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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남북한 하나로 만난 새해맞이 음식

여의도 떡만둣국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남북한 하나로 만난 새해맞이 음식

남북한 하나로 만난 새해맞이 음식

서울 여의도 ‘대동문’의 만둣국.

홀로 살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교감하는 사람에게도 가족은 있다. 설날이면 사람들은 연어처럼 고향으로 모여든다. 전을 부치고 술을 마시고 각자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며, 설날 아침이면 함께 떡국 한 그릇씩을 먹는다. 한 해의 시작은 떡국으로 시작된다. 긴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고 고깃국물에 끓여 먹는 떡국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다.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과 번성하고 부유해지라는 바람,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날을 맞으라는 의미가 담긴 기원(祈願)의 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떡국과 만둣국은 설날에 먹는 의례 음식이었다. 이식(1584~1647)은 ‘택당집(澤堂集)’에서 “정조(正朝)에는 각 자리마다 병탕(餠湯·떡국)과 만두탕(饅頭湯)을 한 그릇씩 놓는다”고 적고 있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관습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남송(南宋) 시인 육유(1125~1209)가 쓴 ‘세수서사시(歲首書事詩)’에 나오는 “세일(歲日·설날)에는 탕병(湯餠)을 먹는데 이것은 ‘동혼돈 연박탁’과도 같은 것”이라는 인용문이 떡국 중국 기원설의 근거가 됐다.

설날 만둣국을 먹는 풍습도 역시 중국에서 비롯됐다. 한국 만두는 중국 만터우(饅頭)와 이름은 같지만 모양이 조금 다르다. 만터우는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빵이다. 한국 만두는 우리가 교자라 부르는 중국의 자오쯔(餃子)다. 자오쯔는 중국 돈 원보(元寶)를 닮았다. 중국 사람들은 자오쯔를 먹으면 돈을 많이 벌고 복을 받는다고 믿는다. 자오쯔의 발음은 자오쯔(交子)와 같은데 ‘자손이 번성한다’는 의미다. 자오쯔는 ‘자시(밤 11~1시)가 되다(交在子時)’와 발음이 비슷한 탓에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뜻도 담고 있다.

설날에 자오쯔를 먹는 관습은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산둥 지역에서 가장 성행했다. 이런 문화는 평안도와 황해도, 함경도 등 북한 지역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평안도에서는 설날에 떡국 대신 만둣국만 먹기도 했다.

남북한 하나로 만난 새해맞이 음식

서울 여의도 ‘산하’의 떡만둣국.

한반도 남쪽에서는 떡국을 즐겨 먹었다. 설음식이던 떡국과 만두는 일제강점기에 외식으로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산둥 음식인 호떡이 서울에서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후 호떡집에서는 예외 없이 커다란 만두를 팔게 됐고, 6·25전쟁 이후 남한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만두 문화를 전파하면서 대중화했다.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으로 밀가루로 만든 만두는 중국집, 분식집에서는 물론, 길거리 음식으로도 큰 인기를 얻는다. 만두 자체도 인기가 많았지만 탕의 민족답게 국에 만두를 넣어 먹는 만둣국은 저렴한 한 끼 식사로 인기였다. 개성의 사각형 납작 만두인 편수는 중국 만둣국인 완탕과 연관이 깊은 음식이다. 서울 만둣국 식당은 대개 이북 실향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작은 눈사람 모양으로 만든 조랭이떡국은 개성의 명물 떡국이다. 서울 인사동 ‘궁’이나 신설동 ‘개성집’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서울 여의도 ‘산하’는 황해도식 떡만둣국으로 유명하다. 평안도 만두의 5분의 1 크기지만 피와 속이 알차다. 서울식 양지 국물과 서로의 존재감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상생한다. 1만2000원 하는 가격에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떡국과 만둣국을 따로 먹기도 하지만 식당에선 대부분 떡과 만두를 함께 넣은 떡만둣국을 판다. 여의도에는 만둣국으로 유명한 식당이 두 군데 더 있다. 개성식 만두를 파는 ‘진진’은 고춧가루를 넣은 얼큰한 손만두술국이 유명하고, 평양식 음식으로 유명한 ‘대동문’은 평양냉면 국물처럼 맑은 국물에 평양식 만두를 넣은 만둣국이 사랑받고 있다.



주간동아 2015.02.16 976호 (p106~106)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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