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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의 미술 여행

우리와 닮은 로마인 이야기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우리와 닮은 로마인 이야기

우리와 닮은 로마인 이야기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중국 한나라 말기 편찬된 시 모음집 ‘고시19수(古詩十九首)’에 실린 시의 일부다. 국학자료원이 펴낸 ‘한시작가작품사전’은 이 구절을 ‘살아 백년도 차지 않는데, 늘 천년의 근심 걱정 품고 사네’라고 풀이했다.

아시아 대륙에서 이 시가 쓰였을 시기, 유럽의 도시 폼페이에서는 수많은 이가 자신들의 죽음으로 이 통찰을 증명했다. 널리 알려졌듯 폼페이는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번성했던 문명과 그것을 향유하며 ‘1000년의 근심을 품고 살던’ 사람들의 삶도 한순간에 끝났다. 그러나 화산재 안에 묻힌 ‘그날의 역사’만은 고스란히 살아 20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전은 바로 이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지금도 진행 중인 현지 발굴을 통해 찾아낸 벽화, 장신구, 캐스트(화산재 속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당시 죽은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을 재현한 석고상) 등 298점이 관객을 맞는다.

가장 눈을 사로잡는 건 역시 캐스트들이다. 웅크려 앉아 손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 죽은 남자, 옷으로 얼굴을 감싸고 엎드린 자세 그대로 눈을 감은 여자, 집 안에 묶인 채 죽어간 개 등 화산 폭발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스트들은 당대 사람에게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이 있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들이 누렸던 수준 높은 일상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당대 폼페이에는 아트리움(atrium) 이라는, 천장이 있는 중앙의 넓은 정원을 중심으로 둘레에 방을 배치한 대저택이 많았다. 사람들은 집의 안뜰 구실을 하는 아트리움에 조각을 놓고, 각 방 벽은 풍경이나 신화를 주제로 한 대형 벽화로 장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당대 폼페이의 한 저택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했는데 하나같이 빼어난 예술성을 자랑한다. 특히 각양각색의 새가 잘 가꿔진 꽃과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그린 길이 10m, 높이 5m 크기의 프레스코 벽화는 생동감과 우아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외에도 전시장 곳곳에 놓인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검투사의 칼과 투구, ‘사랑하는 자는 번영할지어다’ 등의 글씨가 적힌 낙서판, ‘노예에게 주인으로부터’라는 글이 안쪽에 적혀 있는 팔찌 등 다채로운 유물도 흥미롭다. 문의 02-2077-9000.

우리와 닮은 로마인 이야기
1 뱀 모양 팔찌.

2 웅크린 남자 캐스트.

3 정원을 그린 벽화.

4 돌고래와 어린아이 조각상.



주간동아 2014.12.15 967호 (p75~75)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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