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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로스쿨 6년의 그림자 01

로스쿨 변호사 4000명 시대 LAW-School? LOW-School!

변시 입시학원·명문대 과점·변시낭인…취지 무색게 하는 부작용 잇달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로스쿨 변호사 4000명 시대 LAW-School? LOW-School!

로스쿨 변호사 4000명 시대 LAW-School? LOW-School!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1장 제2조 교육이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 후 2012년부터 매년 변호사시험(변시)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는 이가 1500명씩 쏟아지면서 현재 우리는 변시 출신 변호사 4000명 시대를 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등록한 변호사 가운데 변시 출신 개업 변호사 수가 3542명 늘어난 반면, 사법시험(사시) 출신은 1822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표1 참조). 마지막 사시가 치러지는 2017년을 끝으로 사시 출신 법조인은 더는 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사시 존치 및 로스쿨 폐지를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전국 25개 대학이 각각 수십억 원씩 예산을 들여 로스쿨을 설립, 운영하고 있고 학생 6000여 명이 법조인을 꿈꾸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또 4000명이 넘는 변시 출신 법조인이 세를 확장해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시 존치론자, 로스쿨 폐지론자가 주장하는 날선 비판은 차치하고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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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006년 로스쿨제도 도입이 논의될 당시 언론에 나왔던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펴보면 △획일주의, 사법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공자의 실무형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변호사 숫자를 늘려 국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 △사법시험에서 기존 합격자가 특정 학교에 몰려 있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장수 고시생으로 인한 국가 인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취지는 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1장 제2조 교육이념에도 드러나 있다.



다양한 전공이 가져온 학력 격차 부작용

과거 법조인이 되는 방법은 사시가 유일했다.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는 것과 별개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해 다년간 방대한 양의 법적 모범답안을 암기한 뒤 1, 2차 시험에 인생을 걸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문민정부 시절부터 사시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시험공부만 하느라 사회 제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해결할 만한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채 획일적이고 관료화, 엘리트화된 법조인만 양성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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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6년 참여정부 때 사법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로스쿨제도 도입이 결정됐고 이듬해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6조 1항에 따라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가 입학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2009년을 시작으로 각 로스쿨은 도입 취지와 제도에 걸맞은 학생을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3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2015학년도 합격자 통계를 보면 전공 분야의 다양성에서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표2 참조). 법학계가 전체의 44%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비법학계가 과반이어서 다양한 지식을 가진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겠다는 당초 취지에는 일정 부분 부합한다. 또한 직업군을 보면 공무원 28명, 의료인(의사, 간호사 등) 6명, 회계사 18명, 노무사 7명 등 전문자격 소지자도 있다.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선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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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작용은 다른 데서 발생하고 있다. 비법학계 학생들과 4년 동안 법학을 전공한 이들 간의 학력 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다년간 사시를 준비했던 학생들과의 차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비법학계 학생들이 낮은 점수로 소위 학점을 깔아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점은 로펌 입사에서 주요 평가요소로 거론되기 때문에 일부 비법학계 학생의 경우 휴학하고 따로 법 공부를 하기도 한다.

6월에는 로스쿨 학생을 겨냥한 전문학원까지 생겼다. 서울의 한 대형 입시전문학원이 현직 변호사 11명을 강사로 채용해 로스쿨 학년별 학점 관리부터 변시 대비, 합격 후 구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학원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신설했다. 학원 관계자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조사 결과 비법학계 학생 가운데 입학 후 첫 학기부터 교수들이 ‘어느 정도 소양이 있겠거니’ 하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헤맨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결국 방학 때 고시학원 문을 두드리는데 사시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정작 변시 준비생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답답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필요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원은 내년 1월 치르는 변시에 맞춰 6개월 과정 강의를 개설했는데 “현재 오프라인 강좌에만 100명에 이르는 학생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수강생 가운데 올해 변시에서 떨어진 재수생이 과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6개월 과정의 수업료는 교재비를 포함해 400만 원에 이른다. 학원 관계자는 “수업료는 신림동 사시학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한 해 등록금이 최고 2000만 원에 육박하고, 졸업까지 많게는 6000만 원이 들어가는 실정에서 이제는 사교육비까지 추가해야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취지인 ‘사시에서 기존의 합격자가 특정 학교에 몰려 있는 것을 시정’하기 위한 부분은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 얼마나 개선됐을까. 2014년 서울대 로스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합격자 153명 가운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출신은 132명(86.2%)이며 서울대 100명(65.4%), 고려대 16명(10.5%), 연세대 16명(10.5%)으로 나타났다. 기타 대학은 해외 대학 7명, KAIST(한국과학기술원) 5명, 경찰대 3명, 포항공대 1명 등이다. 로스쿨마다 다른 대학 학생의 선발 비율을 최소 3분의 1까지 두고 있어 다른 대학 출신들도 있긴 하지만 로스쿨은 대부분 SKY 대학 출신 학생들로 뒤덮여 있다.

SKY 출신 편중, 로스쿨 도입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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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변시 합격자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변호사 등록자 기준으로 변시 1~3회 동안 서울대 출신 합격자는 각각 362명, 337명, 269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출신이 각각 240명, 239명, 245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연세대 출신이 226명, 236명, 23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1500명 안팎의 변시 합격자가 배출되는 가운데 매년 SKY 대학 출신이 50% 이상을 점유하는 실정이다.

2012년 이후 3년간 임용된 로스쿨 출신 검사의 출신 대학을 보면 특정 학교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하다. 지난해 법무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3년간 임용된 전체 로스쿨 출신 검사 119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5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SKY 대학 출신은 전체의 77%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임용된 사시 출신 검사 365명 가운데 SKY 대학 출신이 235명으로 64%였던 것과 비교하면 13%p 높다. 사시 합격자가 특정 학교에 몰리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도입한 로스쿨제도가 사시제도만 운영하던 때보다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변호사들의 특정 학교 편중 문제보다 공직자인 판검사들의 편중 심화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판검사의 학교 서열화가 사시만 운영되던 때보다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사시는 오로지 성적으로 임용 기회가 주어졌지만 로스쿨은 성적 외에 다른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학교 서열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사시와 연수원 성적으로 불리한 학벌을 뒤집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한 번으로 결정되는 학부 학벌의 족쇄에 평생 묶이는 셈”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로스쿨제도 도입을 촉발했던 여러 취지 가운데 많은 이로부터 공감을 샀고 큰 이견이 없었던 항목은 ‘장수 고시생으로 인한 국가 인력 낭비를 감소하기 위함’이었다. 과거에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도 다년간 사시 탈락의 쓴잔을 마셔 결국 마흔이 될 때까지 직장 경력도 없이 ‘사시낭인’, 더 나아가 ‘사시폐인’으로까지 전락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국가적으로도 우수한 인재를 사회에 편입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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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사시낭인이 아닌 ‘변시낭인’이 우려되고 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치른 제4회 변시 합격률은 61.1%로 3년 전 첫 시험 때보다 26.1%p 낮아졌다(표3 참조). 현재까지 누적된 불합격자 수는 996명. 내년에 시험을 치르는 2000여 명의 로스쿨 3학년까지 합하면 제5회 변시 응시자는 3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500명 안팎의 합격자가 배출된 것을 적용하면 내년 변시 합격률은 50%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계산대로라면 2018년을 기점으로 합격률은 3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로스쿨과 재학생 모두 변시 합격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 지난 7년간 서울 한 로스쿨 입시학원에서 일한 상담실장은 “과거에는 로스쿨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좋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강제동원령(강원대·제주대·동아대·원광대·영남대를 일컫는 말)이라 부르는 하위권 지방대 로스쿨이라도 일단 빨리 들어가서 변시에 합격하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로 변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학생을 선발할 때도 학업성취도가 우수한지 여부를 많이 본다. 합격률이 계속 낮아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로스쿨 합격 여부보다 변시에서 재수, 삼수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계속 떨어지다 보면 결국 로스쿨만 졸업한 석사학위 소지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의 동향을 설명했다.

사시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변시에 합격하려고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선 교수는 “현행 변시는 주관식 배점이 75점, 객관식 배점이 25점인데 주관식에서 54점만 넘으면 객관식을 다 틀려도 과락을 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변시가 양질의 법조인을 가르는 필터 기능을 전혀 못 할 정도로 문제점을 지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수준의 변시에서 계속 떨어져 장수 변시생이 발생하는 것은 ‘사시낭인’이 문제시되던 사시 체제 때보다 더 심각한 국가적 인재 낭비 사태를 야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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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양질의 법률서비스? 글쎄…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 가운데 수요자 처지를 고려한 ‘변호사 숫자를 늘려 국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은 법률시장에 얼마나 반영됐을까. 일단 변호사들이 2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으로 분류해 변호를 꺼려하던 사건까지 눈높이를 낮췄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알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원에서 올해 출간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민사 소액사건 수임률은 2009년 15.2%, 2010년 21.2%, 2011년 26.3%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체감하고 동의하는 부분이다. 2013년 제2회 변시에 합격해 소형로펌에서 근무한 뒤 언론사에 입사한 한 사내변호사는 “직전에 근무했던 로펌은 부장판사 출신인 대표변호사 아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있는 소형로펌이었는데 근무 당시 되도록 소액사건까지 맡아서 했다. 또한 로펌 측에서 의뢰인에게 단가를 낮춰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주변 동기들 얘기를 들어봐도 수임료가 낮아지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제공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10년 차 변호사인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국민 아무나 붙잡고 ‘똑같은 수임료를 낸다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 사시 출신 변호사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겠느냐’ 물었을 때 답은 뻔하다. 변호사에게는 일에 불과하지만 소송에 처한 이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누구라도 자기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소송에 최고 변호사를 선임하길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로스쿨제도 도입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지방 로스쿨에서는 교수가 “수업 듣지 말고 변호사시험 준비하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나 변호사는 “지금 로스쿨이 흔들리는 이유는 사시가 존치되기 때문이 아니다. 로스쿨 자체에 쌓이는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차피 없앨 수 없는 로스쿨이라면 내부적으로 커리큘럼 수준을 높이고 정말로 도입 당시 취지처럼 ‘교육에 의한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 되도록 스스로 변화와 개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14~17)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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