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2015.06.15

각자도생 강요…비효율적 법 판단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장 지침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06-15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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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도생 강요…비효율적 법 판단

    메르스 2차 전염이 정점인 6월 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폭발적 감염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가 늘고 있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의 1000분의 1 크기 수준으로, 기침을 하는 순간 비말에 섞여 빠르게 퍼진다. 현재 정부는 메르스 극복을 위해 개인 위생을 강조하면서 평소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과연 모든 국민에게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정부의 지침은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얼마만큼 유효할까.

    사실 국가는 개인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할 게 아니라 집단 차원의 확산을 막는 게 최우선이어야 한다. 따라서 각 개인으로 하여금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타인과 접촉을 피하게 하는 게 집단 확산을 차단하는 최우선적 조치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바이러스를 피하라며 건강한 사람에게까지 미리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를 쓰게 한다면 그중 포함돼 있을지도 모를 환자들까지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를 쓸 것을 권장하는 것은 잘못된 지침이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하기보다 오히려 환자로 보이는 사람을 피하고 기침하는 사람의 주변을 과감하게 벗어나라고 가르쳐야 한다. 이러한 행동이 멋쩍고 미안한 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지키려는 떳떳한 자세라고 설명하는 게 옳다. 마스크를 쓰면 안전할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일반 마스크는 감염자가 숨을 내쉴 때 나오는 바이러스가 포함된 체액을 일부 걸러내는 기능을 할 뿐이다.

    합리주의적 법해석 관점에선 정부의 마스크 권장을 약탈경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법은 인류가 공공선을 지향하면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이른바 약탈경제 체제에선 살인이나 절도가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현대 선진 자본주의는 약탈행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그 대신 의사의 합치에 의한 거래를 보장하면서 고도의 발전을 이뤄왔다. 그 과정에서 현생 인류(크로마뇽인)는 가족주의를 넘어 집단의 공공선을 고려하고 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도록 진화하면서 번영했으며, 그렇지 못한 인류(네안데르탈인)는 멸종했다. 이기적이기만 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보다, 이기적이면서도 전체를 위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섞인 집단이 더 발전한 것이다.

    과거 로마시대에는 로마 시민과 그 외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이 달랐다. 그러나 지금의 법은 모든 이를 동등하게 대우한다. 우리는 소위 대중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은 대부분 읽고 쓸 줄 알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 이해하고 수긍한다. 따라서 이번 메르스와 관련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행동지침을 마련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마스크를 쓰라는 지침은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므로 하나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에 거짓이 섞여 있으면 서서히 권위를 잃게 되고, 그럼 약탈경제의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정부의 지침처럼 각자도생하라는 것은 실제 개인을 너무 피곤하게 한다.



    부대나 교도소처럼 생활공간이 한정적인 시설을 방문할 때는 혹시 모를 일이므로 스스로 마스크를 쓰는 게 예의겠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벗고 서로를 더욱 세심히 살피는 게 올바른 행동이다. 자신의 눈을 믿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실내에 들어와서는 잊지 말고 비누로 손을 씻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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