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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속가능경영이 인류 삶과 미래 바꾼다 ”

연쇄 인터뷰 l 제러미 프렙시어스 BSR 아시아·태평양 부사장&마르셀 제이콥스 필립스 이사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ot@empal.com

“지속가능경영이 인류 삶과 미래 바꾼다 ”

“지속가능경영이 인류 삶과 미래 바꾼다 ”

한국생산성본부가 10월 16일 개최한 ‘2014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회의에 국내외 최고경영자와 학계 전문가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10월 16일 한국생산성본부와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기관인 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ex), 지속가능경영 평가 및 투자 전문기관인 로베코샘(RobecoSAM)이 공동개최하는 ‘2014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회의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콘퍼런스는 ‘지속가능한 탁월함(Sustainable Excellency: Emerging Issues · Best Practices)’을 주제로 국내외 최고경영자(CEO)와 학계 전문가 등 500여 명이 함께했다.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필립스의 마르셀 제이콥스 이사와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제러미 프렙시어스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을 만나 지속가능경영의 최근 이슈와 추진 사례, 미래 비전 등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프렙시어스는 전 나이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지속가능경영) 아시아 부문 총괄 책임자로, 1992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진작을 위해 미국에서 설립한 BSR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유수 기업들과 CSR 논의를 이끌고 있다. 제이콥스는 필립스의 공급망 지속가능성을 총괄하며 필립스그룹의 구매와 순환 경제, 커뮤니케이션 부문 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열린 자세로 대화와 협력에 나서야”

제러미 프렙시어스 BSR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지속가능경영이 인류 삶과 미래 바꾼다 ”
▼ BSR는 한국에는 생소한 단체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NPO(비영리조직)다. 비영리조직이긴 하지만 순수 시민운동을 하는 NGO(비정부기구)와 달리 기업들로부터 일정 정도 수수료를 받고 컨설팅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한 일종의 ‘협회’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중국 상하이와 덴마크 코펜하겐, 프랑스 파리, 일본, 홍콩 등 전 세계 7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약 250개사가 우리와 함께한다. 우리 미션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를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기업을 세계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함께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라 생각한다.”

▼ 기업들과 CSR의 이슈를 논의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가령 기업 이익과 CSR 이슈가 상충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가.

“우리는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해결할 열쇠를 찾고자 투자자와 회사 임직원, 지역사회 구성원 등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과 대화하고 그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해결점을 찾아나간다.

말레이시아 등지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들은 일자리를 찾으려고 사용한 비용(예컨대 항공료) 때문에 이미 빚에 시달리는 상태라 직장이나 거주지역을 옮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결국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강제노동자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상당수 기업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그들을 고용했고, 기업의 물리적 이익만 따졌을 때는 이들 이주노동자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럴 때는 ILO(국제노동기구)와 기업, 말레이시아 정부, 노동자 등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회사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회사가 판단을 내리면 이는 회사의 내부 지침 같은 것으로 명문화돼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문화를 이끄는 초석이 될 수 있다.”

▼ 한국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BSR와 파트너십을 맺은 한국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지만 우리는 회원사가 아닌 회사와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선박의 탄소 저감을 위한 워킹그룹인 ‘클린 카고’에는 한진을 비롯한 한국 기업 3곳이 함께한다. 현재 독립단체로 활동하는 EICC(전자산업시민연대)도 BSR에서 시작한 워킹그룹 가운데 하나로 삼성, LG 같은 한국의 전자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장점은 정보공개에 적극적이며 보고 체계 또한 잘 갖췄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같은 어젠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특정 기업,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런 이슈는 나라마다 법률 규정과 체계가 달라 글로벌 기업일수록 각자가 세운 자가 환경규제 시스템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투자자들이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을 때 이에 적극 응한다. 공개 여부는 어디까지나 기업 자율에 맡긴 부분이므로 이는 매우 높이 살 만한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은 이해관계자 간 협력과 대화가 몹시 부족한 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국제사회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참여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협력관계를 이어나가려 애쓰는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진심으로 이슈를 이해하고, 그 이슈를 해결하고자 문제의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협력사의 협력사까지 관리하는 철저한 CSR 프로그램 필요”

마르셀 제이콥스 필립스 이사

“지속가능경영이 인류 삶과 미래 바꾼다 ”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필립스의 비전과 원칙은 무엇인가.

“필립스는 2025년까지 세계 30억 인구의 삶을 생태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에코비전을 확립하고, 이에 필요한 ‘생태적 지수’를 마련했다. 생태적 지수의 엑스(x)축은 삶의 질, 지역사회의 수준 등 사회적인 것들에 관한 것이다. 와이(y)축은 환경이다. 이는 환경오염을 개선하거나 녹색제품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을 포함한다. 필립스는 생태적 지수를 개선해나감으로써 순환경제를 이루고 인류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비전 달성을 위해 생산 제품의 중심축을 소비재에서 조명산업과 건강관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필립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우리와 협력관계에 있는 회사는 물론, 그들의 협력사까지도 우리의 CSR 비전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 협력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필립스의 CSR 비전에 동참하는가.

“필립스에는 1만여 개 협력사와 3만여 개 광의적 협력사가 있다. 각 협력사는 그들이 속한 나라의 법제도와 노동 환경, 산업 환경, 경영 조건 등이 모두 다르므로 우리는 각 기업의 환경에 맞는 단계별 접근을 통해 그들이 가진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있다.

관리에 필요한 자료는 메이플 크로프트라는 리서치 회사를 통해 수집한다. 메이플 크로프트는 나라별로 환경이나 사회구조, 지정학적 위치, 심지어 정치적 여건까지 고려하는 150여 가지의 세분화된 주제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CSR 위험국가를 선별한다. 현재 필립스가 CSR 위험국가로 분류한 나라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이다. 해당 국가의 1년 구매 금액이 1만 유로 이상이면 그 국가에 속한 협력업체에 대한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고용이나 서비스 등 그 회사에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히 노동 환경 개선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필립스는 윤리강령을 통해 집회·결사의 자유, 단체협약의 자유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필립스는 1900년대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를 발전시켜왔다.”

▼ 지속가능경영이 재무 성과로 이어졌는가.

“사실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의 성과와 재무 성과의 균형을 두고 고심한다. 필립스가 택한 방법은 ‘그린 세일즈’, 즉 친환경 제품, 친환경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필립스는 이미 그린 세일즈를 통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친환경 제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필립스 총매출이 230억 유로였는데, 그중 120억 유로가 그린 세일즈 상품이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성과는 우리가 목표로 한 30억 인구의 삶의 질 개선 프로젝트가 목표치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19억만 명이 필립스로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 그들의 삶이 개선됐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필립스의 친환경 제품, 친환경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를 세어보면 알 수 있다. 필립스는 공기정화기나 정수기 같은 웰빙 제품부터 헬스케어 제품, 친환경 조명기구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한 사람이 두 가지 제품을 사용한다고 이중으로 계산에 넣진 않는다. 그리고 좀 더 객관적인 측정을 위해 우리가 계산한 숫자는 KPMG(회계와 컨설팅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서 다시 한 번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필립스 노동자들, 그리고 필립스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삶이 개선됐는지 파악해 그 숫자도 수치에 포함한다.”

▼ 한국 기업들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필립스의 경우 비즈니스가 지속가능경영과 구조적으로 통합돼 있다. 지속가능경영팀은 이사회에 직접 보고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은 필립스의 비즈니스 전략에 즉각 반영된다. 보고는 단순한 보고가 아닌,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어야 효과가 있다.”



주간동아 2014.11.03 961호 (p36~38)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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