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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태양계 끝까지 가자! ‘뉴호라이즌’

다음 목표는 ‘카이퍼 벨트’ 진입…별자리 각도 계산해 길 찾고, 플루토늄 동력으로 운행 중

  •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태양계 끝까지 가자! ‘뉴호라이즌’

태양계 끝까지 가자! ‘뉴호라이즌’
인류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명왕성을 만나는 역사적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 7월 14일 오후 8시 49분 57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탐사선 ‘뉴호라이즌’이 명왕성에서 1만2500km 떨어진 궤도에 접근한 것이다. 2006년 1월 지구를 떠난 지 9년 6개월 만이다.

뉴호라이즌이 지구에서 60억km나 떨어져 있는 명왕성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날아간 것이 확인된 순간,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에 모인 사람들은 다 함께 환호했다. 그리고 지금 뉴호라이즌은 명왕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속속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명왕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이어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9번째 행성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4시간 반가량 걸리는 이 천체는 평균 표면 온도가 영하 230도다. 명왕성에 ‘플루토(Pluto)’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저승세계의 신’ 하데스의 다른 이름. 말하자면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춥고 어두운 행성이란 뜻인 셈이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이 발사되고 약 7개월 뒤 국제천문연맹(IAU)이 행성분류법을 바꾸면서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행성으로 격하됐다. 이름도 ‘134340’이라는 번호로 바뀌었다. 왜행성은 행성처럼 태양(항성) 주위를 공전하지만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닌 천체를 말한다. 명왕성은 위성으로 알려진 카론과 사이에서 무게중심이 되는 점을 기준으로 서로 돌고 있어 지배적인 천체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명왕성 탐사 과정에서 드러난 우주과학 기술의 성과가 빛이 바래는 건 아니다.

별빛 내비게이션과 중력 도움



뉴호라이즌이 명왕성까지 정확히 날아갈 수 있었던 비결은 과거 뱃사람들이 하늘에 뜬 별을 보고 바닷길을 찾아갔던 방식과 흡사하다. 우주를 날아가면서 관측한 별이나 별자리와의 각도를 계산한 뒤 지구에서 그 천체를 관측했을 때 나오는 각도와의 차이를 비교해 자기 위치를 가늠한 것이다. 이를 천문항법이라고 부른다.

뉴호라이즌은 천문항법에 관성항법을 더해 지구로부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우주선에 설치된 회전운동 측정 장치(자이로스코프)와 직선운동 측정 장치(가속도계)를 이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가속도를 측정, 현재 속도와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알아낸 것이다.

이를 토대로 명왕성까지 가는 길을 파악한 뉴호라이즌은 목적지에 좀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다른 행성의 중력을 훔쳐 속도를 올리는 방식을 썼다.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빨라지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행성 밖으로 벗어나 항행하는 기술이다. 뉴호라이즌은 발사 후 약 1년 뒤인 2007년 2월 목성 궤도를 지나가면서 목성의 중력을 받아 시속 1만4000km 속도를 더할 수 있었고, 이런 방식을 거듭해 명왕성에 접근할 때는 시속 5만km까지 도달했다.

무게가 478kg으로 피아노만한 뉴호라이즌에는 적외선 및 자외선 분광계, 고해상도 망원카메라, 우주먼지 탐지기 등이 탑재돼 있다. 뉴호라이즌은 목표 궤도에 도착하기 전인 7월 8일부터 이 모든 탑재체를 총동원해 명왕성 관측을 시작했다. 이 자료들은 우리에게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속속 알려주고 있다.

NASA가 뉴호라이즌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명왕성의 지름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80km가량 더 긴 2370km 안팎이다. 지금까지 명왕성의 표면적은 러시아보다 조금 적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로 밝혀진 지름을 토대로 계산하면 러시아보다 조금 넓다.

태양계 끝까지 가자! ‘뉴호라이즌’
뉴호라이즌이 7월 16일 처음으로 보내온 사진 속에는 명왕성 적도 부근에 있는 하트 모양 지역의 상세한 모습도 담겨 있었다.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톰보 박사의 이름을 따 ‘톰보 영역’이라고 이름 붙인 이 지역에는 높이 3500m의 산이 솟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ASA는 운석 충돌로 생긴 구덩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산이 생성된 지 1억 년이 안 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태양계 탐사 과정에서 발견한 지형 가운데 가장 가까운 시기에 형성된 셈이다.

NASA는 7월 18일 명왕성의 다섯 위성 가운데 하나인 카론의 표면을 상세히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했고, 22일에는 명왕성 표면에 솟아 있는 1000~1500m 높이의 산맥 지형과 다른 위성인 닉스, 히드라의 사진도 선보였다.

뉴호라이즌은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정보를 보내올 것으로 전망된다. 뉴호라이즌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현재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롱텀에볼루션(LTE) 무선통신 전송 속도보다 10만 배 정도 느려, 2.5메가바이트(MB) 크기 사진 한 장을 전송하는 데 42분이나 걸린다. 이 때문에 뉴호라이즌이 명왕성을 지나면서 관측한 15기가바이트(GB) 용량의 정보를 내년 말까지 나눠 보낼 예정이다.

뉴호라이즌의 여행은 명왕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뉴호라이즌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열전기 발전기(RTG)를 동력원으로 약 2026년까지 태양계 탐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RTG는 플루토늄 등 방사성동위원소가 자연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장치다. 뉴호라이즌에는 RTG 연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이 10.9kg 실려 있다.

‘혜성들의 고향’으로 가는 길

뉴호라이즌은 내년 태양계 가장 바깥쪽에서 수천 개의 얼음과 바위들이 마치 도넛처럼 모여 있는 ‘카이퍼 벨트’에 본격 진입할 예정이다. 카이퍼 벨트는 공전주기가 200년이 안 되는 혜성들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유럽우주기구(ESA)가 보낸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착륙한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추리) 역시 카이퍼 벨트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호라이즌이 카이퍼 벨트에 진입해 탐사 결과를 지상으로 보내오면 태양계의 비밀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상에서는 지름 100km 이상인, 상대적으로 큰 천체만 관측할 수 있는데 현장에 가면 추리를 비롯해 그보다 지름이 작은 혜성들이 카이퍼 벨트에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카이퍼 벨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전체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간동아 2015.07.27 998호 (p66~67)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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