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1

2005.02.01

열정적 몸짓에 각종 ‘증후군’도 ‘훌훌’

  • 입력2005-01-26 1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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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 몸짓에 각종 ‘증후군’도 ‘훌훌’
    웰빙(참살이) 바람이 불면서 건강은 마치 우리의 전부가 된 느낌이다. 담배를 끊고, 유기농 채소만을 고집하며, 운동을 하고,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며, 반신욕을 하는 것은 오로지 건강 때문이다. 우리가 몸으로는 느끼고 있었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새집증후군’-아마 이 단어는 아직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을 것이다-도 언론의 힘을 얻어 건강을 해치는 ‘악’으로 ‘반(反)웰빙’ 목록에 올랐다. 증후군 또는 신드롬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또 하나의 신드롬인 세상이다. 마치 유행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피터팬증후군’, 인터넷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인터넷증후군’,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슈퍼우먼신드롬’처럼 현대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증후군, 신드롬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증후군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 증후군을 춤으로 푸는 안무가가 있다. 이 땅에서 춤추는 남자로 살아가기는 극히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꿋꿋이 잘하고 있는 안무가가 있으니 바로 ‘댄스시어터 까두’의 박호빈이다. 그가 2월6, 7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싸이컬러지컬 댄스-오르페우스신드롬, 천적증후군’(사진)을 무대에 올린다.

    널리 알려져 있는 오르페우스[Orphe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最古)의 시인·악인(樂人)]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춤으로 만든 작품.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명계(冥界)의 왕 하데스로부터 구해오지만,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명을 어긴 아내가 그만 돌로 변해버린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박호빈은 오르페우스 신드롬을 다시 자살충동증후군으로 연결짓는, 예술가로서의 비틀기를 시도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자살충동을 일으킨다. 자살에 대한 강한 전염성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증후군이 있으니 바로 ‘천적증후군’이다. 개구리는 뱀에게 잡아먹히고, 뱀은 돼지에게 먹힌다. 이와 같은 천적관계의 동물들은 각각의 생존을 위해 수량적 균형을 이뤄야 할 만큼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안무가는 동물 세계의 이러한 특징이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수가 될 수 있고 원수가 어느덧 친구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떠한 악연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감싼다면 천적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그는 말한다.

    다분히 안무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현대무용 공연은 오늘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친구나 회사 동료와 함께 찾기에, 연인과 발렌타인 데이를 미리 즐겨 보기에 좋을 공연이다.

    공연 문의 02-3443-3321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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