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카지노 도약의 비결 ‘분석’과 ‘근거’

시설투자 대신 고객 행동 분석해 경쟁 기업 인수한 해러스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입력2015-03-16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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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도약의 비결 ‘분석’과  ‘근거’
    기업이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항상 새로운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민첩하게 적응해야 한다. 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이 말했듯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것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것도 아니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모바일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센서, 소셜미디어가 데이터 폭증을 주도하는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빅데이터는 거의 모든 산업과 경영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빅데이터를 도입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문제 대부분을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데, 분석지향의 리더십만이 이런 변화를 효과적으로 주도하고 이끌어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분석지향의 리더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면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를 소개한다.

    경영대학 교수 영입해 고객 데이터 분석

    화려한 카지노업계도 빅데이터가 승부를 갈랐다. 1990년대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경쟁의 초점은 호사스러운 호텔 시설과 매력적인 쇼에 투자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업계 강자 시저스는 이미 수조 원을 들여 화려한 쇼 무대 등 시설에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금이 부족했던 해러스는 시설투자 대신 고객 데이터에 눈을 돌렸다. 지역별로 산재된 자사의 카지노 시스템을 통합해 전국적으로 고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그러나 숙박과 카지노 이용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회원 프로그램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해러스로 유치하는 데 별 효과가 없었다. 회원의 65%가 다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정도로 충성도가 매우 낮았으며 해러스는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해러스는 1998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에서 서비스경영을 가르치던 게리 러브먼 교수를 영입했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론과 실제가 다른데 과연 학자 출신 러브먼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분석지향 리더십으로 해러스는 승승장구했고, 업계 라이벌 시저스까지 인수했다. 러브먼이 카지노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해러스에 대한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여 해러스를 자주 찾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충성도를 높이려면 고객의 여행과 숙박, 그리고 카지노 내에서의 지출 등 모든 행동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러브먼은 기존 회원제도를 강화한 토털 리워드라는 회원카드를 통해 회원들의 신상정보는 물론 그들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행하는 모든 행동을 추적했다. 고객은 해러스에서 모든 결제를 이 카드로 해야 하는데, 레스토랑 이용은 물론 슬롯머신도 이 카드를 기계에 꽂아야 할 수 있고, 다른 도박을 위한 칩도 이 카드로 구매한다. 이를 통해 어떤 고객이 어떤 상점에서 얼마를 지출했으며 어떤 도박을 얼마만큼 이용했고 얼마를 잃거나 땄는지를 추적했다. 2800만 회원에 대한 데이터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양인 1테라바이트(TB)에 가까웠다.

    둘째,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분석 소프트웨어 등 분석 인프라에 투자하고 전문 분석인력을 고용해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분석 결과는 카지노의 전통적인 인식과는 달랐다. 카지노 수익의 82%는 고객 26%에게서 발생하는데, 수익에 기여도가 높은 고객은 많은 돈을 자주 베팅하는 하이 롤러가 아니라 적은 돈으로 도박하는 로 롤러였다. 그들은 소득이 낮은 중년 이상 고객들로 하루에 50달러 정도의 적은 돈으로 도박하지만 1년에 30회 정도 카지노를 방문했다. 충성도 상승과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이들이 어떤 보상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했는데, 기프트숍 할인보다 호텔 숙박비 할인을 선호했다. 또한 많은 고객이 카지노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호텔에 숙박하지 않기에 카지노 칩으로 보상받는 걸 좋아했다.

    셋째, 분석 결과를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정책에 적극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회원들을 인구통계변수와 지출이력을 바탕으로 80개의 이질적인 집단으로 구분한 뒤, 각 집단의 특성에 적합한 차별적 마케팅을 시행했다. 예를 들면 슬롯머신을 주로 이용하는 회원에게는 그들이 선호하는 슬롯머신을 파악해 배치를 바꾸거나, 방이 꽉 차는 휴가철에도 예약을 늦게 하는 하이 롤러의 특성을 고려해 미리 방을 빼두는 식이다. 또한 도박을 할 때도 필요에 따라 개개인에게 실시간으로 대응했다. 가령 개개인이 잃고 따는 금액을 실시간 추적하다 어떤 개인이 인내 한계점(pain threshold), 즉 잃은 총금액이 도박을 중지하게 만드는 액수에 가까워지면 직원이 접근해 공짜 식사나 쇼 티켓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기분을 누그러뜨리고 계속 호텔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그리고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나 성과급도 그들이 창출한 매출이 아니라 그들이 봉사한 고객의 만족도를 기반으로 산정했다. 이는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다음 해에 더 많이 지출한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 때문이었다.

    “데이터 없이 주장하는 것”이 해고 사유

    넷째, 가장 중요한 요인은 러브먼이 해러스에 분석지향적인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인 러브먼은 직원들에게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아니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이냐”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계획이나 전략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직원은 누구나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분석에 입각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심지어 러브먼은 “우리 회사에서 해고되는 사유는 3가지다. 절도, 성희롱, 그리고 근거가 되는 데이터 없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러브먼 영입 이후 고객이 해러스 카지노에서 지출하는 돈은 약 4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평균 27% 늘었다. 특히 2003년부터 2006년 사이 해러스의 주식가격이 14달러에서 85달러로 약 6배나 폭증했다. 또한 2005년에는 업계 라이벌 시저스를 인수한 뒤 인지도를 고려해 기업명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현재 시저스는 미국 13개 주에서 26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7개국에서 51개 카지노를 운영 중인 세계 최대 카지노 그룹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이베이, 넷플릭스, 캐피털원,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유명 기업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고 경쟁력을 구가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성공 배후에는 언제나 분석지향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강요한 리더가 있었다. 이들 리더의 공통된 신념은 ‘우리는 신을 믿는다. 하지만 (신이 아닌) 모든 다른 사람은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가져와라(In God we trust, all others bring data)’는 유명한 문구다.

    빅데이터 시대 경쟁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고, 누가 그것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리더 자신의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해 조직문화와 직원들의 마인드를 분석지향적으로 이끌며 데이터, 정보기술(IT), 인적자원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는 리더의 의지와 용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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