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중국의 대북 소식통 A씨는 북·중 접경지역 인민해방군의 동향과 관련된 소식을 전해왔다. A씨는 지난해 말 중국 지린(吉林)성 한 지역에서 열린 지방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격)에 지역 대표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지방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 중국 정부가 옌볜조선족자치주의 북한 접경지역에 중국군 정예부대를 대거 파견해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은 지난해 11월 하순 무렵부터 시작됐다. 옌볜조선족자치주 각 도시에 4000∼ 5000명 규모로 정예부대를 투입했는데, 특히 대도시 훈춘(琿春)과 룽징(龍井)에 많은 군인이 배치됐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접경지역에만 최소 3만 명 이상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예부대 군인들은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해 완전무장 상태로 산속 야전진지에서 생활하며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반도 급변 사태 대응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주목
최근 산둥반도에서 ‘한반도 출동’ 상륙훈련을 실시한 중국 해병대.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꾸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엄포를 놓고 있는데 걱정하지 마라.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때리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북조선은 우리가 지킬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은 북한을 자신들의 땅으로 인식하고 북한 편을 들어 싸우겠다는 뜻이다. 지방정부 관계자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 베이징 지도부의 속내이기도 할 것이다. 인민 대표들은 지방정부 관계자의 설명에 “현재 한반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공통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옌볜조선족자치주 여러 지역에서는 평소 볼 수 없던 인민해방군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추운 겨울 마스크를 낀 군인들이 총을 든 채 트럭을 타고 움직이거나 도로를 행진하는 모습이었다. 시내에서 군부대 행렬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인민해방군의 움직임은 국내 방송 카메라에도 포착됐다. 1월 9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중국 특파원 보도를 통해 투먼(圖們), 룽징 지역에서 인민해방군의 행군 모습과 군사훈련 모습이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고 전했다. 채널A는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주둔한 군부대들이 유사시 한반도로 진격하기 위한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민해방군이 수행할 최대 임무는 북핵 시설 점령이라고 보도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훈련하는 군인들은 랴오닝(遼寧)성의 성도 선양(瀋陽)에 있는 인민해방군 북부전구(戰區) 소속으로 보인다. 북부전구는 북한과 마주한 동북지역 일대에 주둔하면서 한반도 유사시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한반도에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긴급 출동하는 것이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소속 제78집단군이 선양 북부의 커얼친(科爾沁) 초원 일대에서 혹한기 실전훈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옌볜조선족자치주 북한 접경지역에서 훈련은 이것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북한 유사시 美 · 中 핫라인 개통’ 보도
북 · 중 접경지역에서 중국군의 움직임을 보도한 종합편성채널 채널A 화면. [채널A]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단행된 신임 북부전구 육군사령관 임명도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해 벽두 전군 동원훈련을 참관한 뒤 북부전구 육군사령관에 왕인팡(王印芳) 소장을 임명했다. 왕 소장은 시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는 50대 신진 인사다. 시 주석은 연초 자신의 측근을 북한 사태 총괄 사령관에 임명함으로써 한반도 유사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5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역시 눈길을 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 유사시에 대비한 군사 핫라인(직통전화)을 개설했다’며 미국 워싱턴발(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 얘기를 인용해 ‘북한을 관할하는 미국과 중국 양국군 담당 부문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주한미군 사령부와 북부전구 사령부가 유사시에 대비해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런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추시보(環球時報)’는 ‘중국과 북한, 중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과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이례적으로 북부전구를 방문한 사실 등을 보면 가짜뉴스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당시 쑹푸쉬안(宋普選) 북부전구 사령관과 회동해 ‘북한 비상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중국군 훈련은 북부전구 훈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확대 개편하고 있는 해병대도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 인터넷매체인 중국군망(中國軍網)은 1월 2일 ‘12월 상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중국군 해군육전대(우리의 해병대) 모 여단이 산둥(山東)반도의 여러 항구에서 해상운수와 장비 적재, 기동상륙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해병대 전력을 증강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해병대가 한반도 전쟁을 가정한 상륙 · 해상운수 훈련을 벌인 것이다. 훈련부대 한 지휘관은 “이번 훈련은 적응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실전화를 지향한 훈련”이라고 언급했다.
한반도 전쟁 시 발생할 북한 난민에 대비한 움직임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국영통신사의 문건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북·중 접경지역에 한반도 전쟁에 대비한 난민 수용소 건설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모바일(中國通信) 창바이(長白)현 분사 명의로 된 이 문건은 12월 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유포된 직후 삭제됐다. 문건에는 중국 지린성 바이산(白山)시 창바이현 정부가 한반도 전쟁 발발에 대비해 북한 난민 수용소를 5곳에 건설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돼 있다. 문건에는 ‘북한 접경지역 정세가 긴장돼 창바이현의 공산당위원회와 정부가 현의 5곳에 난민 수용소를 설치할 것을 입안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차이나모바일 창바이현 분사는 수용소 통신 보장 작업을 책임졌다. 네트워크 확보와 원활한 통신을 보장하기 위해 12월 2일 창바이현 분사 대표팀이 수용소 대지 현장에서 통신 측정 작업을 진행했다’고 돼 있다. 창바이현 분사는 신호 측정 결과 창바이현의 2개 수용소 대지는 신호가 닿지 않아 정상적인 통신 보장 방법이 없고 1개 대지는 신호가 약했다며, 이들 지역에 중계소 설치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창바이현 정부는 난민 수용소 건설 계획을 부인했고, 문건 유출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고 RFA는 보도했다. 하지만 홍콩 동망도 관련 보도를 하면서 ‘폐교 건물과 공공시설 등을 난민 수용소로 활용하는 국가 차원의 비상 대응 계획이 수립됐고,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난민 수용소로 활용할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中, 올해부터 北서 나오는 식품 전면 금지”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군이 대북전쟁 준비를 위해 조용히 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이 훈련에 주력으로 참가한 아파치 헬기. [YTN]
지난해 말 지방인민대표대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결정이 나왔다. A씨는 회의에서 지린성 훈춘과 퉁화(通化) 사이 북·중 접경지역 철책에 설치된 CCTV를 고성능으로 교체하는 사업의 비용을 최종 책정했다고 전했다. 지금 있는 CCTV는 너무 오래되고 성능도 떨어져 정밀하고 원거리 관측이 가능한 고성능 CCTV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사업비는 원화 기준으로 수십 억 원 규모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교체가 완료됐다고 한다. 북·중 접경지역 난민 수용소 설치에 이어 고성능 CCTV 교체, 한반도 급변 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탈북 사태 대응 등 중국은 관련 조치를 차곡차곡 해나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1월 1일부터 북한산 식품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공문을 접경지역 정부에 일제히 발송했다고 전했다. 여러 외신이 북한산 수산물 밀수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잇달아 보도하자 중국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베이징에서 접경지역 세관에 조사 인원을 파견해 실태조사를 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 이에 북한도 화가 나 중국으로부터 나오는 물건들을 까다롭게 검사해 아예 통관을 거부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NYT “美, 北과 전쟁 조용히 준비 중”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의 대북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정말 무서워 더는 대북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1월 초순 투먼과 훈춘 지역에 투자를 상의하러 갔던 중국인 사업가들이 현지에서 감지되는 전쟁 분위기에 계획을 접고 그냥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북한 근로자 1800명가량이 일하는 훈춘의 한 북한 근로자 공장의 경우 당초 계획했던 투자금액의 3분의 1만 들어오고 나머지는 전쟁을 우려해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중국이 다각도로 한반도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을 미국 역시 알고 있을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각으로 1월 14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과 전쟁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조용히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은 지난해 12월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아파치 헬기와 치눅 헬기 48대를 동원해 군부대 및 장비를 이동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틀 뒤에는 네바다주 상공에서 제82공수사단 소속 병사 119명이 C-17 대형 군용 수송기(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에서 맹활약)에서 낙하훈련을 했다. 이들 훈련은 이례적으로 최대 규모급으로 실시됐다고 한다.
다음 달에는 미국 전역의 군사 주둔지에서 예비역 사병 1000여 명이 훈련에 참가한다. 해외에서 신속히 군병력을 이동해야 할 때에 대비한 동원센터 구축 훈련이다. 미 국방부는 또 평창동계올림픽에 더 많은 특수작전부대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훈련이 이뤄진 시점이나 범위를 고려하면 북한과 전쟁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라고도 보도했다.
미국은 14대만 운영하는 전자전(電子戰·적의 전자장비 사용을 방해하고 아군의 전자장비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전쟁) 수송기를 최근 한국에 배치했다. 미 공군과 미 군사 전문매체들은 전자전 수송기 ‘EC-130H 컴퍼스 콜(Compass Call)’ 1대를 한국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항공기는 적군 통신망에 대한 방해교란 임무를 수행해 적군의 대응 능력을 무너뜨리는 기능을 지녔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맹활약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한이 북한과 ‘대화’ 모드로 급격하게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가운데 한반도 운명을 손에 쥔 미국과 중국은 각자 조용히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