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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영화처럼 사는 세상

CES 2015 센서·드론 분야에서 중국 약진…한국, 가전만으론 승부 어려워

  • 오은지 전자신문 기자 onz@etnews.com

눈앞에 펼쳐진 영화처럼 사는 세상

시계에 대고 말하면 주인에게 찾아오는 자동차, 물건을 들려주면 정해준 위치로 날아가서 배달해주는 무인항공기(드론), 초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 전 세계 전자 기업들이 올해 출시할 전자기기 시제품과 양산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200만㎡ 넓이의 전시공간에서 900여 개 업체가 2만 개 이상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기업들은 화려한 동영상과 볼거리를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생활, 편리한 생활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수요가 소비를 불러일으키던 시대를 지나 기업이 소비자를 자극하고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가 됐다. 전자제품 기업들의 신년 화두는 ‘어떻게 소비자를 움직여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까’다.

지난 몇 년간 전자업계는 실감미디어에 초점을 맞춰 CES 전시를 기획해왔다. 디스플레이 화질, 3차원(3D) 디스플레이 구현 경쟁이 CES의 주류를 이뤘다. 지난해에도 초고선명(UHD·3840×2160 해상도) TV가 여전히 가전업체 전시장의 맨 앞단을 차지했다. 더 크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해 사실감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전자업계에 퍼진 듯했다.

모든 건 IT로 통한다



이번에는 달랐다. 1월 초 열린 CES에 이어 같은 달 중순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개막하는데도 아우디, BMW 같은 자동차 회사가 CES를 찾았다.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등 스마트워치는 2014년 첫 등장한 뒤 이제는 주요 전시품이 됐다.

이번 CES에서는 실감미디어가 가상현실(VR) 기기로 옮겨갔다. 작고 가벼운 개인용 기기로 구현됐고, 과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이 사람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다다르면서 화질 개선이나 크기를 확대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새로운 영역이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CES를 주관하는 전미가전협회(CEA)의 책임자 숀 듀브라박 박사는 “무엇이 다음 디지털화 대상이 될 것인가”, 그리고 “센서는 어디에 내장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들이 내놨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도시바 등은 TV,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헬스케어 기기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끼리 통신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타이젠(Tizen)’, LG전자 ‘웹OS2.0’ 등 운영체계(OS)도 소개됐다. 소니, 도시바가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나 스마트 목걸이도 주목받았다.

사물인터넷(IoT) 시대 개막과 더불어 운송 혁명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운전자가 없는 수송 기기가 실제 제품으로 제작돼 전시장에 등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율주행 콘셉트 자동차 ‘F015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각종 센서와 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취합해 차가 알아서 움직이게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에 “픽 미 업(Pick me up)”이라고 말하면 BMW i8이 스스로 운전해 탑승자 앞에 차를 세우는 영상을 기조연설에서 상영했다. 자율주차, 자율주행에 이어 통신하는 자동차가 이제 사람을 실어 나르게 됐다.

CES 사상 처음으로 드론 전시관도 따로 마련됐다. 6500㎡ 규모의 드론 독립 전시관에 30여 개 회사가 부스를 차렸다. 디스플레이 터치로 풀HD급 카메라를 360도 조종할 수 있는 드론, 편대비행이 가능한 드론, 카메라와 본체를 따로 제어할 수 있는 드론, 휴대용 드론 가방까지 무인항공기에 관한 모든 기술이 총망라한 자리였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업체 아마존이 올해부터 드론으로 택배를 배송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산업용 드론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신주류 전자기기가 상용화하려면 기반 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IoT나 무인운송수단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건 센서, 배터리, 표준통신기술이 성숙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이번 CES는 이제 기술이 무르익었음을 보여줬다.

IoT 기기는 모두 전기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휴대용이라 배터리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이 돼왔다.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올해는 무선충전, 신소재 배터리가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IoT 기기에 특화된 무선충전기를 선보였다. 특정 부분에 갖다 대면 충전이 되는 자기유도(Qi·치)방식과 원거리에서도 무선충전이 가능한 자기공명방식(공진방식) 규격을 모두 내놨다. 벨킨, 국내 중소기업 코마테크와 맵스도 각각 무선충전기기와 칩을 CES에서 소개했다.

변하는 세계 IT 지형도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FCEV) 자동차 특허 5680여 개를 무상 공개해 신소재 배터리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소를 태워 발생한 열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기존 전기차가 이미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면 FCEV는 차량 내에 발전기가 있는 셈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내·외장 소재까지 바꿔야 했던 자동차업계가 저렴하고 가벼운 수소를 이용할 경우 발생한 전기를 활용하는 자동차 내 기능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CES 2012에서 처음 독립 부스가 마련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은 IoT 기기 곳곳으로 스며들어 사실상 주역이 됐다. MEMS는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중요한 기능을 한다. 가속도, 3D 움직임, 온습도, 기압 등 주변 환경이나 동작 상태, 거리와 높이 등을 인식해 인공지능을 구현한다.

휴대하기 쉽게 크기를 줄여주는 칩도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인텔은 초소형 웨어러블 모듈 ‘큐리(Curie)’를 공개했다. 자사 초소형 중앙처리장치(CPU·전자제품 두뇌 구실) ‘쿼크’와 저전력블루투스, 센서, 배터리 충전기를 통합했지만 크기가 일반 단추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은 이번 CES에서도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물량 공세를 폈다. 올해 전체 참가 기업 수의 4분의 1이 중국에 본사를 뒀다. 화웨이와 TLC는 메인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고 스마트 기기와 웨어러블 기기를 늘어놨다. 국내 삼성전자, LG전자가 주도하던 커브드 UHD TV도 내놨다.

중국의 공세는 TV,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등 기존 가전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드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중국 DJI가 CES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업체를 찾아보기 힘든 센서, 드론 같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가 여럿 눈에 띄었다.

소프트웨어 지형도 변하는 양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부터 CES에 불참하고 있다. 그사이 리눅스는 저변을 대폭 넓혔다. 삼성전자 ‘타이젠’, LG전자 ‘웹OS’은 리눅스에 기반을 둔 OS다. 파나소닉은 리눅스 기반의 ‘파이어폭스(FireFox)’를 신형 UHD TV에 탑재했고 테슬라 역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우분투(Ubuntu)’를 사용했다.



주간동아 2015.01.19 972호 (p46~47)

오은지 전자신문 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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