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7

2014.07.21

까다로운 프랑스어 발음 ‘자기개발’ 최면으로 준비

빠듯한 일정 속 정신적, 육체적 피로 극심…여름휴가까지 포기하고 회화반 등록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4-07-21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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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다로운 프랑스어 발음 ‘자기개발’ 최면으로 준비

    업무 틈틈이 프랑스어 공부를 하는 김원곤 교수. 중국어, 일본어 공부와 병행하려면 자투리 시간 활용이 중요하다.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진 ‘1년에 4개 외국어 평가시험 도전’의 세 번째 관문인 프랑스어 능력 평가시험 역시 선결과제는 응시 등급을 정하는 일이었다. 그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해도 프랑스어에 관해서는 막연한 위축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숙고 끝에 중간 등급인 ‘B1’으로 결정했다. 중국어 시험과 일본어 시험에서는 모두 최고급 수준인 HSK 6급과 JLPT N1 등급에 도전해 합격했지만, 프랑스어 같은 유럽 언어는 경우가 상당히 달랐다.

    중국어와 일본어의 경우 같은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 사람에게 상당히 유리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프랑스어 같은 라틴계 언어의 경우 근본적으로 언어 구조가 우리와 완전히 다른 데다, 그나마 우리가 비교적 익숙하게 생각하는 영어와도 다른 부분이 많아 습득하기가 무척 어렵다. 여기에다 프랑스어 특유의 어려운 발음까지 감안한다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 배우기에 가장 까다로운 언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철저한 준비, 그러나 너무 무리?

    게다가 개인적으로 2006년 처음 공부를 시작한 프랑스어는 일본어(2003년 시작)나 중국어(2005년 시작)에 비해 공부 기간 자체가 상대적으로 짧을뿐더러, 반년 이상 중국어 시험과 일본어 시험에 열중하느라 공부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B1 등급 이상에 도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B1 등급도 결코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B1 등급 합격증은 프랑스어학과를 두고 있는 국내의 많은 대학에서 졸업시험이나 졸업논문을 대체할 수 있는 자격으로 삼을 정도라 프랑스어 전공 학생들도 그 수준을 인정하는 자격증이다. 실제 응시자 대비 합격률에서도 보통 지원자의 90% 이상이 합격하는 A 등급(A1, A2)에 비해 B1 등급은 절반이 조금 넘는 50~60%의 합격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어, 일본어 시험에 이어 3~4개월의 짧은 시간을 갖고 숨 가쁘게 치러야 하는 프랑스어 B1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7월 초 일본어 시험을 마친 뒤 프랑스어학원 시험준비반에 8월부터 등록하기로 하고, 당분간 문법 영역을 자습해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전년 연말부터 중국어 시험 준비로 본격 시작한 외국어 시험공부가 벌써 반년을 훌쩍 넘기면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쌓여왔던 것. 엄연한 직장인이라 학생들처럼 시험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데다, ‘몸만들기 프로젝트’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프랑스어 능력 평가시험에 합격하려고 나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미리 준비해둔 것이 하나 있었다. 일본어 시험이 끝나고 바로 이어질 프랑스어 시험에 대비할 시간이 넉넉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일본어 시험을 준비 중이던 4~6월 석 달간 일요일 오후에는 따로 프랑스어학원에서 약간의 예비 공부를 해뒀던 것이다.

    까다로운 프랑스어 발음 ‘자기개발’ 최면으로 준비

    프랑스어는 발음이 어려워 듣기, 말하기 공부가 필수다.

    유명한 군사 격언에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를 외국어 시험 준비 과정에 대입해봤다. 개념이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이 격언을 ‘시험에 실패한 학생은 용서해도 준비에 실패한 학생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로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일정과 관련해 약간의 혼선도 있었다. 2011년 프랑스어 B1 등급의 마지막 시험 날짜가 10월 23일(토)과 24일(일) 시행된다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일본어 시험을 마친 뒤 프랑스어 시험공부에 집중할 기간이 8월에서 10월 중순까지 2개월 반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이 일정은 얼마 후 11월 12일(토)과 13일(일)로 변경 발표됐다. 개인적으로 갑자기 3주 정도가 시험 준비 기간으로 추가된 셈이어서 크게 안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응시료가 아까워서라도…

    어쨌든 8월부터 프랑스어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했다. 담당 여강사는 관련 강의 경험이 풍부한 30대 중·후반쯤 되는 한국인으로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강의 내용도 첫인상과 비슷했다. 한마디로 ‘깔끔한’ 진행이었다. 이 강사는 실제 시험감독관으로도 활동했기 때문에 시험 대비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내친 김에 아예 여름휴가까지 포기하고 강의 하나를 더 듣기로 하고, 시험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회화 시험에 도움이 될까 해 원어민 회화반에 등록했다. 이 강의는 화·목·금요일 주 3일 10회 반이었다. 계속 듣고 있던 시험준비반은 수·목·금요일 주 3일 반이었는데 다행히 금요일 수업은 서로 어긋나게 격주로 진행돼 겹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 강의는 시작 시간이 저녁 8시 5분이라 100분 강의가 끝나고 나면 9시 45분이 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꽤 피곤했다. 게다가 주 3일 강좌를 2개나 듣다 보니 결과적으로 주중에 학원 강의가 없는 날이 하루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다 시험이 끝난 중국어, 일본어의 실력을 유지하려고 틈틈이 공부를 해야만 했고, 스페인어 역시 금방 닥쳐올 시험 일정을 생각하면 기본적인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됐다. 어떻게 보든 객관적으로 힘든 처지가 됐지만, 자기개발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애써 자기최면을 하며 버텨 나갔다.

    어느덧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시험 접수는 ‘알리앙스 프랑세즈’ 홈페이지에서 했다. 접수 기간은 9월 14~23일이었고, 스스로 결심을 다지려고 첫날 접수를 했다. 시험 응시료는 11만5000원(2014년부터 15만 원으로 인상)이었다. 이는 중국어나 일본어 능력 평가시험 응시료에 비해 상당히 비싼 금액인데, 시험이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 시험관과의 직접 대면을 통한 말하기 시험이 추가돼 있어 거기에 따른 인건비가 지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했다. 어쨌든 비싼 응시료까지 지불하고 나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한 번에 합격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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