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1

2015.06.08

대박 경쟁률 서울 마곡지구 장애인 특별분양 불법 당첨 의혹

장애인 당첨 30%는 기초생활수급자…경찰, 투기 세력 결탁 수사 중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6-08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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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경쟁률 서울 마곡지구 장애인 특별분양 불법 당첨 의혹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서는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 아파트에 청약하려는 사람들이 1월 중순 길게 줄 지어 서 있다.

    ‘사업주체가 국민주택 등의 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경우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 그 건설량의 10%의 범위에서 특별공급할 수 있다. 7호 :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 따라 장애인등록증이 교부된 자(정신지체인·정신장애인 및 제3급 이상의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배우자 포함).’(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9조 제1항)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장애인 특별공급을 시행하고 있다. 청약 과정을 보면 일단 주택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시 도시개발공사(SH공사), 민간업체가 시도에 장애인 특별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통보하면 시도 관할과에서 자치구·동에 공고를 내려보낸다. 해당 자치구·동에서 장애인 신청자를 접수받은 뒤 명단을 시도에 제출하면 담당 공무원은 배점기준표(장애 등급, 무주택 기간, 가구원 장애인 유무 등)에 의거해 산정한 점수대로 우선순위 명단을 작성하고, 주택 소유 여부를 국토교통부에서 검색해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 이후 주택 공급 업체가 추첨한 뒤 당첨 명단을 최종적으로 시도에 통보한다. 이 같은 과정으로 장애인은 일반 분양과 달리 2 대 1 정도의 낮은 경쟁률만 통과하면 인기 아파트에 입성할 기회를 얻게 된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도 특별공급 신청

    1월 대기업 브랜드 건설사가 서울시에 분양한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에도 특별공급 물량이 배정됐다.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마곡지구에 민간 건설사가 선보이는 분양 물량이라 이곳은 지난 연말부터 일반 분양자의 관심이 높았다. 또한 공급 면적도 전용 59㎡와 84㎡ 중소형 타입이어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당첨을 노리는 이가 많았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를 고려해 최저 3억6000만 원부터 최대 5억3000만 원 선까지 비교적 합리적으로 책정돼 청약 경쟁률은 27.6 대 1을 기록했다.

    마곡지구 13단지의 특별공급 물량은 총 공급 물량 1194가구의 10%에 해당하는 119가구였다. 서울시에 거주하면서 자격 요건이 되는 장애인 신청 인원은 152가구에 달했지만 최종 당첨된 장애인은 총 62가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9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 분양가가 3억6000만 원이라지만 한 달에 50만 원 안팎(1인 가구 기준)의 기초생활비를 지급받는 장애인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서울시청 관할 부서인 장애인자립지원과에 문의하자 “시에서도 의문을 갖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장애인자립지원과 관계자는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도 은행 대출을 갚기 어려운 요즘 같은 때 기초생활수급자가 4억~5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을 신청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다. 이 같은 정보를 파악한 경찰에서도 당첨 장애인 이름과 주소 등 관련 정보를 요청해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고 말했다.

    수사를 진행하는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당첨자 19명의 이름은 모두 다르지만 계약자 연락처가 동일한 번호로 여러 건 중복돼 있었다. 이는 부동산 투기 전문가와 결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현재 당첨 장애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특별공급에 투기 세력이 결탁했던 사건은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해왔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는 장애인 특별공급을 부정하게 공급받은 뒤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아 이득을 챙긴 투기 일당과 장애인협회 관계자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대박 경쟁률 서울 마곡지구 장애인 특별분양 불법 당첨 의혹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공급이 예정된 서울 마곡동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 경쟁률은 27.6 대 1을 기록했다.

    당시 투기 일당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의 1064가구 아파트 분양 물량 가운데 특별공급분 청약에 장애인 50~60명의 이름을 빌려 신청했고, 이 가운데 10가구가 당첨됐다. 전매제한이 없는 점을 노린 이들은 일반인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았고 가구당 2000만~3000만 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연상동의 모 아파트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25가구를 분양받아 가구당 300만~1000만 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았고 총 4억 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는 광주에서도 이 같은 수법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이들은 2012년 11월부터 2년에 걸쳐 장애인 30여 명의 이름을 빌려 장애인 특별공급을 신청했다. 이들은 광주 동구 학동의 모 아파트 8가구와 남구 효천동의 모 아파트 18가구 등 분양받은 총 26가구를 일반인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았고 1억 원가량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명의를 빌려준 장애인에게 1인당 150만~600만 원을 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매제한 없어 투기 세력의 표적돼

    마곡지구 13단지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마곡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해당 아파트의 매매 가격을 문의하자 “매매 문의는 많이 들어오는데 조합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 거래량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호가만 계속 오르는 추세다. 입주 시기가 돼봐야 알겠지만 지금 현재도 분양가에 비해 가격이 꽤 올랐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13단지의 6월 초 거래 가격은 최초 분양가에서 1억6000만~2억 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장애인 특별공급 당첨 물량에도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 경찰은 매매가가 정점에 달하는 12월 입주 시기에 맞춰 투기 일당이 당첨 물량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당첨된 장애인들을 상대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지역마다 이 같은 투기 세력이 장애인들과 결탁해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 신청을 하고 있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에 장애인이라고 아파트 분양을 받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신원이 명확하고 배점기준표상 우선순위 장애인이라면 당첨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친척이 함께 돈을 마련해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이지 않는가”라면서 “투기 세력이 결탁했는지는 수사기관이 찾아내 형법상 처벌할 문제이지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장애인 특별공급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별공급 아파트 분양 이후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 현재 특별공급 물량은 신청에 자격 제한이 있지만 당첨된 이후에는 일반인에게 전매할 때 제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투기 세력이 청약 가능한 장애인들과 지속적으로 결탁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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