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5

2015.02.09

이완구 총리 후보자 ‘분당 땅투기’ 의혹

장인은 맹지 매입, 처남은 분할 매수로…공시지가 11년 새 11배 폭등, ‘한국의 베벌리힐스’ 성장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2-06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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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총리 후보자 ‘분당 땅투기’ 의혹
    이완구 총리 후보자 ‘분당 땅투기’ 의혹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주택단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산 중턱에 자리 잡아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이곳이 전 국민이 주목하는 명소로 부상한 것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덕’이다. 온라인 ‘두산백과’에서 ‘대장동’은 ‘청계산 준령의 산간지역으로 그린벨트 및 녹지보존지역으로 지정돼 도시개발의 제한이 많은 지역’으로 소개돼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를 많이 받는 땅은 매매가 활발하지 않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데다 개발에 따른 이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부동산개발업자 사이에서는 규제로 꽁꽁 묶인 땅이 오히려 ‘작업’하기 좋은 땅으로 여겨진다. 규제만 걷어낼 수 있으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완구 후보자의 장인과 장모가 2001년 각각 매입한 뒤 2002년 이 후보자의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9년 뒤인 2011년 다시 이 후보자 차남에게 증여한 대장동 땅값은 11년 동안 공시지가가 11배 이상 폭등했다.

    2000년 1월 1일 기준으로 단위면적(㎡)당 12만5000원 하던 1-37번지는 2001년 20만4000원으로 올랐고, 2003년 55만7000원으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았다. 2004년에는 94만9000원으로 1년 만에 다시 70% 이상 올랐다. 2000년 기준으로는 4년 만에 8배 가까이 뛰었다.

    1-71번지도 마찬가지. 2000년 단위면적당 13만4000원 하던 공시지가는 2001년 21만9000원으로 올랐고, 2003년 59만9000원, 2004년 99만9000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뛰었다. 이 후보자 차남 소유의 대장동 땅을 둘러싸고 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토지를 단기간 내 매매한 사실이 없고, 많은 세금을 내고 계속 보유하고 있으므로, (단기매매로) 투기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상위 0.1%가 거주하는 고급 주택단지

    이완구 총리 후보자 ‘분당 땅투기’ 의혹

    맹지였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37번지는 1-71번지에서 1-75번지가 분할되면서 도로와 이어지게 됐다.

    대장동 택지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광풍이 휩쓴 이후 ‘한국의 베벌리힐스’ ‘회장님 동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고급 주택단지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곳 택지 매매를 알선하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대한민국 0.1%가 거주하는 고급 주택단지’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우고 있다(10쪽 상자기사 참조).

    이 후보자의 차남은 대장동에 장인→배우자→차남(이 후보자 기준) 순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1-37번지와, 강모 씨→장모-배우자→차남 순으로 소유권이 바뀐 1-71번지 등 두 필지를 보유하고 있다.

    먼저 1-37번지에 대해 살펴보자. 이 땅은 도로와 접하지 않아 그 자체로는 개발행위를 하기 힘든 이른바 ‘맹지’다. 남의 땅을 지나야만 해당 토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맹지는 도로와 인접한 땅에 비해 일반적으로 공시지가가 낮다. 2000년 1월 1일 기준으로 1-37번지의 공시지가는 12만5000원이었고, 바로 인접한 1-71번지 공시지가는 13만4000원이었다. 1-37번지는 맹지인 탓에 도로와 접한 1-71번지 토지에 비해 공시지가가 7% 정도 낮게 매겨진 것. 그러나 이는 취득세와 등록세, 증여세 등 각종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 거래에서는 더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를 매매할 때 맹지는 제값을 받기 힘들다”며 “맹지와 도로를 잇는 토지를 별도로 확보해야만 개발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맹지 매입 때는 통행을 위한 별도의 토지 매입비만큼 가격을 낮춰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장인 이모 씨가 매입하기 전까지 대장동 1-37번지는 자매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지분의 절반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유권 이전은 2001년 4월 30일 이뤄졌다. 맹지인 1-37번지는 인접한 1-71번지를 지나야 도로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보자의 장인이 1-37번지를 매입하고 소유권을 이전하기 직전, 맹지 1-37번지에 모세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소유권 이전 일주일 전 1-71번지에서 1-75번지가 분할돼 떨어져 나온 것.

    1-75번지는 도로와 1-37번지를 잇는 가늘고 긴 모양의 땅으로 맹지인 1-37번지를 도로와 잇기 위한 용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땅의 소유주는 이 후보자의 처남인 경기대 교수 이모 씨다.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대장동 토지를 매입한 시점에 그 아들인 이씨가 분할 매수한 이유를 묻고자 이씨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72㎡에 불과한 1-75번지는 통행로 외에 마땅히 활용 방법이 없다”며 “맹지인 1-37번지와 1-75번지를 묶어 한 사람이 매입하면 1-37번지의 값을 높여 받을 수 있고, 반대로 1-75번지 소유주는 1-37번지를 사려는 사람에게 더 후한 값으로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즉 1-75번지가 분할돼 나오면서 맹지 1-37번지 지가가 뛰고, 1-75번지의 효용가치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 이는 부동산업자들이 맹지 가격을 높일 때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한다.

    대장동 1-71번지는 이 후보자의 지인 강모 씨가 샀다. 그러나 석 달도 안 돼 이 후보자의 장모 김모 씨에게 되팔았다. 강씨는 조경업을 하는 사업가로 올해 초까지 충청향우회 강서연합회장을 지냈다. 강씨는 이 후보자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향우회 명예회장 강모(67) 씨는 이날 서울 강서구 충청향우회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이 후보자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땅(대장동 1-71번지)을 사라고 권유했다”며 “이후 이 후보자와 함께 현장으로 가서 땅을 직접 둘러보고 샀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완구를 사랑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후보자가 경찰에 재직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강씨는 당시 이 후보자의 권유로 ‘대장동 1-71번지(589㎡)’ 땅을 2000년 6월 29일 매입했다가 1년여 뒤인 2001년 7월 23일 이 후보자의 장모인 김모 씨(사망)에게 팔았다. 강씨는 “아내가 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지관을 불러 땅을 봤더니 그다지 좋지 않은 땅이라고 했다”며 “이 후보자에게 말해 이 후보자의 장모에게 팔았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월 28일자 보도 중)

    이완구 총리 후보자 ‘분당 땅투기’ 의혹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차남이 보유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토지의 최근 모습.

    맹지에 일어난 모세의 기적

    석달 만에 땅을 되판 강씨는 1-71번지 토지 매매로 ‘이익’보다 ‘손실’을 봤을 공산이 크다.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땅값의 4%에 달하는 취·등록세를 납부하고, 1년 이내에 되팔았기 때문에 양도세 50%까지 부담해야 했다. 강씨가 1-71번지를 이 후보자 장모에게 되판 2001년 7월은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대장동 땅값이 막 꿈틀거리기 시작하던 시점. 그런데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씨가 서둘러 땅을 되판 이유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강씨에게 △1-71번지 매입가는 얼마였는지 △1-75번지 분할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이 후보자 장모에게 얼마에 매도했는지 △취·등록세는 얼마나 냈는지 △양도세는 얼마나 냈는지 등을 묻고자 2월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강씨의 휴대전화는 줄곧 꺼져 있었다. 강씨로부터 1-71번지를 매입한 이 후보자 장모가 누구 돈으로 토지를 매매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자신의 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돈으로 매매했다면 사실상 증여로 볼 수 있기 때문.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는 2002년 4월 12일(접수일 4월 19일)에 각각 1-37번지와 1-71번지 소유권을 딸(이 후보자 배우자)에게 넘긴다. 그런데 증여 시점이 절묘했다. 공시지가가 폭등하기 직전에 증여함으로써 세 부담을 대폭 낮춘 것. 만약 2003년이나 2004년에 증여했다면 증여세 부담은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 이상 늘었을 수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증여세는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등 증여 가액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며 “증여세를 낮추려면 세금 납부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낮을 때 증여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증여한 시점이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기 전이라는 점에서 세무적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인 절세’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택지는 ‘회장님 동네’

    이완구 총리 후보자 ‘분당 땅투기’ 의혹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저택이 들어선 이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택지는 고급 주택단지의 대명사가 됐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차남이 보유한 대장동 택지는 ‘한국의 베벌리힐스’ ‘회장님 동네’로 불린다. 대장동 택지 초입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대저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 대장동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장동 주택단지에는 문모 A그룹 회장, 이모 D제분 부회장, 이모·윤모 S그룹 사장, 홍모 S제과 회장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여럿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후보자 차남이 보유한 대장동 택지 인근 땅을 국내 대표 재벌그룹인 GS가(家)의 자녀 여럿이 소유하고 있다. 대장동 1-9번지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두 아들 세홍, 자홍 씨가 각각 2분의 1씩 보유하고 있고, 인접한 1-10번지와 1-59번지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의 아들 준수 씨 소유다. 대장동과 바로 인접한 하산운동에도 GS가 자녀 명의의 토지가 있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GS LPG사업부문장 등이 하산운동 376-1번지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

    특이한 것은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대장동 토지를 매입한 시점보다 앞서 이들 GS가 자녀들이 토지를 증여받거나 매입했다는 점. 대장동 1-9번지는 1992년 일찌감치 허세홍, 자홍 형제가 증여받았고, 하산운동 376-1번지는 99년에 매매가 이뤄졌다. 특히 1-59번지의 경우 허준수 씨가 다섯 살이던 81년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다만 대장동 1-10번지의 경우 2002년 허승표 회장이 먼저 매입했다, 이듬해인 2003년에 아들 준수 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돼 있다. 대장동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장동 택지는 전망이 좋고 한적한 대신 학교나 교통편이 많지 않아 불편하다”며 “자가용으로 이동 가능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별장처럼 거주하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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