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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14 희망의 인물 05

‘2등’은 아름다웠다, 만년 하위팀의 반란

넥센 히어로즈의 전사들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2등’은 아름다웠다, 만년 하위팀의 반란

‘2등’은 아름다웠다, 만년 하위팀의 반란

프로야구단 넥센의 이장석 구단주.

“원정 호텔 숙박비도 ‘외상 신세’라더라. 프로라는 이름이 창피하다.”

2009년 한국 프로야구 히어로즈는 분납한 가입금 납부로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다. 2009시즌이 끝난 후 전력의 주축이던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을 동시에 현금 트레이드했다. 하루에 55억 원의 트레이드 머니를 챙기면서 자금난은 해결했지만 팬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히어로즈는 2010년 2월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고 타이틀을 넥센으로 바꾼 후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이후 현금 트레이드나 현금 트레이드로 의심되는 거래가 몇 차례 이어졌고 그에 맞춰 선수단 처우도 좋아졌지만, 프로스포츠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순수 스포츠 기업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투자가 생명인 프로스포츠 현실에서 이런 팀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다. 2008년 7위를 시작으로 6→7→8→6위를 기록해 ‘만년 꼴찌 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넥센은 서서히 팀을 만들고 있었다.

2010년 중반 이장석 서울히어로즈 대표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지금은 생존기지만 2013년에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팀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의 말처럼 넥센은 2011년 말 2년 전 현금 트레이드로 떠나보냈던 이택근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4년 5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액수를 안기며 다시 품었다. 박병호, 김민성, 이성열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연이어 트레이드해왔고, 이 대표가 직접 신인 스카우트를 지휘했다.

2012년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이 선수들은 진정한 ‘영웅들’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72승54패2무로 3위에 오르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묵묵히 목동야구장에 최적화된 선수를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목동야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홈런 공장’으로도 불린다. 2014시즌 주축 투수들을 보면 땅볼-뜬공 비율에서 앤디 밴 헤켄은 1.45, 조상우는 1.27, 한현희는 1.49, 손승락은 1.73이었다. 홈런 위험이 큰 뜬공보다 땅볼 비율이 매우 높은 투수들이다. 그만큼 홈런 공포에서 자유롭다. 타선은 박병호, 강정호, 유한준, 김민성 등 강력한 홈런 타선을 구축했다.



넥센은 이런 힘으로 2014년 페넌트레이스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염 감독 체제 2년째를 맞은 넥센은 ‘삼총사’ 서건창(201안타), 박병호(52홈런), 강정호(유격수 첫 40홈런)의 대기록에 힘입어 78승48패2무로 1위 삼성 라이온즈(78승48패3무)에 0.5경기 차 뒤진 2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삼성 아성에 대항마로 나선 넥센은 ‘강자’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시리즈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고 기업 삼성그룹이 모기업인 삼성 라이온즈였다. 많은 야구팬이 ‘위대한, 그리고 아름다운 2등’ ‘꼴찌의 반란’이라며 박수를 쳤다.

넥센은 생존 자체가 한국 스포츠산업의 새로운 모델이자 논문감이다. 최근에는 성적과 흥행 모두에서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유격수로 40홈런을 기록한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팀에 포스팅으로 보낼 준비도 하고 있다. 성공 여부에 따라 100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시작이다.

‘2등’은 아름다웠다, 만년 하위팀의 반란

한국 프로야구 2014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들.





주간동아 968호 (p17~18)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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