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7

2014.12.15

은밀하게, 정교하게 ‘짝퉁 코리아’

위조 상품 실제 유통가액 5조2000억대로 세수 손실도 연 5200억

  •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원 dm100@hri.co.kr

    입력2014-12-15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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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밀하게, 정교하게 ‘짝퉁 코리아’

    11월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공직박람회 관세청 부스에서 학생들이 명품 진품과 가품을 가려내는 체험을 하고 있다(왼쪽). 중국 베이징의 짝퉁 전문 상가인 훙차오 시장 2층 가방 매장.

    위조 상품(counterfeit goods)이란 지식재산권을 행사할 권한이 없는 제3자가 불법으로 타인의 상표를 부착하거나 타인의 것을 모방한 제품을 뜻한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낮고 그중에서도 특히 위조 상품의 유통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 경쟁력 평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적 창작 활동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뜻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은 2013년 기준 전체 60개국 중 40위에 불과하다. 세계관세기구(WCO) 통계에 따르면 세계 교역 과정에서 위조 상품 적발 건수가 많은 순서로 적출국을 나열할 때 한국은 15위를 기록했다(2011년 기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 관련 위조 상품 연관 지수(general trade-related index of counterfeiting and piracy of economies) 순위는 조사 대상 134개 회원국 중 49위, 31개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위조 상품 1위는 핸드백·가죽제품

    상표권과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위조 상품의 유통이 만연할 경우 유·무형의 경제·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위조 상품의 유통이 만연한다면 국가 브랜드 실추, 세수 저하, 지하경제 확대, 국민 건강 및 안전 위협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창조경제의 실현 수단 가운데 하나로 지식재산권의 창출과 보호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를 침해하는 위조 상품이 존재한다면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위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관세청, OECD 등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 위조 상품 적발 현황과 지하경제 규모, 손실 규모를 추정해봤다.

    2011~2013년 연평균 약 497건, 7548억 원어치의 위조 상품이 적발됐으며, 약 90%의 상품이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세관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위조 상품은 핸드백·가죽제품류로 2011~2013년 연평균 1841억 원, 24.4%였다. 2위는 22.2%를 차지한 시계류. 이 밖에도 의약품 17.9%, 의류·직물류 10.7%, 신발류가 5.2%로 나타났다. 그러나 적발 금액이 아닌 적발 건수로 분류할 경우, 의류·직물류가 약 190건으로 1위(25.1%)였고, 핸드백·가죽제품류가 2위(144건), 신발류가 3위(90건)를 기록했다. 한편 국내 세관에서 적발된 위조 상품 중 약 7014억 원(96.8%)어치가 중국에서 적출됐으며, 2위인 홍콩에서 적출된 상품은 약 122억 원(1.7%)어치로 조사됐다.



    국내 위조 상품의 지하경제 규모와 손실 규모를 추정하려면 먼저 국내에 유통되는 위조 상품 시장의 규모를 추정해야 한다. OECD,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국제기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위조 상품 규모는 정품가액 기준 약 104억 달러로 2013년 평균 원-달러 환율로 환산 시 연간 약 11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위조 상품 가격(실제 유통가액)이 정품가액의 약 20%라고 가정할 경우, 위조 상품의 실제 유통가액은 약 2조3000억 원 규모.

    둘째, 국산재와 수입재의 소비 비중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위조 상품 규모를 추정한 결과, 연평균 국내 생산 위조 상품 규모는 약 135억 달러로 2013년 평균 원-달러 환율로 환산 시 정품가액 기준 약 14조8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유입 규모 추정과 동일하게 위조 상품의 실제 유통가액이 정품가액의 약 20%라고 가정할 경우, 실제 유통가액은 약 2조9000억 원이다. 국외 유입 위조 상품과 국내 생산 위조 상품 규모를 합한 국내 위조 상품의 지하경제 규모는 정품가액 기준 약 26조2000억 원으로, 2013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1.8%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실제 유통가액 기준으로는 약 5조2000억 원으로 2013년 명목 GDP의 약 0.4% 수준에 달한다.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

    은밀하게, 정교하게 ‘짝퉁 코리아’

    2013년 4월 10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짝퉁가방 판매자를 검거하고 메트로시티, MCM 등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짝퉁 제품을 공개했다.

    위조 상품의 지하경제가 유발하는 손실 규모는 얼마나 될까. 먼저 위조 상품은 탈세에 따른 세수 손실을 유발한다. 위조 상품 대부분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손실은 위조 상품 지하경제 규모에 근거할 경우(실제 유통가액 기준) 연간 약 5200억 원(총 국세 수입의 약 0.3%, 총 부가가치세 세수의 약 0.9%)으로 추정된다. 또 위조 상품이 만연하면 유사한 가격대의 국내 정상적인 제품 소비를 대체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위조 상품을 방치할 경우 정품 소비 위축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관련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위조 상품이 유통되는 지하경제는 사회적 자본 손실, 국가 이미지 훼손 등 무형의 손실도 야기한다. 위조 상품 유통이 만연할 경우 소비자에게 혼란을 줘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으며, 이에 따른 시장 신뢰 저하로 사회적 거래 비용이 증가해 암묵적인 경제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낵과 키퍼(Knack and Keefer·1997)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의 손실은 정보 비용, 거래 비용의 증가를 야기하며 신뢰지수가 10%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8%p 하락한다.

    또 위조 상품의 제조 및 유통은 기업과 제품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매출 부진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축적한 수출 제조업 강국이라는 한국의 대외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예컨대 위조 상품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할 경우 선진국과 교역 시 지식재산권 보호에 따른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역으로 한국 기업이 상표 침해 등을 당할 경우에도 적극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위조 상품 유통을 방치할 경우 탈세에 따른 세수 손실, 연관 산업의 성장 기회 박탈, 국민의 건강과 안전 위협, 사회적 자본 손실, 국가 이미지 훼손 등 유·무형의 폐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위조 상품의 생산, 유통, 소비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단속기관의 전문성 제고, 관련 기관과의 국제 협력 확대 등을 통해 위조 상품 제조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위조 상품 신고 포상금 제도를 활성화해 위조 상품 유통 단계에서의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위조 상품의 불법성에 대한 소비자의 사회적 인식 제고 노력을 통해 근본적으로 위조 상품 시장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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