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86

2019.04.26

정민아의 시네똑똑

배우 이광수의 재발견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입력2019-04-30 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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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NEW]

    [사진 제공 · ㈜NEW]

    영화는 실존 인물에서 출발했다. 광주 한 복지원에서 10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다. 한 명은 머리가 되고, 다른 한 명은 몸이 돼 함께 생활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이야기. 어쩌면 부족함이 많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불가능한 꿈을 꾸다 실제로 그것을 이뤄내는 훈훈하고 뻔한 이야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그런 뻔한 휴머니즘 영화가 아니다. 

    ‘약한 사람은 서로 도와야 더 강해진다’는 주제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영화인데, 그것보다 더 큰 의미들이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과하거나 뻔뻔하지 않고, 조롱하거나 울리지 않는다. 유쾌하고, 인간적이며, 진정성이 있고, 킥킥거리는 웃음과 한 방울 눈물 뒤에 남은 따뜻함이 세상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보게 하는 영화다.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생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는 형 세하(신하균 분), 수영 실력이 뛰어나지만 형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다. 가톨릭 신부(권해효 분)가 운영하는 장애인돌봄센터 ‘책임의 집’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어느 날 신부님이 사망하자 모든 지원금이 끊기고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영특한 세하는 ‘책임의 집’을 지키고자 구청이 운영하는 수영장의 아르바이트생 미현(이솜 분)을 수영코치로 영입하고 동구를 대회에 출전시킨다. 

    ‘말아톤’ ‘언터처블 : 1%의 우정’ ‘그것만이 내 세상’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는 많지만,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그들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허술하고 소박하지만 풍성하다. 신부님의 지론처럼 사람에게는 ‘세상을 살아야 할 책임’이 있고, ‘약함이 서로 더해져 강해진다’는 것을 생활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세상에 혈연가족과 비장애인들이 개입하면서 이들 스스로가 만든 상호보완적인 보철의 힘은 그냥 짐짝이 돼버린다. 장애를 부족한 것,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세하와 동구는 돌봐야 할 부담스러운 짐이다. 하지만 세하와 동구는 그런 시선의 사냥감이 되기를 거부한 채 자존감과 품위를 갖춘 인간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사진 제공 · ㈜NEW]

    [사진 제공 · ㈜NEW]

    세하는 적당히 속여 이득을 취하는 방법을 아는 처세술에 능한 사회인이고, 다섯 살 지능의 동구는 잘하는 게 정말 많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등장인물들 모두 부족하고 문제 있는 인간이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결국엔 연대하려 한다. 이것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가 영화를 통해 전해진다. 

    입담만으로 유머와 교훈을 빚어내는 신하균의 연기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 능력자이기에 앞서 얼굴 근육으로 말하는 뛰어난 연기자임을 입증한 이광수의 열연이 놀랍다. 싱그럽고 건강한 이솜은 이 시대 청춘의 얼굴로 기억될 것이다. 가족의 달에 어울리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가족영화다. 브라보, 우리 모두의 특별한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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