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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언 기자의 1막2장

유쾌한 고전 뒤집기

뮤지컬 ‘난쟁이들’

  • 구희언 주간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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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동화를 잘 읽지 않는다. 재미없고 빤하기 때문이다. 영화 · 공연 커뮤니티에서 ‘금기’는 제목에 스포일러가 있다고 쓰지 않고 본문에 작품 내용을 누설하는 것이지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가 왕자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게 결말이라고 밝혀도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전 작품들의 초대형 스포일러이자 흔한 결말이다.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은 이처럼 선남선녀가 만나 행복하게 만수무강했으려니 싶은 고전을 비틀어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건 난쟁이 찰리와 빅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주들이 나오는 동화를 읽으며 꿈을 키운 찰리는 무도회에서 공주를 만나 난쟁이 신분에서 벗어나는 게 꿈이다. 무도회장에 가려던 찰리는 과거 백설공주를 모셨던 늙은 난쟁이 빅과 함께 소원을 이루고자 인어공주에게 다리를 줬던 마녀를 찾아가지만, 마녀는 목소리나 머리카락 대신 돈을 요구한다.

동화 속 주인공에게 현실의 때가 듬뿍 묻었다면 이런 모습일까.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익히 알려진 고전 속 공주들이 하나같이 예상을 깨는 언행으로 재미를 준다. 왕자와의 잠자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백설공주는 힘 좋고 잠도 없는 난쟁이가 더 멋진 남자였음을 깨닫는다. 신데렐라는 결혼한 왕자가 생각보다 돈이 없다는 걸 알고 헤어져 또 다른 ‘물주’인 다른 나라 왕자를 찾아 무도회장을 전전한다. 원작에서 사랑을 이루는 데 실패한 인어공주는 물질만능주의의 ‘난쟁이들’ 세계에선 ‘호구’ 같은 캐릭터로 나온다.

‘난쟁이들’은 충무아트홀이 2013년 젊고 재능 있는 신진 창작자를 대상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고자 기획한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의 최종 선정작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1회), ‘라스트 로얄 패밀리’(2회)에 이어 지난해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아무도 입 밖으로 말하진 않지만 변하지 않는 세상의 법칙/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 누가 봐도 매력 있고 집안 좋은 남잔 누가 봐도 어딜 가도 아쉬울 게 없지/ 끼리끼리 끼리끼리 만나/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 세 이웃나라 왕자들이 독특한 안무와 함께 부르는 ‘끼리끼리’는 작품 최고 히트곡.



만 15세 이상 관람 가능한 ‘어른이 뮤지컬’이라 해서 19금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다. 야한 내용은 대사로 처리하거나 그림자로 나온다. 이 작품이 ‘어른이 뮤지컬’인 이유는 현실 세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 용이 나지 않는 개천, 인생은 한 방이라는 현대인의 허상을 유쾌하게 꼬집으며 객석에 B급 웃음을 선사한다. 4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퇴계로 387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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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5.03.23 980호 (p77~77)

구희언 주간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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