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2015.07.13

동성애자의 소득이 더 높은 까닭은?

원래 지적 능력이 높다 vs 성공한 동성애자만 커밍아웃

  •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chkim.ku@gmail.com

    입력2015-07-13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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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의 문화행사인 ‘2015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애자 간 결혼도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로 인정한 직후 열려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고 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행사에 참석해 대사관에서 설치한 부스를 살펴보고 시민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일부 개신교 단체가 행사장 주변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큰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자기 몸에 인분을 뿌리고 축제를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난 게 옥에 티일 뿐이다.

    한국의 동성애 축제가 평화롭게 진행된 반면, 비슷한 시기 터키에서 열린 동성애 축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고무탄을 발사하며 강제 해산시켰다. 동성애는 국가와 지역, 종교에 따라 태도가 극명히 갈리는 이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는 20개국이다.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는 사실 다른 선진국보다 늦었다. 프랑스, 영국, 북유럽을 포함한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이들 나라에서 동성결혼은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이에 반해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등 10여 개국에서는 극형을 언도받는 중범죄다.

    동성애는 경제 불평등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지금은 퀴어문화축제에 총천연색의 각종 의상이 등장하지만, 초기에는 동성애자들이 양복을 차려입고 자신들이 정상적인 노동자임을 강조했다. 폭행과 린치 같은 물리적 위협 다음으로 동성애자를 괴롭힌 게 고용차별이었기 때문이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동성애자인 것이 밝혀지면 연방정부 공무원을 해고해도 좋다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평균소득 10% 더 높아

    그럼 현재는 이들의 경제적 지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언뜻 차별받고 억압받아 궁핍하게 살 것 같지만, 사회학계와 경제학계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았고, 평균 가구소득이 더 높으며, 심지어 아이큐(IQ)도 더 높다. 미국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를 이용한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윌리엄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성애자 부부는 1년 평균 가구소득이 1억 원인 데 비해 동성애자 커플은 이보다 10% 정도 많은 1억1000만 원을 번다. 이들의 교육 수준이 더 높고 그에 따라 더 좋은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미국 성인의 32%가 대학교육을 받은 데 비해 동성애자 중에서는 46%가 대학교육을 받았다. 동성애자의 학력 수준이 이성애자보다 높다는 건 다른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 내 100개 대학 학생들의 학업 성과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 남성이 이성애 남성보다 학점이 더 높고, 공부하는 시간이 더 길며, 학업을 더 중시하고, 학업 외 봉사활동이나 예술과 관련한 과외활동, 정치 및 사회 활동에도 더욱 열심히 참석한다. 요컨대 이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 남성이 이성애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길러내고자 하는 시민상(像)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동성애자의 높은 소득은 그들 자신에게 한정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정부 노동통계국 자료를 이용한 월간 ‘애틀랜틱’ 분석에 따르면, 지역별 동성애자 비율과 시간당 평균임금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동성애자가 더 밀집해 있는 주의 평균임금이 밀집도가 낮은 주보다 높은 것이다. 이러한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를 동성애자의 직접적인 기여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다양성을 중시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가 창조적인 활동과 친화성을 보장하며, 그러한 창조적 활동이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왜 동성애자의 학력과 소득이 더 높을까. 가나자와 사토시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그들의 인지능력이 이성애자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큐가 높을수록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능력은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만큼 지적 능력이 높을수록 동성애자가 되는 경향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많은 학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성애자만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그렇지 않은 동성애자는 커밍아웃을 꺼리기 때문일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학에서 이른바 선택편향이라 부르는 오류다. 팀 쿡 애플 사장이 동성애자로 당당히 커밍아웃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해 한때 방송에서 퇴출됐던 홍석천은 지금 서울 이태원에 레스토랑 여러 개를 소유한 자산가다.

    동성애자의 소득이 더 높은 까닭은?
    누구도 예상 못 했던 미국의 변화

    평균적으로 동성애자의 학력과 소득이 이성애자보다 높지만, 미국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존재한다. 학력 수준과 직장 경력이 같을 경우 동성애 남성의 소득은 이성애 남성보다 15% 정도 적다. 다만 여성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동성애 여성이 이성애 여성보다 노동시장에서 직업을 갖고 일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 더 많은 시간 일하기 때문에 학력이 같은 경우에도 동성애자의 소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가까운 미래에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가족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변화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 있던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백악관을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 그러나 7년 전인 2008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다. 나는 동성결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유럽에 비해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에서 동성애에 우호적인 여론이 이렇듯 빨리 형성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정리해보자. 지금까지 여러 사회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자의 능력은 이성애자와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높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이 마음껏 자기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성애자에게도 이득이 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문화 속에서 창의와 혁신이 이뤄지며, 그런 혁신이야말로 경제 발전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 역시 동성애자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누리고 있고 앞으로도 누리게 될 것이다. 퀴어문화축제에 맞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연 개신교 단체 회원들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 맞춰 발레를 췄다. 차이콥스키는 동성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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