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성폭력특례법으로는 구하라 전 남친 처벌 어려울 듯

불법촬영 처벌 수위 높아져도, 아직 법망 구멍 많아

  • 입력2018-10-14 08: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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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촬영물(리벤지 포르노) 가해자 징역형으로 처벌 강화 

    • 법 개정과 무관하게 법망에 구멍 많아 

    • 연인간 성관계 영상 유포하지 않으면 처벌도 어려워

    지난 한 주간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가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점령했습니다. 가수 구하라 씨와 그의 전 남자친구 최모 씨 간 법정공방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최씨가 구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남녀 간 치정 문제라 연예계 해프닝으로 끝나나 싶었지만, 최씨가 구씨에게 연인 시절 성관계 영상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습니다. 서로 사랑할 때 찍은 영상을 협박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거죠. 한편으로는 이 같은 범죄를 막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주간동아’의 ‘세 줄 요약’ 첫 주제는 이 ‘리벤지 포르노’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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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일단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이 잘못됐습니다. ‘리벤지 포르노’보다 ‘사이버 성폭력’ ‘불법촬영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인데요. 복수(리벤지)와 포르노 두 단어 모두 적합하지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복수는 원수를 갚는다는 의미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부당한 행동을 해 원한을 사야 비로소 복수가 가능한 거죠. 여성계에서는 포르노라는 표현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마치 합법적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음란물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법촬영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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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불법촬영물 범위는 넓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에 따르면 촬영장치로 성적 욕망,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말합니다. ‘몰카’는 당연히 불법촬영물이고, 연인이 추억을 위해 남긴 성관계 등의 영상물도 유포하는 순간 불법촬영물이 됩니다.

    성폭력특례법 제14조 1항 : 카메라나 그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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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5년 전까지만 해도 과거 연인이 찍은 성관계 영상은 유포해도 불법촬영물로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촬영 당시 상대방이 동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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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2010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남성이 노래방 여주인의 바지와 속옷을 벗긴 뒤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지인에게 전송하고 폭행한 사건인데요. 당시 재판부는 폭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타인의 승낙을 받아 촬영한 영상물은 성폭력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사진을 반포했더라도 법률상 반포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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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이러한 문제 때문에 2013년 성폭력특례법이 일부 개정됐습니다. 촬영 당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이 영상물 유포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유포자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성폭력특례법 제14조 2항
    : 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혹은 공공연하게 상영·전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06.① 법 조항은 생겼지만 처벌 강도는 약했습니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았죠. 대법원 집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을 받은 7446명 중 징역형이 선고된 피고인은 647명(8.7%)에 불과했습니다. 

    ② 관련 범죄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발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2013년 4823건에서 지난해 6458건으로 약 34% 증가했습니다. 애인에 의한 불법촬영 검거 인원은 같은 기간 164건에서 420건으로 약 2.6배 늘었습니다(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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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불법촬영물이 퍼지는 주요 유통 경로인 웹하드도 문제입니다. 웹하드에 한번 올라가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당장 지운다 해도 이미 불특정다수의 하드디스크에 퍼진 상태라 언제 또 올라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불법촬영물이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는 웹하드 업체를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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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이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불법촬영물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만큼 벌금형 대신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부터, 웹하드 규제 및 불법촬영물을 보거나 소지한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촬영물을 소지만 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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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법 조항에도 미비점이 있습니다. 나체 사진을 몰래 찍은 가해자가 해당 촬영물을 피해자에게 보내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습니다. 2016년 A씨는 남자친구 B씨가 몰래 찍은 자신의 나체 사진을 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막으려다 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이 사진의 일부를 보냈습니다. 대법원은 B씨에게 A씨의 나체를 몰래 찍은 행위 및 폭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에게 사진을 보낸 혐의에 대해서는 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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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연인관계일 때 주고받은 나체 사진을 헤어진 다음에 유포해도 처벌이 어렵습니다. C씨는 D씨와 헤어진 뒤 앙심을 품고 D씨의 나체 사진을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했습니다. 그는 이 계정으로 D씨의 딸이 올린 게시물에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C씨를 성폭력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D씨가 사진을 직접 찍어 보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11. 위 두 판례로 미뤄보면 구하라 씨의 전 남자친구인 최씨를 성폭력특례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최씨는 구씨에게만 영상을 보냈고, 영상을 찍을 당시에는 양측이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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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두 사람의 법정공방은 폭행에서 불법촬영물을 넘어 협박으로 이어졌습니다. 구씨는 최씨와 나눈 카카오톡내용을 공개하며 “연예인 인생은, 여자로서의 삶은… 복잡했습니다”라며 최씨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했습니다.

    한편 최씨 측은 “협박할 의사는 없었다”고 반박합니다. 오히려 구씨가 해당 영상물의 존재를 공개해 최씨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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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불법촬영물 관련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법의 미비점을 해결하고자 정부와 수사기관, 국회가 개정안을 발의 중입니다. 일단 법무부는 피해자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영상물이나 사진 등을 유출하면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10월 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불법촬영 사범에게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3.법무부는 또 불법촬영물 촬영자나 유포자의 재산을 신속히 동결하고 몰수 및 추징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경찰은 웹하드에 불법촬영물을 올리는 헤비 업로더에 대해 기소 전 범죄수익 몰수 신청을 할 방침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온라인에 퍼진 불법촬영물을 지우는 비용을 가해자에게 추징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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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바른미래당 김경진 의원은 연인관계일 때 직접 찍어 보낸 사진도 유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관련 혐의는 ‘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해당 법 제44조에 따르면 ‘음란한 부호·문헌·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 훼손의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00만 원 이하 벌금형보다 처벌 수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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