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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의 미술 여행

예술 체험의 중심은 누구인가

‘숭고의 마조히즘’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예술 체험의 중심은 누구인가

예술 체험의 중심은 누구인가

정재연 작가의 ‘~라는 제목의’, 고창선 작가의 ‘makes sound & light’, 임상빈 작가의 ‘뉴욕공립도서관’(위부터).

사회 전반에서 ‘갑을관계’라는 말이 유행이다. ‘숭고의 마조히즘’전은 미술관 내 갑을관계에 대해 묻는 전시다. 예술 체험의 두 주체인 창작자와 감상자, 즉 작가와 관객 가운데 진짜 ‘권력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탐색한다는 뜻이다.

예술이 인간의 심미적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훌륭한 작품의 제1 조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돼야 한다. 이때 예술체험의 ‘갑’은 관객인 듯 보인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경향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작가들은 때로 아무의 이해도 구하지 않는 듯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을 내놓는다. 관객은 그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불쾌해하기보다 ‘압도당하는 즐거움’, 즉 ‘마조히즘적 쾌감’을 경험하곤 한다.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이 그 ‘숭고한 힘’에 대해 두려움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은 부조리한 감정이다. 이때 예술 체험의 갑을관계는 역전된다.

‘숭고의 마조히즘’이라는 독특한 전시 제목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7명의 작가가 내놓은 15점의 설치, 영상, 사진작품은 일관되게 이 주제를 다룬다. 정재연 작가의 ‘~라는 제목의’라는 작품은 난해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현대미술의 전형이다. 흰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 철제봉과 밧줄, 그리고 공이 놓여 있다. 관객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건 정 작가가 이 작품에 제목조차 붙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품 앞 바닥에는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한 후, 어울리는 제목을 생각하여 벽에 연필로 써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그 옆에 실제로 연필도 있다. 이제 관객은 제작 의도에 대한 최소한의 암시조차 없는 고립무원 상태에서 홀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해야 한다. 그 후 벽에 자신이 생각하는 제목을 쓰는 순간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니, 이 과정은 또 하나의 창작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주민선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최근 관객이 작품에 개입하도록 하는 이른바 관객 참여형 전시가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 사이의 권력관계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고창선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motion · feedback’ ‘makes sounds · light’ 등의 제목이 붙은 그의 설치작품에는 ‘가까이 다가가세요’ ‘영상에 맞추어 박수를 쳐 보세요’ 같은 주문이 붙어 있다. 관객이 정해진 행동을 수행하면 작품은 소리를 내거나 전등을 켜고 끄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은 고스란히 촬영돼 다른 스크린을 통해 다소 떨어진 거리에 있는 관객에게 공개된다. 이 영상에는 ‘중계상황 2015’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관객 참여로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숭고의 마조히즘’전이 열리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 입구에는 ‘전시 공간에서 작품과 관객 중 누구에게 더 큰 힘이 주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전시를 감상하는 내내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할 화두다. 4월 19일까지, 문의 02-880-9508.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78~78)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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