콩카페’(왼쪽)와 콩카페 대표 음료인 ‘코코넛커피’.
하노이에서 드라이버로 일하는 20대 초반의 난 씨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콩카페를 즐겨 찾는다”면서 “코코넛커피 한 잔으로 가볍게 목을 축이기도 하지만, 라면 등으로 한 끼를 간단히 때울 수도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콩카페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는 코코넛커피 외에도 망고주스, 그리고 모닝글로리가 곁들여져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베트남식 라면 등이 있다. 부담 없는 가격에 베트남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콩카페다. 게다가 카페 곳곳에 전시된 소품은 물론, 화장실 내부 장식까지 마치 베트콩 문화체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콩카페만의 특색으로 가득하니 베트남의 명소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콩카페는 사라진 베트남의 전통 및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미국이 막대한 무기와 시간, 병력을 투입하고도 이기지 못한 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희귀한 명성이다. 즉 콩카페는 분단에서 통일을 이뤄낸 베트남의 자부심이 녹아든 장소다. 카페 이름부터가 ‘함께(共)’다. 베트남의 자랑이자 특징을 잘 살려 현대인과 세계인에게 통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콩카페는 베트남이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면서 수출국이라는 점도 일깨워준다. 커피는 베트남의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로, 프랑스 식민 시절 영향을 받아 ‘까페(Ca phe)’라 부른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베트남에 커피가 처음 보급된 것은 1857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서다. 초기에는 베트남 남부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재배되다 베트남전쟁 이후 서부 산지와 동남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량이 줄어들 때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커피를 공급하면서 단기간 내 세계적인 커피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이 생산하는 커피는 연간 160만t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한국이 수입하는 커피의 약 40%가 베트남산이라고 한다.
베트남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작은 슈퍼마켓에서부터 대형마트, 면세점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어디를 가든 수많은 종류의 커피가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는 사실을…. 커피를 빼면 마땅한 선물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커피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따라서 콩카페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베트남의 역사적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해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 베트남을 간접적으로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결 말고 함께(共) 살자
콩카페 창업자 중은 원래 가수 출신. 아티스트들이 부담 없이 모여 담소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발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콩카페다. 카페 창업을 고민하던 중은 이왕이면 베트남의 특색을 살려 베트남 국민에게는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외국인에게는 베트남 문화를 통한 볼거리, 즐길 거리, 마실 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베트남 전통 소품으로 장식한 현재의 콩카페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의 시도는 선풍적 인기로 돌아왔다. 하노이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콩카페가 몇 년 사이 하노이는 물론, 중부도시 다낭, 호이안과 남부도시 호찌민 등으로 뻗어나가며 전국적으로 54개의 프랜차이즈 체인을 구축하게 됐다.베트남의 과거를 모티프로 한 콩카페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 분단으로 인한 대결의 시대가 가고, 하루빨리 공존·공영할 수 있는 평화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共)’란 카페 이름과 퍽 잘 어울린다. 7월 31일 서울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연남동에 한국 1호점을 오픈할 콩카페가 한국 커피 애호가와 젊은이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