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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기능식품의 진실

의학계 미운 털 소팔메토

“효능 있다 vs 없다” 논란…식약처, 국내 임상시험 없이 인정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의학계 미운 털 소팔메토

의학계 미운 털 소팔메토
‘밤에 오줌이 자주 마렵다, 오줌을 누고도 개운치 않다, 오줌줄기가 약하다.’ 중년 이상 남성의 최대 고민, 전립샘비대증의 증상이다. 전립샘은 남성의 방광 하부에 있는 밤톨만한 조직으로 40대 이후 급격하게 커진다. 전립샘 내부에는 소변 통로인 요도(尿道)가 있는데, 전립샘이 커지면 요도를 압박해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전립샘비대증으로 고통받는 남성이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4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립샘비대증 환자 수는 총 96만7143명으로 2009년 대비 40% 증가했다.

전립샘비대증 환자에게 익숙한 제제가 ‘소팔메토(Saw Palmetto·학명 Serenoa Repens)’다. 소팔메토는 남미에서 자라는 톱야자열매로 아메리칸인디언들이 고환 위축이나 발기부전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전립샘비대증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제제로 활발하게 쓰인다.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공식 인증한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 250여 종, 의약품 1종이 판매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소팔메토 시장 규모를 약 2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CJ제일제당 ‘전립소’는 2007년 출시 이후 지난해 700억 원의 누적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가 뜨겁고, 종근당건강과 보령제약 등에서도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일부 건강기능식품 ‘약효’ 광고

하지만 의학계 일부에서는 “소팔메토에 전립샘비대증 개선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외국에서는 소팔메토의 전립샘비대증 개선 효과를 의심하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며 일부 비뇨기과 의사들이 ‘효과 없는 (소팔메토) 제품을 구매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밝혔다. 그동안 소팔메토를 복용했던 남성들에겐 절망적인 소식이다.



소팔메토의 효능은 과연 없는 것일까. 식약처는 어떤 경위로 소팔메토를 원료로 한 제품을 전립샘 관련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으로 인증했고, 왜 갑자기 효능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것일까.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인터넷 홈페이지(www.foodnara.go.kr)에는 전립샘 관련 건강기능식품은 ‘전립샘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그저 ‘식품’일 뿐이다.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 의학적 효능은 단정할 수 없으며, 특정 질환을 개선한다고 홍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들은 국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임상시험 자료 등을 제출해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은 것이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을 전립샘비대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뇨, 빈뇨, 잔뇨, 더 이상 고민하지 마세요. 우리 제품이 남성의 자신감을 되찾아 드립니다.’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예방·치료’라는 단어가 포함되진 않았지만 특정 질환의 개선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건강기능식품은 식약처가 인정한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소팔메토 의약품은 ‘쏘메토 320mg 연질캡슐’이 유일하다. 제약업체 한국팜비오가 2007년부터 수입하는 프랑스 의약품으로 해외에선 ‘퍼믹손’이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한국팜비오 측은 “쏘메토와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은 효능이 다르다”며 “쏘메토에는 전립샘 비대에 영향을 미치는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유리지방산이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보다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임상시험은 단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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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쏘메토도 국내 수입 시 별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쏘메토는 유럽 등에서 의약품으로 활용된 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감안해 국내 임상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쏘메토는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가 인증한 ‘의약품집’에 수록돼 있는데 이 의약품집은 안전성과 효용성이 입증된 제제만 엄선한다. 즉 쏘메토는 해외 문헌을 참고해 국내 의약품으로 인증받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시판 허가 이후 쏘메토 임상시험이 실시된 적은 있다. 서울 한전병원 비뇨기과에서 지난해 시행해 2015년 1월 결과를 발표한 임상시험이다. 병원 측은 전립샘비대증 환자 176명을 대상으로 30일 동안 쏘메토와 플라세보(placebo·위약)를 투약했다. 그 결과 쏘메토를 복용한 환자들의 야뇨와 빈뇨가 감소했고 요속이 빨라진 점이 발견됐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소팔메토 소비자들에겐 국내 임상시험이 단 1건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회사원 정수영(52) 씨는 “식약처가 공식 인증한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고 있는데 그동안 돈을 낭비한 것 아닌가 싶다. 비뇨기과 치료에는 돈이 많이 들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들은 최근의 효능 논란이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 비뇨기학(European Urology)을 포함한 해외 다수 논문이 소팔메토의 전립샘비대증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꾸준히 복용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 스스로 효능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또한 식약처가 소팔메토를 2010년 ‘고시형’ 원료로 인정했다는 점을 들어 “소팔메토는 품질을 신뢰받는 원료”라고 설명했다. 고시형 원료는 건강기능식품공전(공전)에 등재된 기능성 원료로 공전에서 정한 제조 기준, 최종 제품 요건 등에 적합하면 별도 절차 없이 인정된다.

“식약처 인증은 무슨 의미?” 소비자 혼란

의학계 미운 털 소팔메토

보령제약 ‘쏘팔메토’(왼쪽)와 CJ제일제당 ‘전립소’.

한국팜비오 관계자 역시 “최근 효능 논란이 쏘메토 매출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 같은 소팔메토라도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은 효용성이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업계 논란에도 식약처는 묵묵부답이다. 소팔메토 인증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인정 절차에는 개발 경위, 국내외 인정 및 사용 현황, 원료 특성, 기능 성분, 안전성 등에 관한 국내외 학술지, 국내 건강기능성 식품검사기관의 자료 등이 필요하다. 해외 의약품 수입 허가 절차에는 안전성·유효성 서류, 해당 의약품이 해외에서 적법하게 제조된다는 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즉 국내 임상시험은 필수가 아니며 식약처는 경우에 따라 해외 논문이나 시험 결과 등으로 품질을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권위 있는 학술지와 기관에서 인정한 점을 참조하는 등 엄격한 인정 절차를 거친다. 또 소팔메토의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효능과 관련해서는 의사들 간 의견이 다양할 수 있기에 식약처가 딱히 나설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식약처 공식 인증’ 제품을 두고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다음 세 가지 점을 주의해야 한다. 소팔메토의 전립샘비대증 개선 효과를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점,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은 효능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소팔메토 제제에 대해 국내 임상시험은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지한 유쾌한비뇨기과의원 원장은 “소팔메토 제제의 효능은 아직 논쟁 중이라 단정하기 이르다”며 “전립샘 크기가 크거나 질환이 심한 경우 단독 치료로는 거의 무의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꼭 사용한다면 비뇨기과에서 받는 전립샘비대증 치료에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사마다 의견 달라…“효능 검증되지 않았다”

소팔메토의 전립샘비대증 개선 원리는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다. 남성은 나이가 들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DHT)의 증가로 전립샘비대증이 발생하는데, 소팔메토 추출물인 유리지방산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DHT로 전환하는 5알파 환원효소의 활성을 저해해 전립샘비대증 증상을 개선한다.

이를 두고 비뇨기과 의사들 간 찬반 여론이 뜨겁다. 이지한 유쾌한비뇨기과의원 원장은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소팔메토가 전립샘비대증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건강기능식품보다 개선 효과가 일부 입증된 쏘메토 사용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소팔메토 효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 교수는 “NEJM(뉴잉글랜드의학저널), JAMA(미국의학협회저널)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환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소팔메토의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소팔메토 효능이 플라세보(위약) 효과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임상시험이란 시험 집단의 규모, 변수, 결과 분석 등에 따라 다양한 결론이 나올 수 있기에 소팔메토의 효능을 섣불리 단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회장인 김준철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 ‘소팔메토는 전립샘비대증 치료 효과가 없으며, 위약 효과가 40% 정도’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돼 업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한 말이 아니고, 소팔메토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5.06.01 990호 (p32~34)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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