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3

2014.11.17

13구역에서 세상 구하는 반격 시작

프랜시스 로런스 감독의 ‘헝거게임 : 모킹제이’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11-17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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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구역에서 세상 구하는 반격 시작
    영 어덜트(young adult)라는 장르명이 생겼다. 최근 미국 도서시장에는 이렇게 독자명이 수식어가 되는 장르물이 종종 출현한다. 20대 여성 독자를 노려서 성공했고 한국까지 영향을 미쳤던 칙릿(chick-lit)이 대표적인 경우다. 특정한 독자 연령대를 공략한다는 것은 연령에 특화된 고민들을 서사 속에 녹인다는 의미다. 20대 여성이 읽는 픽션에는 20대 여성의 고민이 녹아 있다. 그렇다면 ‘어린 어른’을 위한 장르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헝거게임’은 영 어덜트 서사물의 대표작이다. 아동기에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접하면서 성장한 영 어덜트들이 10대 후반 이후 선택한 판타지 서사인 셈이다. 해리 포터의 고생스러운 성장기를 서바이벌 게임 문법으로 발전시킨 변형 판타지라 할 수 있다.

    ‘헝거게임’ 속 이야기는 상징적이면서도 비유적이다. 판엠이란 가상 국가가 있고 여기에는 돈, 향락, 엔터테인먼트, 권력에 중독된 지배 그룹이 있다. 그 외곽에는 영문도 모른 채 지배층에게 착취당하는 12개 구역이 존재한다. 이 12개 구역에서 선발된 아이들이 매년 헝거게임을 치르고 최종 우승자는 스타가 된다. 하지만 헝거게임이 12개 구역의 착취와 지배를 종속화하려는 계략임이 드러나고 게임에 소환된 아이들은 점차 자유, 평화, 진정한 권리를 찾아간다.

    동명 소설은 세계적으로 3000만 명 이상의 독자에게 선택받았다.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성공과 실패를 가를 관건은 이미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 판엠이란 가상공간과 헝거게임의 이미지를 얼마나 잘 구현하는가였다. 2012년 ‘헝거게임’ 시리즈가 시작될 때만 해도 신인에 불과하던 제니퍼 로런스는 이후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성장했다. 더불어 ‘헝거게임’에 대한 관객 사랑도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올해, ‘헝거게임 : 모킹제이’가 개봉한 것이다.

    ‘헝거게임 : 모킹제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전사(前史)를 길게 설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 ‘헝거게임 : 모킹제이’가 대단원을 향해가는 교두보 구실 이상도, 이하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선 두 편의 전작과 곧 나오게 될 마지막 편을 위한 교량이라고 하지만, 독립된 작품으로 이번 편을 선택한다면 의아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치 성경에서 골고다로 향하는 예수의 수난기만 보여주듯 모킹제이로 거듭나는 주인공 캣니스의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그의 갈등과 고통, 중압감과 죄책감만 줄곧 보여준다. 캣니스의 영웅적 변모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엄밀히 말해, 수익성이 보장된 프랜차이즈 관객을 노린 전략적 단계로 보인다.

    이번 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나왔던 ‘헝거게임’ 시리즈 가운데 가장 침울하고 건조하다. 숨겨져 있던 13구역 지하가 시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해 판엠의 화려함도, 캣니스와 헝거게임 승자들의 스펙터클한 활약도, 로맨스나 전투도 없다. 영화는 두 시간 내내 캣니스와 혁명 세력들의 고난을 말한다. 통쾌한 결말을 기다려온 관객에겐 더 긴 기다림을 요구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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