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0

2015.10.26

고조선은 살아 있다

  • 전성영 사진작가 alisoo21@naver.com

    입력2015-10-26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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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조선은 살아 있다

    중도 유적 가운데 적석식 지석묘(고인돌). 중심의 상석 아래에 석관이 있다.

    강원 춘천시 중도에는 현재 테마파크 레고랜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고인돌 100여 기를 비롯해 집터와 도랑, 토기, 석기 등 청동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중도의 고인돌은 석재를 이용해 원형 또는 장방형의 묘역 시설을 갖추고 시신을 안치한 돌널무덤(석관묘)을 가운데 놓고, 그 위에 상석을 올린 구조다. 돌널무덤은 주검과 함께 부장품 등을 넣은 청동기시대 무덤 양식으로 꼽힌다. 또 집터 내부에서 비파형동검과 청동도끼가 각각 1점씩 출토됐는데, 비파형동검은 고조선의 표지유물 중 하나다. 앞으로 중도 유적과 고조선의 연관성 규명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 9일 다시 찾은 춘천 중도에서 새로운 유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국시대 석곽묘가 발굴됐고, 고구려 금제 태환이식(굵은귀고리)이 출토됐다. 통일신라시대 경작지도 모습을 드러내다. 이것은 중도에 고조선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대규모로 사람들이 거주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1년 전 장관을 이루던 고인돌군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이전하기로 한 고인돌들이 단순한 돌무더기로 분류돼 있었다. 많은 이가 유적지 보존을 요구했으나 결국 고인돌들은 수천 년간 지켜온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 고조선의 실체를 찾아 오랜 시간 중국 요동·요서 지역을 더듬고 다녔지만 뜻하지 않게 한반도에서 고조선 유적이 발굴됐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지금은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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