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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결사체 ‘친박’ vs 연합군 ‘비박’

‘포스트 박근혜’ 없는 친박 틈새 뚫고 비박계 주요 당직 장악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결사체 ‘친박’ vs 연합군 ‘비박’

결사체 ‘친박’ vs 연합군 ‘비박’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 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오른쪽)과 김무성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거목(巨木) 옆에서는 작은 나무가 크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뚜렷한 큰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보수 지지층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현 정권을 응원하면서도 정권 재창출에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 보수층 사이에서는 “다음 대선(대통령선거)에서 또 승리할 수 있다면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기류 속에서 틈새를 뚫고 약진한 그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다. 김 대표는 각종 신년 여론조사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정치인 중 1위를 기록했다. 한동안 숨죽였던 ‘비박계’는 주요 당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스펙트럼 넓히는 ‘범비박계’

이 같은 흐름은 올 한 해 정국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여전히 여권의 구심이 되겠지만, 스펙트럼이 넓어진 ‘비박계’가 연대하면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 만약 이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거나 협조하지 않는다면, 여권 내부에서부터 국정 동력이 분산될 수 있다. 1월 말 마무리될 예정인 6개 지역위원회 당원협의회(당협) 위원장 선정 과정,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비박계’가 힘을 모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인 올해 여권의 모습은 정권 초기와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6명 가운데 김무성 대표,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 등 3명이 ‘범비박계’에 속하고 차기 대선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당선한 김무성 대표는 미래주자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김태호 최고위원도 대선에 도전할 공산이 크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미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6선 의원이다.

여기에 이군현 사무총장, 김영우 수석대변인,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도 ‘비박계’로 분류된다. 개헌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재오 의원,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 모임인 ‘아침소리’를 주도하는 조해진 의원도 ‘친이계’(친이명박계)다. 정권 초기 때처럼 ‘친박 주류’가 당 분위기를 좌우하거나 지도부가 일사분란하게 청와대 입장을 지지하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에는 ‘친박’으로 분류됐으나 박 대통령과 서먹해진 중진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진영 의원은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에서 활동 중이고, 유승민 의원은 ‘사회적 경제’ 등의 화두를 제시해왔다. 특히 유 의원은 ‘친박’ 출신이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과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회의 중요 자리에도 ‘비박’이 주로 포진해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친이계’고,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지방정부 수장으로 당선해 미래주자로 약진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등도 모두 ‘비박계 소장파 출신’이다. 최근 당협위원장 선정 과정에서도 ‘범비박계’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결사체 ‘친박’ vs 연합군 ‘비박’

1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5년도 신년인사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친박계’가 박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결사체라면, ‘비박계’는 연합군에 비유할 수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특징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다. 즉 ‘비박계’가 당장 박 대통령 정도의 강력한 구심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해도, 특정 사안에 대해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 표결 등에서 집단표를 행사할 가능성은 있다.

‘비박계’의 약진을 주시하던 ‘친박계’는 지난 연말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특히 차기 총선과 연관된 인선문제를 놓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회의 도중 서류를 집어 던졌다는 후문이다. 여론조사를 주도할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지역 당협위원장 선출을 놓고 계파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결국 ‘비박’으로 분류되는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영입하려던 김무성 대표의 의지는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또 서울 중구 등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에 대해 김 대표는 ‘100% 여론조사’를 선호했지만,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란 끝에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여론조사 결과를 60%만 반영하기로 결정한 것. 조강특위는 서울 중구를 포함해 공석인 6개 지역 당협위원장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를 1월 19~25일 ARS(전화 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해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는 지역은 ‘친박’과 ‘비박’ 경쟁을 상징하는 세 곳이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 박종희 전 의원과 ‘청년 비례대표’이자 소장파 출신 김상민 의원이 격돌하는 경기 수원 장안,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과 소장파 출신 민현주 의원이 맞붙는 서울 중구, ‘친박’ 황인자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출신인 강승규 전 의원이 경합하는 서울 마포갑 등이다.

계파 파열음, 국회에도 영향?

박근혜 정부 3년 차인 올해 ‘비박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차단하려는 ‘친박계’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1월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친이계’ 이재오 의원은 ‘여론은 무쇠도 녹일 수 있다’는 뜻의 ‘중구삭금’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뒤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이 중구삭금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회견”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그는 개헌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청와대가 국회에 ‘논의하라 말라’ 하고, 간섭하지 마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정치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역대 대통령이 걸핏하면 선거구제나 개헌, 대연정을 이야기하고 정치에 개입하면서 혼란과 갈등, 분열을 조장했던 행태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준석 전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여권 분위기에 대해 “대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월 8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이명박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친박계’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이번에는 ‘친이계’의 반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한 야당의 특별검사 요구 등에 ‘친이계’가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간동아 2015.01.19 972호 (p14~15)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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