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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과학

공포의 과학

광우병 파동 당시 한 유명 만화가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며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결국 어머니가 요리할 때 쓰는 조미료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이해는 한다. 당시 광우병 공포로 사회가 미쳐 돌아가던 시기였으니 ‘미친소 릴레이’란 만화를 그린 만화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과학적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그런 만화를 그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광우병 파동으로 교훈을 얻지 못했다. 과학적 진실을 외면한 이야기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뻔히 존재하는 과학적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저 겉모습만 보는 순간,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맥도날드 햄버거로 인해 속칭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아이의 사연은 정말 안타깝지만 과학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부모의 주장이 거짓이란 의미가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피해자 어머니가 말한 “제대로 된 조사를 받고 싶어 고소했다”는 말에 100% 공감한다. 이 사안은 과학적으로 검증해 진즉에 결론 냈어야 하는 일이다. HUS가 덜 익은 햄버거 패티에서 기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면 그걸 검증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빨리 적용했어야 했다. 가슴 아파하는 피해자 부모와 정확한 검증에 대한 맥도날드 측의 미숙한 대응이 사안을 키웠다. 하지만 이 때문에 ‘햄버거 패티가 문제’라고 성급히 받아들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탈원전 논의도 과학적 검증이 덜 된 채 서로의 주장만 난무한다. ‘과학’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아 소모적 갈등과 불필요한 공포만 반복될 뿐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과학과 확률을 가지고 얘기했으면 한다. 과학적이라고 0% 혹은 100%를 기대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합리적 선택은 매우 미세한 가능성을 제외하는 데 있다. 광우병이 그랬다. 0.001%도 안 되는 가능성을 부풀려 현혹시킨 것.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침소봉대를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공포에 빠지지 않게 한다.









주간동아 2017.07.19 1097호 (p5~5)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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