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1

2015.06.08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탑재 경쟁

자동차 유리, 손목시계 등 활용도 높아…접고 구기고 매듭까지 짓는 배터리도 등장

  •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입력2015-06-08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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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탑재 경쟁

    삼성전자가 내놓은 기기 양 옆면이 구부러진 스마트폰 갤럭시S6 엣지.

    A씨는 얼마 전 그토록 열망하던 최신 스마트폰을 샀다. 기기 가격이 100만 원대에 달해 몇 달치 비상금을 한 번에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웬걸. 아이가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 그만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다. 결과는 처참했다. 앞면 유리가 산산조각 난 것. A씨는 고장 난 스마트폰을 들고 수리센터를 찾았고 모아둔 비상금마저 수리비로 다 써버렸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썩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기기가 충격에 약하다는 점이다. 가격이 비싼 기기는 최대 100만 원에 육박하니 한 번 잘못했다간 허리가 휘청거린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혈전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기기 업계가 잇따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채택하면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 향후 공처럼 ‘통통’ 튀는 스마트기기도 나올 수 있다. 스마트기기 업계에서 말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디스플레이(P-OLED)’다. 정확히는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만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식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는 크게 액정표시장치(LCD) 방식과 OLED 방식으로 나뉜다. LCD 디스플레이는 내부에 빛을 뿜어내는 백라이트유닛(BLU)이라는 부품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 BLU는 무기물 소재로 연성이 없다. 휘어지면 그대로 깨져버리는 것이다. 반면 OLED 디스플레이는 BLU 없이 적녹청(RGB) 색깔을 살아 있는 유기물이 각각 구현한다. 이 때문에 현재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전부 OLED 방식이다. 전자종이 등으로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색 재현성 등의 측면에서 OLED보다 품질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은 적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이전부터 업계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적용처가 많았기 때문이다. 휘어진 형태의 차량 앞 유리에 디스플레이를 넣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길 찾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현재 평평한 모양으로 획일화된 대형 광고판을 둥그렇게 만들어 색다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가장 먼저 채택하고 나선 것은 스마트기기,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업계다. 국내 LG전자가 2013년 출시한 ‘G플렉스’에 처음으로 휘어진 형태의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포문을 열었지만 시장에서 기대만큼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강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디스플레이 한쪽 면을 휘어진 형태로 만든 갤럭시노트4를 내놨다. 이어 세계 최초로 기기 양 옆면이 구부러진 갤럭시S6 엣지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갤럭시S6 엣지에 구현된 이 디자인은 사실 내년에서 내후년 사이 나올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갤럭시노트4 엣지의 반응이 워낙 좋았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노트5 시리즈에도 ‘엣지’를 적용할 방침이다.

    애플도 잇따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LCD로 만들 수 없다.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인 아이폰 시리즈에 LCD 디스플레이인 일명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올 초 출시한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탑재 경쟁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18인치 HD급 해상도(1200×810)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애플은 얼마 전 ‘플렉시블 전자기기(Flexible Electronics Devices)’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판 등을 활용해 접거나 구부려도 기기 안에 탑재된 핵심 부품에 충격을 주지 않는 게 주된 내용이다. 떨어뜨려도 구부러졌다 다시 펴지는, ‘통통 튀는’ 스마트폰을 연상하면 된다. 애플 측은 특허 소개란에서 ‘이 기기는 제품을 떨어뜨렸을 때 일반 제품보다 저항력이 강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연달아 플렉시블 특허를 확보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손목에 착용하는 형태의 스마트폰에 대한 특허를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허가받았다. LG전자는 손목 밴드 위에 휘어지는 모양 그대로 붙일 수 있는 플렉시블 스마트폰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넓은 의미에서 유연한 소재를 사용해 자유롭게 구부리거나(벤더블·bendable) 둘둘 말거나(롤러블·rollable) 접을 수 있는(폴더블·foldable)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통칭한다. 앞서 말한 플라스틱 디스플레이의 경우 현재는 롤러블까지 구현 가능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용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5’에서 18인치 플라스틱 디스플레이로 100만 화소에 달하는 HD급 해상도(1200×810)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디스플레이의 곡률반경도는 30R(반지름 3cm짜리 원으로 말아도 화면을 내보낼 때 이상이 없는 수준)로 롤러블까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 수준은 아니어도 기술적으로 롤러블까지 구현할 수 있다”며 “실제 제품으로 나오려면 신뢰성, 수명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플렉시블 스마트기기가 구현되려면 디스플레이 외에도 배터리 및 내부 부품 상당수를 플렉시블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기기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디스플레이야 깨지면 그만이지만 배터리는 잘못하면 내부 음극과 양극이 만나 폭발할 우려가 있으니 그만큼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다. 여기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 밀도를 확보해야 하고 두께 등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배터리는 현재 커브드까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력이 확보된 상태다.

    LG화학은 최근 마음대로 접고 구기고 매듭까지 지을 수 있는 케이블형 배터리를 개발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에서 벗어나 양극을 구리선에 니켈-주석 합금을 코팅하고 여러 가닥을 꼬아놓았다. 구리선 안은 비어 있는 형태다. 양극 위로 분리막을 덮고 음극을 만들어 서로 맞닿지 않게 했다. 용량은 두께 2mm당 1.3mAh(밀리암페어아워)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모두 핵심 기술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라며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상용화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렉시블 스마트기기를 구현하는 건 2020년쯤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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