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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애 과외 어때? 픽업 아티스트의 세계

‘작업’ 기술 배우는 데 과외비 수십만 원…일대일 현장실습까지

  • 조유미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4학년 tomato_ming@naver.com

연애 과외 어때? 픽업 아티스트의 세계

연애 과외 어때? 픽업 아티스트의 세계
인터넷상에 ‘이성을 유혹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픽업 아티스트’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성업 중이다. 길을 가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말 거는 법, 클럽이나 술집에서 여자 손님과 합석해 함께 술 마시고 키스하는 법, 평소 점찍어둔 여성을 애인으로 만드는 법…. 상황별 ‘작업’ 거는 법이 동영상이나 글로 소개되고 있었다.

회원 수 2만 명의 A카페. ‘처음 보는 여성에겐 가방을 메지 않은 방향으로 접근해 경계심을 완화시킬 것’ ‘게임 같은 것을 하며 가벼운 신체 접촉을 먼저 해둘 것’이라는 소소한 픽업 기술부터 ‘단시간 내 여자를 사로잡는 대화법’ 같은 상세한 지침까지 다양했다. 남성 회원 B(21)씨는 “이성을 유혹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 트레이너가 클럽에서 일대일 현장지도를 하기도 한다. 전문 트레이너는 회원이 그동안 배운 걸 제대로 활용하는지 지켜보며 조언하고 때로는 직접 돕기도 한다. 실제로 남성 회원이 한 여성과 대화를 시작하자 옆에 있던 전문 트레이너는 ‘윙플레이어’가 돼 상대 여성과 동행한 다른 여성을 맡았다. 여성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는 게 1차 목표. 그다음에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게 한다. 여성이 남성 회원에게 궁금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

“기술 익힌 뒤 잘 유혹”

남성 회원 C(25)씨는 “몇 번 지도를 받은 뒤 여성과 쉽게 연결된다. 요즘은 이름 옆에 특징을 따로 메모해둬야 할 정도”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최근에는 ‘픽업’ 카페에 여성 회원이 느는 추세다. 회원 수 9100명인 D카페는 여성만을 위한 픽업 기술을 가르친다. ‘연중무휴’라는 이곳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궁금했다. 이곳 대표 매니저는 오랜 친구가 연애 상담해주듯 40분간 응대했다. “중요한 시기에 참 잘 전화했다”며 연신 독려했다. 교재, 강의, 세미나, 피드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는 6개월~1년간 지속되는데 비용은 25만~36만 원이라고 한다.

또 다른 여성 회원 전문 E카페 관계자는 “매월 수강신청이 며칠 만에 마감된다”고 했다. 운영자가 매주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연애 비법을 배우려는 여성들의 질문이 쏟아진다고.

교육 내용은 ‘매력적으로 머리카락 쓸어올리는 법’ ‘후각을 자극하는 법’ ‘눈빛으로 유혹하는 법’처럼 매우 구체적이다. ‘시선을 첫눈에 사로잡는 법’에선 두 여자 연예인 사진을 비교하며 ‘라인’을 강조했다. 운영자는 또 ‘손끝이 중요하다. 피아노 치듯 힘을 빼고 손가락을 움직여라’ ‘가슴이나 아랫배 근처에 자연스럽게 손을 두면 여성성이 부각된다’는 조언도 했다. ‘자신의 샴푸나 로션의 향기를 맡도록 유도하라’ ‘고개를 내린 상태에서 눈을 살짝 치켜 올리는 ‘오버 아이 컨텍’을 가끔 사용하라. 남자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하기도 했다.

여성 회원 F(24)씨는 “어떤 남자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싶어 픽업을 배운다”고 말했다. F씨는 여기서 ‘반전 매력’을 익혔다고 했다. 첫만남에서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다음번 만남에선 밤에 섹시하게 잘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쪽에선 “모든 것을 돈과 테크닉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저급한 속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임인숙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극히 사적이고 정서적인 영역인 연애까지 상업화의 흐름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스스로 느끼고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대신 학원에서 일러주는 대로 따르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연애마저 과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수강생인 필자가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주간동아 2015.08.10 1000호 (p68~68)

조유미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4학년 tomato_m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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