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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마트한 유승민, 기대와 우려 사이

“보수와 진보 아우르는 통찰력” 호평… “변화 주도에는 역부족” 혹평도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스마트한 유승민, 기대와 우려 사이

스마트한 유승민, 기대와 우려 사이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엇갈리게 잡고 단합과 소통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에서 다섯 번째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현정택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원유철 정책위원회 의장.

여야를 아울러 호평과 견제를 동시에 받는 정치인은 흔치 않다. 상대로부터 인정받으려면 일단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견제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얘기다. 정책 능력과 정치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정치인은 유승민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2월 초 당내 경선에서 그가 ‘친박근혜(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 사령탑이 되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그의 당선은 여러모로 정치권 지각 변동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여권에서는 당청 관계 변화를, 야권에서는 협상 전략의 수정 필요성을 암시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꾸려지면서 정국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본격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여당 복지 경제 정책의 ‘좌클릭’이 시작되리란 관측도 제기됐다.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 쓴소리를 해왔고, 복지론과 사회적 경제 등을 통해 이미 진보 성향 정책을 일부 흡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에서도 그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본인에게 투영된 기대를 충족시킬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난감해질 수 있다. 청와대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야당이 흡수할 것이란 기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야당이 새누리당을 ‘부자정당’이라고 낙인찍고 ‘친서민 중도 전략’을 통해 중간층을 공략하는 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래저래 유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그렇다면 약 한 달간 유 원내대표는 이런 기대에 부응했을까.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물밑에서는 이미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



스마트한 유승민, 기대와 우려 사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당청 간 변화’의 기류가 보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2월 25일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당 중심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방통행 없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뼈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하거나 ‘명령’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존 정부 정책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우리가 2년 전 계획에 대해 계속 갖고 갈 것, 또 과감하게 수정할 것, 새롭게 할 것을 잘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에 ‘유승민 세월호’가 오를 정도로 그의 행보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선체 인양이나 진실규명 등에 대해 혹시라도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송구하다.”

기존 새누리당 일부 지도부가 ‘세월호 유가족’과 마찰을 빚었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행보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당의 성찰과 대안 마련에서 일부분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야당 측 반응도 나쁘지 않다. 동향(대구)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최고위원은 기자와 만남에서 “유승민은 머리도 좋지만 성품 또한 훌륭하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보수정당 소속이지만 정치·경제 양극화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예의가 바르다는 것이다. 야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유승민은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말했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유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벌써 정치권에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가담배 논란’으로 호된 신고식

반면 유 원내대표의 능력을 벌써 의심하는 기류도 물밑에 존재한다. 수도권 한 의원은 새 원내대표단 인선에 대해 “또 강세 지역 사람을 뽑았다”고 꼬집었다. 부산 출신 김무성 대표, 대구 출신 유승민 원내대표, 여기에 밀양 출신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발탁으로 지역편중 인사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원유철 정책위원회 의장이 수도권 출신, 재선 조해진 부대표가 ‘친이명박계이지만 소장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탕평인사와 젊은 의원들을 배려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수도권 인사 사이에서는 유 원내대표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치 신인에 속하는 서울 지역 한 원외위원장은 “지금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 수도권”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기존 보수 강세 지역에서 보면 새로울 수 있겠지만 까다로운 서울 유권자의 눈높이 기준을 맞추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 인천을 아우르기에는 그의 활동이 아직 미비하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 입성 초기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내 경선을 마친 바로 다음 날 유 원내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다. 당청 관계 변화에 큰 관심이 쏟아지던 시기에 한 그의 이번 발언은 앞서 김무성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 발언과 맞물려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물론 두 정치인 모두 ‘건강한 당청 긴장관계’를 주장해온 만큼 이런 해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또 전문가들은 복지와 증세 논쟁이 여야를 떠나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부 ‘주류 친박’은 당장 반기를 들었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친박계’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불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의원은 “비주류였던 유승민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서 당에 연착륙하기도 전에 갈등부터 불거졌다”며 “보이콧 사태를 막으려면 그는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 원내대표는 ‘저가담배 논란’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내용이라고 하나, 정부가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진통 끝에 담뱃값을 인상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를 언급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한 평론가는 “정치인이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메시지 관리”라며 “유 원내대표는 ‘내가 한 말이 과연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선거 캠프에서 일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에게 가장 어려운 시험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일하던 시절, 유 원내대표는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따라서 그가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 쓴소리를 해온 것과 앞으로 여당 고위직으로서 박 대통령을 직접 면담해 직언을 할 수 있을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 원내대표가 대중정치인으로서 아직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반발을 뚫고 변화를 실천하려면 차기 대선주자로서 힘을 갖고 있거나,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치인 시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천막당사 신화’를 만들어낸 것은 이런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였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아직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지 않고, 당을 장악하거나 강력한 지지층을 구축하지도 못했다. 변화를 향한 여정이 고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그가 이런 장벽을 뚫고 혁신에 성공한다면, 고향 대구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밀어주는 차기 대선주자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얼라들’을 비판했던 유 원내대표가 앞으로 건강한 당청 관계를 정립하고 새누리당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14~15)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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