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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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를 차지하라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전략, 인도에 가로막히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03-16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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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인도가 최근 정권이 교체된 스리랑카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국이 구축하려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이 되는 국가.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출발해 남중국해와 믈라카 해협-벵골 만·인도양-아라비아 해-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바닷길을 말한다. 중국은 이를 위해 동남아와 인도양의 주요 항구를 연결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을 추진해왔다.

    스리랑카 콜롬보와 함반토타, 파키스탄 과다르, 방글라데시 치타공, 미얀마 시트웨와 짜욱퓨 등 항구들은 모두 중국의 ‘진주’다. 이 도시들을 연결하면 목걸이가 되는 셈.

    내전, 토벌, 그리고 베이징

    베이징이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는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화물의 수송 안전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제해권 확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개발하는 항구들이 앞으로 군사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라 염려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인도양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다. ‘인도양의 진주’라 부를 만큼 경치가 아름답고,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아 불교 고대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18세기부터 영국 식민지배를 받아오다 1948년 독립한 스리랑카는 72년 국명을 실론에서 스리랑카공화국으로 바꿨고, 78년 현재 국명인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공화국이 됐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만5610km², 전체 인구는 2000만여 명. 이 중 75%가 불교를 믿는 신할리즈족이고, 힌두교를 믿는 토착 타밀족과 영국 식민지배 시절 인도 남부에서 차 농장 노동자로 대거 유입된 인도 타밀족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독립 이후 정권을 차지한 다수파인 신할리즈족은 그동안 자신들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왔고, 소수파인 타밀족이 이에 반발하면서 내전의 불씨가 됐다. 실제로 독립을 쟁취하려는 타밀 엘람 해방호랑이(Liberation Tigers of Tamil Elam·LTTE)라는 반군은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내전 종식의 배후에 베이징이 있었다는 사실. 중국 정부는 스리랑카 정부에 각종 무기와 탄약, 전투기 등을 대거 지원해 반군 토벌을 도왔다. 중국은 2007년 마힌다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 고향인 함반토타의 항구 건설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베이징 지도부와 라자팍사 전 대통령 사이에 밀월관계가 구축된 계기였다. 2012년부터 중국은 함반토타 항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집권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업적을 내세워 2010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스리랑카를 방문해 라자팍사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총 40억 달러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 20개를 풀어놓았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프로젝트가 ‘콜롬보 항구도시’ 건설. 중국은 기존 콜롬보 항 인근 1.08km² 면적의 땅을 99년간 임대해 새로운 항구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14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콜롬보는 사실상 중국 땅이 된다. 콜롬보 항은 과거부터 중동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무역항이자 전략 요충지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은 1월 8일 실시된 스리랑카 대선에서 야당 후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가 승리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인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로, 인도 정부는 그동안 은밀하게 그를 지원해왔다.

    인도 총리, 28년 만의 스리랑카 나들이

    인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스리랑카 대선에 개입한 것은 따지고 보면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지나친 친중(親中) 정책 때문이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잠수함을 두 차례나 콜롬보 항에 기항하도록 허가해 인도 해군이 비상경계에 들어가기도 했다. 스리랑카와 인도의 거리는 50km. 당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중국 잠수함의 정박을 인도 측에 통보하지 않았다. 중국 잠수함이 인도 코밑까지 진출한 사례는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조치로 콜롬보 항구도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해 중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프로젝트가 취소될 경우 진주 목걸이 전략도 결정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베이징 정부는 2월 6일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정부 특사로 스리랑카에 급파, 시리세나 대통령을 설득해 재검토 조치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리랑카 정부는 3월 5일 이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한다고 다시 한 번 발표함으로써 중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스리랑카 정부의 이런 조치는 시리세나 대통령의 인도 방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2월 16일 첫 방문국으로 인도를 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양국 정상은 민간 원자력 협력 등 4개 분야에 걸쳐 협정을 체결했다. 특히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은 스리랑카의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는 데 인도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3월 13일에는 모디 총리가 스리랑카를 국빈 방문했다. 라지브 간디 전 총리 이후 인도 총리로는 28년 만에 처음이다. 스리랑카 의회에서 연설하는 등 우호의 제스처로 가득한 방문길이었다. 인도의 의도는 물론 스리랑카를 포섭해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을 저지하겠다는 것. 인도는 그간 중국이 해상 실크로드를 장악하기 위해 스리랑카를 군사 영향권 아래 둘 경우 인도양의 패권을 빼앗기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결국 지난 수년간 계속 중국에 밀려왔던 인도가 스리랑카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형국. 중국 역시 인도에 맞서 스리랑카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총력전을 벌일 것임은 불문가지다. ‘인도양의 진주’를 차지하기 위한 두 나라 간 줄다리기가 막이 오른 셈이다. 아시아 대륙 전역에 걸친 중국의 야심이 어떻게 현실화할지 가를 민감한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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