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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은 임상시험 건수 세계 1위 도시, 글로벌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

인터뷰 | 방영주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서울은 임상시험 건수 세계 1위 도시, 글로벌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

“서울은 임상시험 건수 세계 1위 도시, 글로벌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가 2월 초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 정보 제공 전용 웹사이트(snuhclinicaltrials.com)를 열었다. 이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원자를 모집해 다양한 임상시험에 투입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은 의약품 개발에 꼭 필요한 절차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자주 윤리성 논란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은 주로 시행기관에서 의료진을 통해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대면 접촉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상시험은 국가 경제 발전에 큰 도움”

임상시험을 많이 수행하는 서울 시내 몇몇 대형병원의 환자를 제외하면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서울대병원의 시도가 우리나라 임상시험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건강한 사람을 피험자로 삼아 제품의 안전성을 측정하는 임상시험 관련 정보가 확산되면, 임상시험 참여자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사이트에 나이, 기간, 비만도(BMI), 흡연 여부 등을 입력하면 누구나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 종류를 검색하고 직접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종양내과 교수·사진)은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미 국가기관과 의료기관이 다양한 임상시험 정보 제공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이트 개설은 서울대병원이 추진 중인 임상시험 시스템 세계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임상시험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잘 모를 뿐, 임상시험은 굉장히 많이 진행돼왔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KONECT)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진행된 도시가 대한민국 서울이다. 개별 의료기관 중 시행 건수 1위는 서울대병원이 차지했다. 놀라운 건 의료진 중에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정보를 좀 더 널리 대중에게 알리게 된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 언제부터 그렇게 임상시험이 활발해졌나.

“우리 정부가 해외 제약사의 국내 임상시험을 허용한 게 2000년이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크게 성장한 셈이다. 통계의 착시가 좀 있기도 하다. 국가 전체 순위로 보면 우리나라가 아직 10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의 1위는 미국이다. 다만 서울에 대형병원이 몰려 있고 환자가 집중돼 도시 순위가 높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성장 속도인 건 분명하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의료진 등 관련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임상시험 건수 세계 1위 도시, 글로벌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가 개설한 임상시험 정보 제공 웹사이트.

▼ 정부가 임상시험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뭔가.

“임상시험은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일종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려면 의사, 간호사, 모니터요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상당수 필요하다.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신규 고용이 창출되니 정부가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이 임상시험 수행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는 국가적 자산이 된다. 아직도 주요 의약품의 1상 연구를 미국과 서유럽 국가가 독점하는 건 그들이 구축한 인프라를 다른 나라가 따라잡는 게 쉽지 않아서다.”

▼ 하지만 윤리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나.

“임상시험을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나는 항상 말한다. 당신들이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다 임상시험 덕분이라고.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돌을 넘기면 크게 축하받았다. 영아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이런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수많은 의약품이 다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됐다. 임상시험 초기에 아우슈비츠 생체실험이나 731부대 사건 같은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통해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국제적 기준이 만들어졌다. 이를 지키도록 철저히 감시하는 건 필요하지만, 임상시험 자체를 백안시하면 의료 발전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된다.”

국내가 제약사 개발 중인 신약 항암제

▼ 방 센터장은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것이다. 임상시험이 사람을 살리는 길을 찾는 노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암을 고치는 의사로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동안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죽음은 아무리 겪어도 단련되지 않는다. 그런데 신약을 개발하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지 않나. 의사로서 피할 일이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신약물질이 임상시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연구와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돼야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전 연구결과를 검토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만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 임상시험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표적항암제 잴코리 임상시험을 내가 맡았다. 2008년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3명이 아직 살아 있다. 당시 이미 말기암 환자로 여명을 얘기하기조차 힘든 상태였던 이들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이런 기적이 일어나고, 그 기적이 수많은 다른 환자에게 희망을 준다. 물론 임상시험 도중 병세가 악화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그에게 임상시험 정보를 준 내 잘못은 아닌가 후회하기도 한다. 그래도 매순간 최선의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그것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인간 기니피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지 않나.

“선진국에서도 건강한 임상시험 참여자 대부분은 경제적 보상 때문에 자원하는 이들이다. 현실적으로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동일인이 반복적으로 여러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장치는 겹겹이 마련돼 있다. 우리도 철저히 확인한다. 윤리적인 문제 발생을 막으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

▼ 앞으로 목표는 뭔가.

“지금까지 쌓아온 임상시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암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의사로서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다행히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임상시험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에서 최근 막 시작된 한 국내 제약사의 표적항암제 임상시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머지않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34~3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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