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3

2014.11.17

눈으로 맛으로 계절의 감각 입속으로 오다

일식당 ‘만요’의 카이세키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11-17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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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맛으로 계절의 감각 입속으로 오다

    일식당 ‘만요’의 주방장 나가쓰마 사토루(왼쪽)와 카이세키 요리.

    일본 카이세키(會席) 요리는 카이세키(懷石)를 원형으로 한 연회요리다. 카이세키 요리는 혼젠(本膳) 요리를 변화한 일본 요리의 완성형이다. 음식 재료와 요리법, 맛이 중복되지 않게 구성한다. 거기에 색과 모양의 다양함에 그릇 재질과 모양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계절 감각을 표현해야 한다. 상당히 까다로운 요리인 셈이다. 눈으로 먹는 일본 요리의 형식미를 가장 잘 나타낸다.

    카이세키 요리는 1즙(一汁·스이모노) 3채(三菜·사시미, 야키모노, 니모노)가 기본이다. 혼젠 요리는 한국처럼 공간 배열형 음식이었다. 모든 요리가 한번에 전개되던 혼젠 요리를 시간 흐름에 따라 하나씩 내오는 시간 배열형 음식으로 만든 것이 카이세키 요리다. 카이세키 요리는 계절 감각을 가장 중요시한다. 19세기 들어서면서 철학적 명상과도 같던 카이세키(懷石)는 연회요리인 카이세키(會席)로 변모한다. 형식은 비슷하지만 술이 곁들여지고, 내용은 화려하면서도 풍부해졌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일식당 ‘만요’는 카이세키 요리를 낸다. 50대 후반인 일식 주방장 나가쓰마 사토루가 만들어내는 카이세키 코스는 정교하다. 화려함을 배제한 정제된 카이세키 요리를 낸다. 한국식 일식집이나 횟집에 가면 나오는 쓰키다시(付きだし)는 카이세키 요리의 전채 사키쓰케(先付)다. ‘만요’의 쓰키다시는 쇠고기 타다키를 채소와 곁들여 먹는다. 쇠고기 맛이 강하지 않다. 본래 쓰키다시는 카이세키 요리에 없었지만 1950년대부터 등장한다.

    두 번째 나오는 완모노(椀物)는 국물인 스이모노(吸物)다.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일본 카이세키 요리 장인의 실력을 가늠하는 음식이다. 간단해 보이는 맑은 국은 단순해서 더 어렵다. ‘만요’의 스이모노는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기본으로 한 국물에 소바와 청어가 곁들여 있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의 농축된 감칠맛을 최대한 억제한 국물이 메밀 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청어 한 점이 맛을 완성한다. 스이모노만 놓고 보면 일본 최고급 식당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세 번째는 무코즈케(向付)라 부르는 사시미로, 복어와 도미가 함께 나온다. 얇게 썬 복어에 복어껍질 등을 싸서 말아 먹는다. 복어는 숙성이 관건이다. 금방 잡은 복어 살은 너무 질기다. 최소 4시간은 지나야 사후 경직에 의한 단단함이 풀리면서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뿜어 나온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새콤한 폰즈 소스와 잘 어울린다. 일본에서 먹는 카이세키 요리보다 대체적으로 식감이 강하다. 한국인 입맛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는 구이인 하치자카나(鉢肴), 다섯 번째는 조림인 시자카나(强肴)다. 여섯 번째는 식초로 요리한 간단 요리 도메자카나(止肴)다. 도메자카나는 술안주를 끝낸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곱 번째는 밥이 나온다. 연어알과 참치 붉은 살, 문어와 채소가 가을 단풍처럼 화사하게 어울린 치라시스시(ちらし壽司)가 나온다. 치라시스시는 우리 비빔밥과 유사해 보이지만, 덮밥이 아니라 스시다. 위에 얹은 재료(네타)를 비벼먹지 않고 밥과 함께 조금씩 떠먹는다. 스시이기 때문에 네타보다 초밥 상태가 더 중요하다. ‘만요’의 초밥이 궁금해질 정도로 조화로운 치라시스시가 맛있다. 여덟 번째는 단맛이 나는 과일 후식이다.

    카이세키 요리는 일본 혼젠 요리에 차(茶) 요리의 형식을 도입한 후에도 육고기와 서양의 디저트 같은 양식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일본 음식을 이해하는 데 카이세키 요리만한 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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